[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최근 인도에서 유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 감염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그 확산세가 여타 변이보다 심각해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변이까지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의 출현을 국민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에 사용이 정식으로 허가된 치료제는 단 두 개다.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그것이다. 정부는 이 중 ‘렉키로나’를 콕 집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영 찝찝하다. 국산 항체치료제에 지나치게 박한 평가를 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렉키로나’가 인도발 델타형 변이에 대한 중화능은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세포주 수준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렉키로나’의 효능을 분석한 결과, 다른 국내 유행 변이주(B.1.619, B.1.620)에는 중화능이 유지됐으나, 델타 변이(B.1.617.2)에 대한 중화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포주 수준의 실험은 최종 결론이 될 수 없다. 실험실이 아닌 생체 내 실험, 즉 동물실험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렉키로나’는 남아공발 코로나19 ‘베타’ 변이에 대한 세포주 실험 수준의 효능 분석에서 중화능 수치(IC50)가 현저히 감소했으나, 페렛 및 실험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약물을 투입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바이러스 역가가 크게 감소하고 체중 감소도 줄어드는 등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따라서, 세포 실험 결과만으로는 약물의 효과가 ‘있다’ 또는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는 질병관리청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남양유업이 한 식품 관련 심포지엄에서 자사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세포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하자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은 ‘렉키로나’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부연 설명 없이 “델타형에 대한 동물에서의 효능평가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한 줄도 채 되지 않는 코멘트만 추가로 남긴 채 발표를 끝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고, 우리 국민들은 유일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다고 받아들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셀트리온의 주가는 이날 5%가량 떨어졌다. 회사 측이 곧바로 반박 자료를 배포했으나,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이랬던 질병관리청이 이번에는 ‘렉키로나’가 인도발 ‘델타’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며 기존과 상반된 발표를 내놓았다. 동물실험을 해보니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중요한 발언이 추가됐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치료 효과를 정확하게 그리고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효능 확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렉키로나’가 인도발 ‘델타’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세포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없었던 발언이다. 따라서 당초 세포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에도 “다만,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통해 추가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부연 설명을 했어야 옳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질병관리청의 평가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질병청의 오락가락 행보는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상반된 발표를 접한 환자와 의료진은 ‘렉키로나’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2월에도 “세포 실험 결과 ‘렉키로나’가 남아공발 ‘베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발표하면서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된 환자에게는 항체치료제 사용 제한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로 실시한 동물실험에서 ‘렉키로나’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의 발표는 형평성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당초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효능평가는 국내에서 상용화된 ‘렉키로나’와 ‘렘데시비르’ 모두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나, 이번 ‘델타’ 바이러스와 관련해서는 ‘렉키로나’만 평가 대상에 올랐다. 넘치는 애국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젠부턴가 ‘렘데시비르’는 제외한 채 ‘렉키로나’만을 대상으로 변이 효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자칫 국산 치료제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600명을 넘나드는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치료제에 대한 효능평가는 꼭 필요하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그 결과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일관적이고 통일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
정은경 청장을 비롯해 질병관리청의 직원들이 하루도 편하게 쉴날 없이 방역업무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국민들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결과 발표에만 급급할 경우, 공익적 목적은 쏙 빠진 단순한 성과 자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자국의 코로나19 치료제를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렉키로나'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유망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선정했으니, 이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질병관리청의 오락가락 발표에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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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