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환자가 대접받는 병원 되고 싶어”
“혈액투석 환자가 대접받는 병원 되고 싶어”
[인터뷰] 야간투석실 운영하는 정재면내과의원 정재면 원장

“야간 투석실 운영, 투석환자에 대한 열의로 시작한 것”
  • 이지혜
  • admin@hkn24.com
  • 승인 2023.12.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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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이 14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정재면내과의원 정재면 원장이 14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고령화로 인한 콩팥(신장)기능 저하와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만성콩팥병환자의 수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만성콩팥병환자는 2012년 13만 7003명에서 2022년 29만 6307명으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은 콩팥 손상이나 기능 저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신장기능은 한번 나빠지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신장기능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만성콩팥병의 마지막 단계인 말기신부전에 이른다. 신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말기신부전의 경우 혈액·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받아야만 한다.

대한신장학회 등록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말기신부전의 총 유병자 수는 12만 7068명이었다. 유병자 수와 유병률을 신대체요법별로 살펴보면, 혈액투석이 9만 9198명(78.1%)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어 신장이식 2만 2260명(17.5%), 복막투석 5610명(4.4%) 순이었다.

혈액투석은 주 3회, 1회 4시간씩 인공신장기를 이용해 혈액 속 노폐물(요독)을 인위적으로 걸러주는 투석 방법이다. 동정맥루나 동정맥 혈관 이식편에 바늘을 찔러 나온 혈액을 투석막을 통해 요독과 수분을 제거하고 다시 동정맥루나 동정맥 혈관 이식편을 통해 몸 안으로 들여보내는 과정이다.

 

만성신부전 환자가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혈액투석은 과정도 힘들지만 투석 후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환자의 경우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특히 퇴근 후 야간에 투석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드물어 시간적인 제약도 크다.

헬스코리아뉴스는 14일 야간혈액투석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구로구 소재 정재면내과의원의 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을 만나 병원 운영 과정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투석환자는 환자에 대한 거부감이나 위험성 등으로 어디가서 대접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합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투석환자들이 최소한 우리 병원 안에서 대접받으며 제약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야간투석을 처음부터 시행했다.”

정재면 원장은 야간 투석실을 운영하게 된 배경을 묻자, “야간 투석실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투석환자에 대한 열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야간투석실 운영 할수록 손해 … 차별화 고민”

대학신장학회가 공개하는 인공신장실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전국 749개의 인공신장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시에는 177개, 경기도에는 181개의 인공신장실이 있다.

이중에서 야간혈액투석까지 실시하는 인공신장실은 최근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야간혈액투석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2018년 251곳에서 2022년 159곳으로 줄었다. 심지어 43개 지역은 야간혈액투석 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치료법은 신장 이식이지만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에 비해 공여 신장의 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신장이식을 받지 않는 한 평생 투석을 해야 한다. 한두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석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환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경제활동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퇴근 후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의 유무가 매우 중요하다.

 

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이 14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정재면내과의원의 정재면 원장(신장내과 전문의)이 14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정재면 원장은 “2014년 처음 개원했을 때부터 당연하게 야간투석을 시행했다”며, “군대 제대 후 선배 병원에 취직을 했는데 그 때 선배 병원이 야간투석을 시행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야간투석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간투석 시행은 주기적으로 추세가 바뀐다. 요즘에는 줄어드는 분위기이다. 야간투석은 직원 및 병원 관리 측면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환자입장에서는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투석환자는 내 환자라는 개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 방문하고 만약 환자에게 문제가 생겨서 수술을 받거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더라도 끝나면 다시 투석을 하러 와야하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말기신부전은 단일질환으로는 가장 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 말기신부전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2년 1조 2019억 원에서 2021년 2조 1647억 원으로 80.1% 늘었다.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의료비로 인해 단일 상병 기준으로 1인당 의료비가 가장 높은 질환이다. 하지만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고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공신장실 야간운영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면 원장은 “야간투석을 운영하는 것은 병원에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야간운영을 하면 직원들에게 야간근로수당을 줘야하고 운영하는 비용도 더 들기 때문에 사실은 더 손해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만성신부전 환자가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야간투석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대부분 여자인 경우가 많다. 정 원장은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나면 교통수단도 편하지 않고 위험하기 때문에 여자분들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외래 직원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손발 맞춰서 일하는 것도 어렵고 시간대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그러면서 병원 운영을 음식점 운영에 비유했다. “음식점은 정말 많다. 그 중에서 잘되는 곳도 있고 망하는 곳도 있다. 단순히 친절하거나 맛있다는 이유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가 있어야 병원 운영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개원 초기부터 야간투석을 바로 진행한 것과 5대 암검진을 시행하고 이를 위해 내시경, CT 등의 장비를 다 마련한 것은 차별화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병원성장 이유 ‘직원’ 덕분 …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어야”

만성신부전 환자가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만성신부전 환자가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정 원장은 2014년도 개원 이후 최근까지 2번의 확장을 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개원의의 길을 걷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개원할 생각없이 월급을 받으며 살고자 했기에 진료 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일하던 병원에서 선배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병원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집안사정으로 금전적인 문제가 겹치며 개원을 결심했다.

“2014년도에 개업을 해서 2017년도, 2020년도에 확장을 하며 병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확장할 생각이 있었는데 금리가 오르는 등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아 확장하지 않았다. 다행히 투석실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는데, 외래와 검진을 같이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은 케이스같다.” 

개원 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정 원장은 “직원을 잘 뽑았기 때문”이라며 웃어 보였다. 투석환자는 일주일에 3번씩 계속 병원에 와야 하는데, 의사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바늘을 놓는 간호사도 중요하고 지리적인 접근성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석실은 환자 대부분이 완치나 호전이 어려운 만성 질환자들이고 이들은 일주일에 3번씩 지속적으로 의료진과 간호사를 만나며 라포(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한다.

 

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이 14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이 14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3.12.14)

그래서인지 정 원장은 환자뿐아니라, 직원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표했다.  

정 원장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한번 만나게 된 직원들과 오래 가고 싶은 마음이 많다”며, “서로 손발이 잘 맞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은 간호사들에게 속된 말로 혈관을 맡긴다고 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간호사와 라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간호사가 와서 니들링을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직원분들이 잘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다”며, “항상 기브앤테이크를 생각한다. 내가 먼저 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려고 노력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계속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매출이 나올 수 있어서 인건비, 관리비, 임대료 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병원을 계속 확장하려는 이유는 당연히 매출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매출 상승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잘 챙겨주면서 오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내과전문병원 목표 … 신체삽입 투석기 개발도 구상”

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 [사진=이지혜] (2023.12.14)
신장내과 전문의 정재면 원장 [사진=이지혜] (2023.12.14)

정 원장은 정재면내과의원이 내과 전문병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순환기내과 선생님을 모셔서 심혈관 검사와 치료를 다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투석환자의 주된 사망원인이 심혈관질환이기 때문에 관련 검사와 치료를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대접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기에 VIP 검진에도 관심이 많다”며 “리무진으로 직접 픽업해서 대접 받으면서 검진하고 다시 복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요양병원과 연계해 투석이나 검진이 필요한 환자들을 직접 모시고 와서 치료를 끝내고 다시 복귀까지 돕는 검진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 병원간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도움이 되는 상생 방안을 고려하고 싶다는 것이 정 원장의 생각이다. 

혈액투석 환자는 여행이 금지되지는 않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비행 전날 투석을 하도록 조정해야 하고 미리 현지 투석 병원과 협조해 투석 일정에 지장이 없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정 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신체에 삽입할 수 있는 투석기계 개발을 꿈꾸고 있다.

“감염과 출혈 문제를 해결하는 투석기계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신체에 삽입 가능한 투석기계가 상용화된다면 지금처럼 환자들이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투석실은 사라지겠지만 환자는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정재면 전문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내과전공의를 수료했다. 이후 순천향대 서울병원 임상교수를 수료하고 해병대 교육훈련단 내과 과장, 해병대 사령부 의무실장을 거쳤다. 고려대 외래 교수로도 활동했으며 2014년부터 서울시 구로구에 정재면내과의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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