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드러난 녹십자의 민낯] (단독) “조건부허가 불가 알고도 혈장치료제 승인 신청”
[코로나로 드러난 녹십자의 민낯] (단독) “조건부허가 불가 알고도 혈장치료제 승인 신청”
식약처 관계자 “해당 임상으로는 허가 불가 사전에 충분히 알려”

“녹십자, 임상2a상 허가 신청 무리수 … 신청하면 심사 할 수밖에”

후속 임상 사실상 거부 … 치료제 개발 의지 있었나 의문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5.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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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13만2290명. 사망자 1903명.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지금까지 현황이다. 코로나19로 뒤덮인 1년 4개월 동안 우리나라는 실물경제가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한 때 전 세계로부터 초기방역 성공 모델이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백신과 치료제의 공급이 느려지면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감염병이라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싸워온 국민들은 '코로나 블루'까지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가적 위기감이 커졌고 이는 제약사 역할론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국내 백신 및 혈액제제 명가로 꼽히는 GC녹십자는 코로나19 종식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사치였다. 치료제 개발은 실패했고, 백신 개발은커녕, 위탁생산(CMO)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회사 측이 보여준 행태는 성원을 보낸 국민들에게 일종의 배신감 같은 실망감만 안겼다. 말 뒤집기는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치료제 허가가 좌초되자 후속 임상 포기도 감수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허가 불발로 드러난 녹십자의 민낮을 조금 더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임상2a상 시험을 디자인할 때부터 이 디자인으로는 조건부허가가 어렵다는 사실을 GC녹십자에 알렸다.”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조건부허가가 불발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에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식약처 관계자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이 발언대로라면 녹십자 측은 조건부허가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머지않아 치료제가 개발될 것처럼 태연한 모습을 보여왔고 식약처에 품목허가까지 신청했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그동안 ‘지코비딕주’ 개발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채 장미빛 청사진만 늘어놓았다. 허가 획득에 실패한 뒤에는 “식약처의 이번 권고사항이 혈장치료제 한시적 역할의 일몰을 의미한다면, 당사는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그 책임을 식약처에 떠넘기는 듯한 입장문까지 내놓았다.

GC녹십자의 이 같은 행위는 결과적으로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과 투자자들을 기만하고, 코로나 종식을 위해 휴일도 없이 공무에 시달리고 있는 공무원들의 행정력과 의료진들의 노고를 낭비한 꼴이다. 

우선 녹십자는 지난해 “혈장치료제는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이라며 신속히 개발해야할 과제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임상2a상시험을 승인받아 조건부허가를 신청하기까지 무려 8개월이나 걸렸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를 개발한 셀트리온이 임상1상(2020년 7월 시험계획 승인)과 임상2상(2020년 9월17일 시험계획 승인)을 모두 마치고 조건부허가를 신청(2020년 12월)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개월에 불과하다. 

상황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임상의 디자인이 단순하고 피험자수도 적은 2a상을 8개월 동안 진행한 GC녹십자에 대해 “‘한시적 역할’은 스스로 ‘일몰’ 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뿐 아니다. GC녹십자 허은철 대표는 “우리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만들어지는 혈장치료제 플랫폼은 금전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무상공급”을 약속했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의약품은 오롯이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해 쓰이는 것이 온당하다”는 말과 함께 였다. 

그랬던 녹십자가 지금은 ‘한시적 일몰’을 언급하며 혈장치료제 개발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그렇다면 식약처의 허가 과정은 어땠을까.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여러단계 검증 통해 허가 여부 결정
GC녹십자, 1단계 검증 자문 단계부터 '탈락'

검증자문단 “제출된 자료, 허가용 아닌 탐색 임상시험”
식약처 “애초에 조건부허가 받을 수 없는 임상진행”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허가 심사를 위해 순차적으로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 등 총 3단계 검토 절차를 거치고 있다. 또한, 허가 신청 이전에 심사가 가능한 자료부터 사전 검토를 진행하는 등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는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지코비딕주’는 1단계 검증 자문단 검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감염내과 전문의, 임상 통계 전문가 등 5명이 참석한 검증 자문단은 지난 11일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가 효과는 물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자문단의 검토 결과를 조금 더 살펴보면, ‘지코비딕주’는 11개 탐색적 유효성 평가지표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효과 차이는 전반적으로 관찰되지 않았다. 시험대상자 수가 적은 데다 대조군·시험군 환자도 고르게 배정되지 않았다. 

이상반응은 전체 시험군 46명 중 21명(45.65%)에서, 대조군(위약군) 17명 중 3명(17.65%)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증이었으나 시험군에서만 사망이 3건 발생했다. 다만 사망 2건은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건은 약물과의 관련성 평가 불가능으로 보고됐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지코비딕주’의 조건부허가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탐색적 임상에 해당하는 임상2a상 결과를 조건부허가 근거로 제출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2a상으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것은 정말 의아하다. 최소한 2b상 결과는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임상2상을 통으로 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검증 자문단도 “제출된 초기 2상 임상시험은 적절한 치료 용량을 찾아내고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치료적 탐색 임상시험”이라며 “임상시험의 설계와 목적이 치료효과 입증을 위한 허가용이 아닌 후속 임상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되도록 계획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에 따르면, 혈액제제를 포함한 생물학적 제제는 치료적 탐색 임상시험이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과 형태 및 목적이 유사해야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GC녹십자의 임상 설계는 이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적 검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임상시험의 평가변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의된 가설에 따라 임상시험이 수행되고 통계적 검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GC녹십자는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서를 통해 “본 임상시험은 'GC5131'(지코비딕주)의 안전성 및 유효성의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제 2a상 임상시험이므로, 통계적 가설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해당 임상시험이 통계적 가설검정이 불필요한 탐색적 임상시험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임상시험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경험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대상자 수로 시험을 진행했다는 얘기다. 

검증단은 임상시험이 시험군 및 대조군 환자 정보를 연구자와 환자가 아는 ‘공개’ 방식으로 설계돼 객관성과 신뢰성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GC녹십자가 ‘지코비딕주’ 임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임상2a상으로는 조건부허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코비딕주’ 조건부허가와 관련해 심사 실무를 맡았던 식약처의 한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GC녹십자는 (조건부허가를 받기가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식약처는 '지코비딕주' 임상2a상을 디자인할 당시부터 GC녹십자에 해당 임상 디자인으로는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린 바 있다. 이것은 식약처와 GC녹십자가 서로 분명하게 알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GC녹십자는 임상2a상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허가 신청을 강행했고 식약처는 일단 신청이 들어온 만큼 심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건부허가에 맞는 임상의 설계와 목적이 있다. 2상은 이러한 설계와 목적을 갖춘 임상이 될 수 있지만, 2a상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3상과 유사하게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주평가변수도 설정되지 않았고, 반드시 필요한 통계적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임상 결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초에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없는 임상시험”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건부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2상 시험은 통계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가설에 맞는 시험 대상자 수를 설정하고 분석 방법을 마련해 결과를 분석한 뒤 효과가 있다, 없다를 판정하도로 돼 있다”며 “녹십자의 2a상은 치료제가 어느 지표에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모르니 일단 여러 지표(GC녹십자는 11개 탐색적 유효성 평가지표 사용)를 다 설정해 가능성을 훑어보는 단계에 불과하다. (조건부허가를 받으려면) 2a상에서 확정된 지표로 제대로 임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코비딕주’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조건부허가 불가 결정이 났다. 식약처는 회사 측이 후속 임상시험을 계획할 경우 충실히 설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GC녹십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 이 약물이 의료현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사실상 후속 임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나파벨탄’의 조건부허가 획득에 실패한 종근당과 ‘호이스타정’의 임상2a상 시험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대웅제약이 후속 임상 시험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GC녹십자그룹 경영진 (왼쪽부터) 허일섭 회장, 허은철 GC녹십자 사장, 허용준 GC녹십자홀딩스 사장.
GC녹십자그룹 경영진 (왼쪽부터) 허일섭 회장, 허은철 GC녹십자 사장, 허용준 GC녹십자홀딩스 사장.

 

녹십자 “답변하지 않겠다”
전봉민 의원 “혈세투입 임상 과정 떳떳하게 밝혀야”
시민단체 “공적·사회적 재원 이용해 기업 이익 추구”

헬스코리아뉴스는 GC녹십자에 이 같은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전해 왔다.  

최근 대한적십자로부터 제출받은 공문 ‘코로나19 H-Ig 협약기간 종료의 건’을 근거로 “GC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3상을 포기했다”고 주장한 전봉민 의원(무소속, 부산 수영구)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실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봉민 의원은 “‘지코비딕주’의 조건부허가가 불발돼 안타깝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약인 만큼, GC녹십자는 (개발 및 조건부허가 불발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떳떳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2a상으로는 조건부허가가 어렵다는 데도 2a상으로 임상을 디자인하고 조건부허가를 신청한 것은) 어차피 실패가 예견된 임상시험이어서 굳이 조건부허가 요건을 갖춘 임상 디자인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건부허가를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임상 디자인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과 조건부허가 신청은) 그 소재를 활용해 회사 주가를 극대화하고, 임원 등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 아니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국장은 “(‘지코비딕주’ 개발 과정 및 조건부허가 실패와 관련해)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제도와 공적·사회적 재원, 그리고 국민의 혈액을 이용해 기업의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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