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도 눈치 보고 가야 하나
[사설] 병원도 눈치 보고 가야 하나
의료 이용량에 따른 국민 갈라치기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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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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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정부가 의료 이용량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되, 반대로 의료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는 납부한 보험료 일부를 바우처로 되돌려주고, 의료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는 환자의 본인부담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그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4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페널티 부분이다. 정부는 분기별로 의료 이용량과 의료비 지출 내역을 ‘모바일 알림’으로 제공하고, 의료 이용이 지나치게 많은 가입자는 진료비 본인부담 비중을 높여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얼핏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의료 이용을 제약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세상에 병원을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병원은 그리 달갑지 않는 공간임에 분명하다. 이는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아프지 않다면 굳이 병원을 가야할 이유가 없고 몸이 아프다고 해도 가급적 병원 방문은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병원은 공연장이나 쇼핑센터처럼 편하게 즐기며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감수하며 병원을 찾을 때는 진료와 검사 등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거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의료쇼핑을 위해 병원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실비보험 가입자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실비보험은 병원비를 100% 보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병원을 가면 갈수록 환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굳이 정부가 요구하지 않아도 환자라면 당연히 병원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과다 의료 이용자’라는 낙인을 찍어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병원 이용을 제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많은 가입자들은 자신의 병원 이용 횟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고 몸이 아파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대체 누가 병원인들 맘 놓고 다닐 수 있겠는가. 정부 방침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병원 이용을 자제하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의료이용량에 따른 국민 갈라치기에 다름아니다.  

가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병원. 이제 병원 이용마저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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