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몰하는 대한민국 의료, 소는 누가 키우나
[사설] 침몰하는 대한민국 의료,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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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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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생각이 있다면, 의과대학 정원 늘어난다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우수한 두뇌가 외국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가 침몰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20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올해 보다 60%(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확정·발표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가 침몰하고 있다는 울분의 목소리가 의료현장을 뒤덮고 있다. 정부가 집단 사직과 동맹 휴학에 나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다리까지 끊어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 사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던 적지 않은 전임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25일부터 빅5병원을 포함 전국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교수들마저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면 의료 공백의 여파는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사회주의식 의료개혁 앞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사직 교수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4.10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일반국민들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의료대란을 몰고 올지 아직은 잘 모르는 듯 하다.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들이 느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당장 수술을 받지 못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암환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자는 그 흔한 처방약마저 제대로 받지 못해 안절부절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설마 했던 진료 및 수술 차질이 빅5병원에서조차 현실이 되면서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어디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그동안 뭣모르고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공감을 표했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대한민국 의료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의사들은 이 모든 것이 아마츄어 정부의 강압적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패착은 여러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의사들 설득에 실패한 것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의사들을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한해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이 아니라 2만 명을 증원해도 무용지물이다. 내년부터 증원되는 의대생은 정식 의사가 되기까지 최소 11년이 지나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11년 후에나 활용할 수 있는 신입 의사 2000명을 확보하기 위해 경험과 경륜이 많은 현직 의사 수만 명을 내쫓는 우를 범했다.

현재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전체(1만 2912명)의 92.9%인 1만 1994명,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전체(1만 8793명)의 72.9%인 1만 3698명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정 발표는 결과적으로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단 1개의 다리마저 끊어 버리는 꼴이 됐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이렇게 잃어버리게 되는 의사 인력만 2만 5000명이 넘는다.

뿐만아니다. 여기에 이들의 스승이자 의사 선배이던 대학병원 교수들마저 대규모로 사직을 하고 나면, 나아있는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 역시 진료현장과 의과대학을 떠날 수밖에 없다. 교수가 없는데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 사이 환자들은 또 얼마나 많이 죽어 나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의료현장이 한순간에 폐허처럼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무차별적 의대 정원 확대를 계기로 우수한 의사 인력의 국외 유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에 따르면,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의 경우 한국 의료현실에 회의감을 느끼고 미국 의사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YT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전공의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필수 의료랍시고 자기 청춘을 갈아넣어서 주 88시간 노동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범죄자 낙인에 노예 계약뿐”이라며, 전공의들이 국내 의료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아래 YTN 인터뷰 영상 참조]   

 

이렇게 되면 한국의 의료인프라는 근본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없는데 병원인들 돌아갈리 만무하다. 당장 전공의가 떠난 대학병원들은 하루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대형병원 줄도산에 대한 공포도 엄습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면서 의료계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자칭 ‘의료개혁’을 선거용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뜬구름 잡는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지난 17일 발언이다. 박 차관은 이날 YTN에 출연 “모든 의사가 현장을 떠나도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할 것”이라고 말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국립대 교수 1000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멀쩡하게 잘 있는 교수도 지키지 못하는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죽 답답했으면 성균관대 의대교수들은 최근 “세계적 자랑거리인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부는 명심해야한다. 대화와 타협이 없는 군사정권식 개혁으로는 의사, 국민, 환자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집을 짓는 것은 어렵지만, 태우는 것은 한순간이다. 정부의 의료개혁은 지금의 파장만으로도 이미 실패한 정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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