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적, 원전과 방사능⑤] ‘방사성 오염수 먹방’ 일본은 왜 못하나
[건강의 적, 원전과 방사능⑤] ‘방사성 오염수 먹방’ 일본은 왜 못하나
스가 총리 취임 뒤 첫 지방 출장 후쿠시마원전

방사성 오염수 들고 “마실 수 있냐” 황당 질문

“안전한 물” 주장 일본 관료들 아무도 안 마셔

후쿠시마 인근 농‧수‧축산물 세슘오염도 심각
  • 임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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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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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대현] ‘100세 시대’다. 2019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3.3세다. 어떤 통계는 평균 수명 120세가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지금 추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100세 시대’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살 것이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 방사성물질, 미세플라스틱, 매연, 분진 등 환경오염물질은 국경을 넘나드는 골칫거리다. 최근에는 최악 원전 참사 당사국인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혀, 당장 식탁 위 먹거리가 걱정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 연재한다. [편집자주]

 

 

中 “마시고 나서 다시 말해라”

#오염수 생쇼1

아베 전 총리(오른쪽)와 스가 현 총리(당시 관방장관)
아베 전 총리(오른쪽)와 스가 현 총리(당시 관방장관)

2020년 9월26일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후쿠시마원전을 방문했다. 총리 취임 이후 첫 지방 출장지로 후쿠시마 제1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폐로 작업이 한창인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동행한 도쿄전력 간부들에게 오염수 정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셔도 돼요?”라고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도쿄전력 간부들은 마실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당시 그 누구도 원전 오염수를 마시지 않았다.

#오염수 생쇼2

'망언 제조기'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망언 제조기'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망언제조기 아소 다로 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6일 열린 정부 회의 직후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에 대해 “마실 수 있지 않느냐? 평범한 이야기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13일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는 결정을 한 뒤에도 “그 물을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던 장본인이다. 아소의 이날 발언은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이 자신을 겨냥해 “마실 수 있다면 마시고 다시 말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원전 오염수를 마셨다는 뉴스는 없다.

 

일본 정‧관계 인사들은 “안전하다”, “마실 수 있다”, “위험하다는 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악의적인 소문일 뿐이다” 등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식적인 석상에서 오염수 마시는 행사를 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마실 수 있다면 마시고 다시 말해라”고 비꼬았던 중국의 반응에도 말로만 반박할 뿐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나서는 일본 측 인사는 없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2013년부터 7년 8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후쿠시마의 한 어촌을 방문해 근해에서 잡은 문어와 오징어 등을 시식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이 매일 후쿠시마산 쌀을 먹고 물도 마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아베 전 총리가 마셨다는 물이 원전 오염수를 정화한 물이라는 언급은 없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9월 대장염 등 건강 악화로 갑작스럽게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최장수 총리로 승승장구하던, 후쿠시마 재건과 올림픽 유치‧성공 개최에 열을 올렸던 그가 자진해서 하차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당시 건강 이상 원인을 두고 ‘후쿠시마 먹방’ 후유증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처리수? 꼬리 내린 일본의 꼼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다핵종제거설비(ALPS. 이하 알프스)로 정화하면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성 물질이 없어지기 때문에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강변했다. 방사성 오염수라는 한국과 중국의 논평에 ‘처리수’라고 반박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도쿄전력이 운영하고 있는 방사성 오염수 관련 사이트.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다핵종제거설비를 통과한 방서성 오염수를 '처리수'로 정의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4월13일부로 '처리수' 정의를 변경했다.(출처 도쿄전력)
도쿄전력이 운영하고 있는 방사성 오염수 관련 사이트.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다핵종제거설비를 통과한 방서성 오염수를 '처리수'로 정의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4월13일부로 '처리수' 정의를 변경했다.(출처: 도쿄전력)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0년 3월 개정 ‘다중핵종제거장비 등으로 처리된 물’ 표시규정을 보면 알프스로 처리한 모든 오염수를 한데 묶어 ‘처리된 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방사성 오염수 바다 방출 강행을 결정한 당일 갑자기 ‘처리수’에 대한 규정도 바꿔버렸다. “삼중수소 이외 핵종이 환경배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물만”이라는 단서를 붙인 방사성 오염수 처리수를 ‘ALPS 처리수’로 취급하겠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에서 방사성 오염수가 세고 있는 장면.(출처: 도쿄전력)

알프스로 처리한 방사성 오염수에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추가 방사성 핵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지한 ‘TEPCO(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알프스 처리수 정의 변경’의 이유라는 문건을 보면 명확하다. 그동안 안전한 물이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현재 탱크에 저장되는 물의 약 70%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뿐만 아니라 규제 기준을 초과하는 농도의 삼중수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뜬금없는 자기고백을 하고 나섰다.

경제산업성은 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원인에 대해서도 △과거 정화 시스템 오작동 △원전 주변지역 방사선 영향 감소를 위해 오염수 처리용량을 확대한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그동안 그린피스 등에서 주장했던 알프스를 비롯한 오염수 처리시설의 오작동과 오염수에 치명적인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그동안 원전 오염수에 치명적인 방사성 핵종이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했다”면서 “왜 갑자기 그들이 처리수라고 했던 원전 오염수 정의를 바꿨는지 확실치 않지만 시류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 또한 그들을 신뢰할 수 없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안에서 잡은 물고기를 어부들이 옮겨담고 있다.

마실 수 있는 물? ... 건강에 치명적

2011년 후쿠시마원전 폭발 사고로 최소 200가지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발전이나 핵폭발 사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은 세슘137, 요오드131, 스트론튬90, 플루토늄239, 테크네튬 등인데 이들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방사성 핵종은 삼중수소(트리튬)와 세슘, 요오드 등이다.

1986년 구 소련의 연방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이던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 당시 ‘죽음의 재’로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세슘137은 인체에 흡입되면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생물학적 반감기가 70일이다. 음식물이나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오면 온몸에 퍼져 유전병과 암, 생식기 질환을 일으킨다.

요오드131은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4~5년 뒤 동유럽에서 영유아의 갑상선암이 급증한 이유가 요오드131에 오염된 우유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을 정도다.

스트론튬90은 핵실험이나 후쿠시마원전 같은 핵폭발 때 생성되는데, 몸속에서 칼슘처럼 작용해 뼈나 치아에 쌓여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몸속에서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50년이 걸리고 강력한 방사선을 일으켜 골수암과 백혈병을 일으킨다.

후쿠시마 방사능 공포는 현재진행형

후쿠시마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최근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월22일 일본 NHK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 5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출하가 중지됐다고 보도했다. 2019년 2월에도 후쿠시마현 인근에서 정부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 홍어가 잡혀 논란이 됐다. 세슘에 오염된 버섯, 채소, 수산물 관련 뉴스는 원전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혀질 만하면 보도되는 단골메뉴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지난달 17일 ‘2020년 일본산 농축수산물 방사능 오염실태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본 전역 농‧수‧축산물 13만9731건의 검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주변 8개 지역 동식물을 비롯한 대부분의 먹거리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야생멧돼지(49.9%), 곰(76.2%), 산꿩(95.2%) 등 야생동물들이 방사성 물질에 심각하게 오염됐다.

농산물, 수산물, 가공식품까지 광범위하게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산물의 경우 2020년 검출률이 8.9%로 2019년의 7.4%보다 1.5%나 증가해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확인시켰다.

시민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일본 현지 수산물 가운데 송어와 붕어, 잉어 등 민물고기 19종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면서 “특이한 점은 후생노동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조류에서 처음으로 세슘이 검출된 것이 확인돼 오염수 바다방류와 관련 세심한 관찰이 절실하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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