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적, 원전과 방사능②] ‘통제 불능’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건강의 적, 원전과 방사능②] ‘통제 불능’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오염수에는 방사성 물질 다량 함유

법정기준치 이하일 뿐 '0' 상태 아냐

日정부 · 도쿄전력 은폐논란 진행형
  • 임대현
  • admin@hkn24.com
  • 승인 2021.04.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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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대현] ‘100세 시대’다. 2019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3.3세다. 어떤 통계는 평균 수명 120세가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지금 추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100세 시대’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살 것이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 방사성물질, 미세플라스틱, 매연, 분진 등 환경오염물질은 국경을 넘나드는 골칫거리다. 최근에는 최악 원전 참사 당사국인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혀, 당장 식탁 위 먹거리가 걱정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 연재한다. [편집자주]

 

 

2016년 3월 31일 동토차수벽 가동 장면(출처: 도쿄전력)<br>
2016년 3월 31일 동토차수벽 가동 장면(출처: 도쿄전력)

 

종착점 안 보이는 무한 방류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우라늄 1㎏은 석탄 300만㎏에 맞먹는 에너지를 내뿜는다. 원자로에 차곡차곡 쌓은 연료봉 다발에 들어가는 5g짜리 우라늄 펠렛 하나는 4인 가족이 8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하지만 원전의 치명적 약점은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연탄재처럼 타고 남은 핵연료 찌꺼기 중 우라늄238은 반감기(방사성 핵종의 원자수가 방사성 붕괴에 의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무려 45억 년이나 된다.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 본체. 도쿄전력은 오염된 물에서 트리튬 외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우익세력의 상징인 집권여당은 이런 거짓말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밥먹듯이 한다. 일종의 버릇이다. (이미지 출처 : 도쿄 전력)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에는 이런 방사성 물질이 고스란히 섞여 있다.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기준치 이하라고 말하는 것은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제로(0) 상태란 뜻이 아니라 법정 허용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이런 오염수 125만톤을 1년에 약 3만톤씩 30년 넘게 바다에 버리겠다는 게 일본측 구상이다. 하루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평균 82톤. 문제는 현재도 버리려는 양보다 많은 140톤의 오염수가 후쿠시마원전 내부 원자로에서 지하수와 냉각수, 때론 빗물과 섞여 매일같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바다 방류는 2년 뒤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다.

설령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오염수에 기준치 이하 방사성 물질만 포함됐다 하더라도 반감기가 수십 년, 수백 년인 독성 물질을 차곡차곡 바다에 쌓는 꼴이다. 이런 치명적인 물질은 물고기, 해초, 바다 밑바닥에 남아 인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 뻔하다. 전 세계가 나서 방사성 오염수 바다 방류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거짓말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강변하는 일본과 도쿄전력은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일본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염수 처리설비 알프스와 관련된 거짓말이다.

 

다핵종제거시설의 개선된 유형인 '추가 다중핵제거시설'.(출처: 도쿄전력)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후케타 도요시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이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할지 상당히 급했다”는 말로 오염수 처리설비인 알프스에 대한 ‘사용전검사’를 건너뛴 것을 시인한 것은 충격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후쿠시마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원전 사고 직후인 2013년 품질검증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소위 ‘짝퉁부품’ 논란으로 원자력업계가 홍역을 치렀다. 가동 중 원전을 멈춰 세웠고 건설 중이었던 원전 공사까지 지연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비용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원전 폭발사고를 겪은 당사국인 일본은 무려 8년 동안이나 검증절차를 무시한 채 오염수 처리기기를 가동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규제기관, 원전운영사가 조직적으로 불법을 공모한 것이나 다름없다. “급했다”는 말 한마디로 법적 검증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알프스에선 이미 여러 가지 결함이 보고됐다. 도쿄전력이 지난 2018년 10월 작성한 보고서에는 2013년 3월 첫 번째로 가동을 시작한 알프스는 요오드129, 루테늄106, 안티몬125 등 방사성 물질의 제거 성능이 부족하다고 적혀있다. 가장 늦게 가동한 세 번째 알프스의 경우도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 등을 제거하는 성능 지속 시간이 짧다고 언급돼 있다.

오염수 처리기를 멈춰 세워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일본 정부와 규제기관은 이 순간에도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도쿄전력은 이밖에도 2014년 오염수가 바다로 흘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장기간 외부에 알리지 않아 은폐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2월에는 고장난 지진계를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불신을 더했다.

 

동토차수벽 공사 조감도. 총 1.4km에 걸쳐 후쿠시마원전1, 2, 3, 4호기를 감싸고 있다.(출처: 도쿄전력)

지하수 오염도 통제불능

부실 처리된 오염수 외에도 위험한 방사성 물질은 곳곳에 널려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일본의 유력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도쿄대학 환경분석화학연구실에서 실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하수 10곳에 섞인 방사성 물질 농도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3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10곳의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원전 부지 남쪽 약 10m와 300m 떨어진 2개소에서 리터당 평균 2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지속적으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토차수벽 설치 장면. 구멍을 뚫고 냉각재를 넣은 뒤 저온상태로 얼려 지하수 차단벽을 만들 수 있는 설비다.(출처: 도쿄전력)
동토차수벽 설치 장면. 구멍을 뚫고 냉각재를 넣은 뒤 저온상태로 얼려 지하수 차단벽을 만들 수 있는 설비다.(출처: 도쿄전력)

빗물 등 자연계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가 1베크렐 미만으로 측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원전 밖 지하수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원전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연구팀의 설명이다. 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가 지하수를 타고 밖으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오염된 지하수는 바다로 흘러든다.

일본정부는 원전 건물 안으로 흐르는 지하수를 차단하겠다며 약 3480억원을 들여 ‘동토차수벽(凍土遮水壁·이하 동토벽)’ 1.4km를 건설했다. 핵연료가 녹아내린 원전 건물 주위를 1m간격으로 20~30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냉각파이프를 설치하고 이를 영하 40도 이하 냉각재로 얼려 얼음차단벽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공사를 시작해 2016년 3월 31일 본격 가동한 동토벽은 지하수 유입량이 줄어들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며 자화자찬했던 일본은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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