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에 휘둘리는 정치인들
약사회에 휘둘리는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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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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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지시를 받고도 미적거리다 다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후에야 비로소 장관이 움직였다. 일반의약품(OTC)의 약국외 판매 허용 정책추진에 관한 진수희 복지부 장관 얘기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문서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라는 구체적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니 복지부 장관이 사무관처럼 일한다 등 장관 자질론이 거론되는가 하면 복지부 행정은 주사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복지부가 약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에게 휘둘려 정부정책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다.

정부가 내세운 서비스산업 선진화과제의 핵심 보건정책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보건정책’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복지부는 이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당초엔 5월말까지 일부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허용을 포함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약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유보한다고 물러섰다.

진 장관은 사퇴하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등 떼밀려 감기약 등 가정 상비약을 약국이 아닌 슈퍼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다시 방향전환을 했다. 진 장관이 오락가락한 탓에 국민들은 물론 약사회측도 어느 쪽으로 가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장관 스스로도 “(복지부가) 이랬다저랬다 한 것처럼 비쳐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진 장관은 고교평준화 이전 충청권의 명문여고를 나왔다. 이 학교 교복이 올해 유행패션이라는  몸빼바지였다. 몸빼교복 동창들은 진 장관이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경사났다고 기뻐했는데 진 장관이 소신없이 흔들리자 요즘은 ‘몸빼동창들 뿔났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감기약, 해열제는 고사하고 박카스, 마데카솔, 후시딘, 안티프라민, 아로나민, 삐콤씨 등 구태여 의약품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나 하는 품목까지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데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한다. 복지부가 약사법개정안을 국회에 내놓는다고 하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약사회 눈치를 보는 분위기여서 국회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정치인들을 이해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득표에 눈이 먼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여론에 미치는 약사들의 영향력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것은 물론 아예 대놓고 비판까지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역의원인 진 장관과 이재오 특임장관,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부터 올 초 각기 지역구 약사회 행사에 참석해 일반약 슈퍼판매를 반대한다며 약사회 손을 번쩍 들어주었으니 말이다.

정부정책에 반대하기 일쑤인 야당도 이 문제에서만은 여당측과 같은 배를 탔다. 자신들은 급할 것도, 손해볼 일도 없으니 정부가 하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최근 당정회의를 열고 논의를 했으나 토의 내용을 공개조차 하지 못할 만큼 약사들 눈치를 살피고 있다. 

약사회는 인원은 많지 않지만 조직력이 강하다는 게 정설이다. 전국에 약사면허 소지자는 6만여명이며 이 중 실제로 개업 등 활동하는 사람은 3만여명이라고 한다. 개업약국은 동네병원마다 한두 군데 있어 지역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서비스영역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의료소비자가 불리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부적절한 관행, 규정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을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약품은 속성상 공공재 성격이 있는데다 의약품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약사들의 독점 전리품이 아니다.

복지부는 원래 이해단체가 많아 바람 잘 날이 없는 부서다. 그럴수록 장관이 중심을 잡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번 약사법을 개정하는 일은 복지부가 정책부서로 재탄생할 수 있느냐를 가리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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