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그 분야로 뛰어들어 과열경쟁을 벌이는 현상이 해외 환자 유치사업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니 걱정스럽다. 해외환자 소개, 알선, 유치행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자마자 유치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의료기관과 의료관광 에이전시 등이 2000개소를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의료서비스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는 지식기반산업이다. 또 세계의료시장이 40조원 규모로 크게 늘어나는 등 최대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터라 해외 환자유치는 새로운 국부 창출동력이 되는 만큼 ‘제살깎이식 경쟁’은 제발 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 환자유치는 2009년 5월 의료법 개정으로 허용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싹도 크기 전에 시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뿐 아니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각종 의료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환자유치사업에 나서 중복투자와 출혈경쟁을 한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똑같은 상품을 여기저기서 내 고장 특산품이라고 우기는 꼴밖에 안 된다.
해외 환자유치사업은 국내 환자 진료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어 장밋빛 미래상만 믿고 뛰어들 일이 아니다. 역량도 되지 않는데다 세심한 준비없이 참여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을 우려가 크다.
자칫 잘못하면 외국환자 유치사업은 ‘황금알’이 아니라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기 쉽다.
의료법 개정이후 국내 의료기관에 치료받으러 오는 외국인 환자는 연평균 30%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만명에서 올해는 11만명을 훨씬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2013년에는 20만명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90% 이상이고 첨단 장비를 갖춘데다 의료비는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67%밖에 되지 않아 저렴하게 만족할만한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형수술의 경우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료기관들로서도 외국인 환자 진료비가 내국인에 비해 3배가량 많아 병원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외국환자 유치가 가져오는 산업연관 효과도 크다. 2009년의 경우 순수 생산유발효과는 147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1800명 이상이다. 외국인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오면 보통 보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교통비, 체류비와 관광비용을 감안하면 그 효과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와 비교해도 한참 뒤져 있다. 태국은 매년 200여만명이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하고 있는데, 여기에 힘입어 하이테크 의료장비, 제약 등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도 외국인 환자수가 10년 전에 이미 10만명을 넘었다. 싱가포르는 2012년 100만명 유치를 기대할 정도다.
의료서비스의 글로벌화, 의료관광은 이미 세계적 대세다. 그러나 몇몇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초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는 병원들이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능력이 부치는 의료기관이 유치업자와 짜고 출혈경쟁을 벌여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우 등록 취소 등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접근이 용이한 해외교포, 국내거주 외국인을 진료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10년 전부터 국가가 해외환자 유치를 적극 지원해 오늘의 의료허브로 불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싱가포르가 관광청 산하에 의료관광전문기관을 두어 환자와 의사의 네트워크, 해외로드쇼, 의료관광에이전시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 지원해 성공한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