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득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원영 복지부 차관은 심각한 건보재정난을 설명하고 고통분담차원에서 병원계의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또 영상장비 수가인하에 따른 병원계의 보상요구도 정중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자칫 압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 병협의 이번 방문은 결과적으로 발품만 판 셈이 됐다.
우리는 병협의 이번 항의방문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의 건강보험재정위기는 누구 하나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작년에 1조2994억원의 적자를 낸 건강보험은 올해도 1조2000억원 안팎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남아있는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한순간이다. 나아가 건강보험 적자는 2020년 17조3000억원, 2030년 49조6000억원 등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보험료 수입은 적은데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나 약제비 과다지출 등으로 나가는 돈이 줄지 않으니 재정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 블랙홀을 메우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조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1일 광화문 중앙청사에서 첫 번째 재정위험관리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 재정악화에 따른 국고 지원방식 개편방안이나, 재정통계 개편방안, 보조금 존치평가제도 운영방안 등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의 건강보험은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보 재정악화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재정위험 요인의 하나”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무엇보다 과잉 진료·약제비 과다지출 등 비효율적 지출구조와 보험료 납부면제 과다 등에 따른 취약한 수입기반을 우려했다. 따라서 연간 3~5조원의 국고를 지원하고도 적자가 발생하는 현행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 지속가능한 보험료지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윤 장관의 판단이다. 국고지원이라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재정건전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옳은 이야기다.
복지부도 지출 부문의 각종 비효율을 없애고 보험료 수입기반을 확충하는 등 건강보험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료 인상,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고질적인 적자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복지부는 국민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매년 5% 정도씩 꾸준히 인상해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기 등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약값 본인부담률을 20%포인트 올려 50%를 적용하는 방안이 최근 건정심을 통과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건강보험 적자 해소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해 이달이나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병원협회가 영상장비(CT, MRI, PET) 수가인하에 불만을 품고 복지부를 압박하는 행태는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고사하고 집단이기의 전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영상장비의 수가인하는 복지부 단독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 의료공급자와 정부, 소비자가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이거니와,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부담도 함께 늘었다.
더욱이 건정심의 결정은 병원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1년 이내에 CT, MRI, PET의 정확한 비급여 규모와 유지보수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개별 장비별 사용 연수, 검사 건수 등을 고려한 차등수가제 도입시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병협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나서는 고통분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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