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일한 정신’ 등에 업고 새로운 100년 준비하는 유한양행
[사설] ‘유일한 정신’ 등에 업고 새로운 100년 준비하는 유한양행
  • 헬스코리아뉴스
  • admin@hkn24.com
  • 승인 2021.04.09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국내 토종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매우 희귀한 기업이다. CEO는 있지만, 특정한 주인이 없는 기업이다. 세계사적으로도 이런 기업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926년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이 회사는 그 누구도 욕심을 낼 수 없는 국민이 주인인 기업이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네북에 오르고 남을 일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장본인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1895년 1월 15일~1971년 3월 11일, 향년 76세) 박사다. 독립 운동가이면서 교육자이자 기업가였던 그는 후세에 길이 남을 수없이 많은 업적을 남겼다. [관련기사 :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 -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와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는 일제치하에서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되찾는다'는 신념으로 제약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윤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돌려줘야한다'는 소신을 온 몸으로 실천했던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1936년 개인소유였던 유한양행을 법인체 주식회사로 전환한데 이어 1939년에는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 본인 소유 지분 52%를 사원들에게 나눠줬다.

유 박사는 오너로 있는 동안에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데 집중했으며 재산에 대한 탐욕은 철저히 경계했다. 이는 통상의 기업들이 오너 경영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과 결이 다른 행보였다. 이를 위해 선생께서는 하나뿐인 아들까지도 회사에서 내칠 정도로 엄격하셨으니,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그의 애국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익히 짐작하고 남는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선생의 신념은 단호했다. 유 박사는 1970년 개인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하여 지금의 공익재단인 유한재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1년 사후 유언장을 통해 전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인 유한재단은 그렇게 시작됐다. 해방된 조국의 번영을 위해서는 교육 및 장학사업, 사회환원사업을 보다 항구적으로 발전시켜야한다는 고뇌에 찬 결심의 산물이었다.

유 박사의 외동딸인 고 유재라 여사도 1991년 생전에 틈틈이 모은 전재산(시가 200억원 상당)을 한 톨도 남김없이 유한재단에 기증하고 떠났다. 세상이 온통 돈에 미쳐 돌아가는 오늘날, 가히 ‘노블레스(Noblesse) 오블리주(Oblige)’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창업주 일가의 대를 이은 헌신은 오늘날 유한양행을 민족기업, 애국기업으로 우뚝 서게 하는 초석이 됐다. 소유 개념 자체가 없는 공익재단이 회사를 소유하게 함으로써 기업이 창출한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런 유 박사를 기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2월 21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경기도 부천에 있는 그의 묘소를 참배, 고인의 숭고한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관련 기사 : 문재인 대통령, 유한양행 故 유일한 박사 묘소 참배]

유일한 박사는 본인의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삶을 살다 가신 우리 역사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9세의 어린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젊은 시절을 통째로 독립운동에 바쳤던 분이다. 귀국 이후에는 교육과 사회환원사업에 매진하는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마다하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공사가 분명했던 선생께서는 나눔에는 헤펐지만,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했다. 만년필 하나로 19년을 쓰고 식사 때는 반찬이 5가지를 넘지 않았다. 휴일에는 회사 차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연필 한 자루도 개인용으로 쓰지 않았다. 몸이 아프면 사우공제회에 가서 직접 약을 사 드셨을 정도였다. 마지막 가는 길의 유품은 중요한 것 몇 가지와 구두 두 켤레, 양복 세 벌이 전부였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을 꼽으라면 ‘유일한’ 이라는 이름 석 자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우지 않으면 근무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이 회사는 임직원들에 대한 평가도 다른 기업들과는 온도차가 있다. 유일한 선생과 그 가족이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빈손으로 떠난 것처럼 유한양행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정직한 품격이 묻어난다는 게 일선 의사와 약사들의 전언이다. 아마도 후천적으로 습득한 유일한 정신이 몸에 밴 까닭이다. 임원이 임기를 마치면 경영상 불가피하게 취득한 주식을 모두 반납하고 회사를 떠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새로운 100년 향한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요즘 창립 100주년(2026년)을 앞두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의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내린 결정인데,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그 일환으로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도 신설, 상호 견제와 균형을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이사 수는 5명 이상으로 하되, 절반을 사외이사로 하고 감사위원회 위원 역시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했다. 역시 공익기업다운 신선한 행보다.

유한양행 제22대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
유한양행 제22대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

유한양행의 개혁작업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선임된 제22대 조욱제 신임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과 함께 본격화됐다.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 올해로 35년째 몸담고 있다. 아직 조 대표의 색깔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혁신신약 개발, 신규 사업 창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양행(洋行)’이라는 뜻이 외국과 무역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상점을 뜻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유일한 박사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회사의 경영지표인 ‘그레이트 앤 글로벌’(Great & Global)’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요즘 떠오르고 있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이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뜻하는 ESG는 기업경영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키워드다.

ESG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 신임 사장은 앞으로 재임 3년을 포함, 총 6년간 유한양행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전임 대표이사였던 이정희 이사회 의장의 훌륭한 조언도 있을 터이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유한양행 역사에 조 신임 대표이사는 또 어떤 이정표를 세울까.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세상에 전무후무한 기업의 지휘봉을 잡게 된 그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