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마스크 대란' 2라운드··비말차단용 판매처 서버 폭주에 소비자 ’발동동‘”
지난 5일 발행된 한 경제지 기사 제목이다. 이날은 여름을 대비해 개발된 ’비말 차단 마스크‘ 온라인 첫 주문이 시작된 날이다. 정부는 숨쉬기 불편한 KF80·KF94·KF99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를 대신하기 위해 저렴하고 호흡이 편하면서도 덴탈마스크와 비슷한 수준의 먼지 차단 능력(KF 기준 55∼80%)을 갖춘 비말 차단 마스크 공급을 시작했다.
5월 말부터 갑자기 평균기온이 올라간 데다 공적마스크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500원), 높은 통기성 등 장점이 알려지면서 ‘비말 차단 마스크’는 판매 첫 날부터 주문이 폭주했다. 이날 주문 가능 물량은 20만장이었는데 750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구매자가 단시간에 대거 몰린 탓에 판매 사이트는 접속이 불안정했고, 순간적이지만 주문에 실패한 이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런 상황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한 경제지는 이를 ‘대란’ ‘발동동’ 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그럴까.
익히 아는바와 같이 요즘 마스크 구매 문제 때문에 애를 태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약국에 가면 요일과 관계없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고 어느 편의점을 가도 다양한 마스크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최근 수개월간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매체는 굳이 ‘대란(大亂)’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동원했으니,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3월의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재현된 듯하다. 소비자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당시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정부 정책을 일부러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쉽게 쓸 수 없는 표현이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상대의 약점만 골라 최대한 타격을 가하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기사들이 넘쳐나는 현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언론의 안타까운 실상이다.
물론 대중에게 현실의 난맥상을 전하고 문제점을 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이 비상인 ‘코로나19’ 상황에, 대안도 없이 비판만 일삼는 보도태도로 일관한다면 해답은 나올 수 없다. 대중들에게 불안감만 고조시켜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대란’이나 ‘발동동’ 이라는 표현 대신, 왜 이러한 사태가 생겼으며 어떠한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부터 보였을 것이다. ‘대란(大亂)’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대안(代案)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는 언론이 많았으면 좋겠다. [관련 기사 : 간사한 한국 언론과 정직한 외국 언론]
참고로 우리나라는 공적마스크 공급 물량이 충분해지면서 3월 초부터 실시해온 공적마스크 5부제가 이달부터 폐지됐을 정도다. ‘비말 차단 마스크’는 하나의 선택지다. ‘비말 차단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고 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는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의하면 4월 중순까지 6000만개 수준이었던 주간 마스크 소비량은 4월 마지막 주 4850만개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마스크 공급량은 이를 훨씬 웃도는 8652만장에 달했다. 이 중 국내 생산량만 8314만장에 이른다.
5월 초 서울 이태원발 수도권 감염 확산으로 마스크 소비량이 소폭 증가하면서 주당 6000만개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공급에는 지장이 없었다. 주당 생산량이 함께 늘어 매주 1억개가 넘는 마스크 물량이 시장에 풀린 덕에 오히려 약 4000만개의 비축량이 생겼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뒤 맥락은 생략한 채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행태는 분명 사라져야할 악습이고 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