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오너가의 딸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홍재현 신일제약 대표 등을 제외하면 경영권을 물려준 사례도 없다.
다만 과거에 비해 오너 딸들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모습은 눈에 띈다. 섬세한 감각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한 화장품 사업에서의 활약이 대표적이다.
동화약품은 2017년부터 윤도준 회장의 장녀이자 오너 4세인 윤현경 상무(40)를 더마톨로지사업부 책임자로 앉혔다.
윤 상무는 경희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슨앤웨일즈대학교에서 식품경영학과를 전공한 유학파 여성 임원이다. 그는 지난 2008년 동화약품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입사해 광고홍보실장과 BD실 상무, 커뮤니케이션 팀장 등을 거쳐 2017년 더마톨로지사업부 총 책임자로 발령받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윤 상무의 경영 능력은 최근 동화약품의 스킨케어 브랜드 ‘활명’이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오픈한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국내 독점 브랜드로 입점하면서 인정받았다. 윤 상무는 활명의 세포라 입점에 앞서 화장품 콘셉트와 디자인 등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약품의 화장품 사업도 딸이 도맡아 하고 있다.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남태훈 사장의 누나인 오너 3세 남혜진 상무(51)가 국제약품 관계사인 국제피앤비에서 자사 브랜드인 ‘로우’를 중심으로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남 상무는 지난 2000년 국제약품에 입사해 2012년까지 총무부에서 근무하다 같은 해 10월 국제약품이 이미용 사업 본격화를 위해 화장품 판매업체 제아H&B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 상무는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으며 제아H&B를 진두지휘했다.
남 상무는 초기 1억35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5년 만에 200억원대의 알짜회사로 만들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국제약품이 지난해 2분기 제아H&B 지분을 정리한 이후 남 상무는 국제피앤비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화장품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열진통제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의 경우 오너가 딸이 직접 화장품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입김이 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최근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팀과 에이비에이치플러스 브랜드 ‘스누아토 크림’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전반적인 화장품 사업은 컨슈머헬스본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화장품 사업에서 마케팅과 홍보가 중요한 만큼 회사 내에서 마케팅·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오너 2세 최지현 상무(46)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최 상무는 삼진제약 창업주 중 한 사람인 최승주 회장의 장녀로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고 2009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현재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여성의 섬세한 감각을 활용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딸들을 화장품 사업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