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을 타깃으로 한 연이은 탄핵안 상정에 의료계 내부에서 “탄핵에 면역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이 바로 코앞이다. 추 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부결되긴 했지만,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회원의 권익을 옹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바 있다.
이번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이유로 한 번 겪기도 어려운 탄핵의 심판대에 다시 오르게 됐다.
그런데 첫 탄핵과 이번 탄핵을 바라보는 의협 회원들의 시선이 꽤 다르다.
첫 탄핵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시선이 “그래도 우리가 뽑은 회장인데”, “수장을 흔들면 협회가 흔들린다” 등 온건론과 동정어린 시선이 얽혀 있었다면, 이번 탄핵은 “탄핵에 면역됐다”는 말로 정리된다.
즉, 회원들이 자신들이 뽑은 수장에 대한 탄핵에 대한 거부감 및 동정어린 감정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감정들이 사라지고 보다 냉정하게 ‘왜 추회장이 탄핵 당했는지’ 분석하는 분위기다.
물론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신임안이 웬말이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남은 임기에 상관없이 의료계의 혼란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탄핵으로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경기도의사회 회장으로 최근 추무진 집행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이동욱 총괄사무총장이 당선되자 일각에서는 추무진 집행부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집행부를 향한 불신의 씨앗을 키운 것은 소통의 부재라는 의견이 나온다.
‘탄핵에 면역됐다’는 말은 사실 회원들이 추무진 집행부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즉, 첫 번째 탄핵이 이뤄졌을 때에는 그래도 여론이 추 회장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이었고, 대의원들은 그런 분위기를 투표로 표현했었다.
그러나 기사회생한 추무진 집행부가 다시 탄핵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 회원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은 첫 번째 탄핵 실패 이후 회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정부가 무리하게 펼치는 정책에 대해 집행부가 대항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며 “다만 회원들은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기 전 집행부는 의사와 국민과 협의할 것을 미리 주문하고 의료전달체계에 대해서도 천천히 심도 있게 논의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라며 “아무런 의견 수렴 없이 정부의 뜻에 끌려다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직의 생명은 소통’이라는 말이 있다. 5000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회원 13만명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논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탄핵 여부를 가리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두 차례에 걸친 탄핵이 주는 교훈을 추무진 회장이든, 차기 집행부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