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지난해 우리는 국정농단으로 민심을 이반한 무능정권을 촛불혁명으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적폐라는 또 하나의 악마와 싸우고 있다. 오랜 기간 사회 곳곳에 누적된 적폐는 마치 암세포와도 같아서 하나의 적폐는 또 다른 적폐를 낳고 그게 쌓이면 골병이 든다.
요즘 젊은 세대가 말하는 헬조선은 그 적폐가 누적된 결과다. 아무리 노력해도 갑과 을이 바뀌지 않는 세상, 은수저와 금수저가 태생부터 갈리는 세상, 강자에게 한없이 너그럽고 약자에게 더없이 가혹한 세상. 이것이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헬조선은 분명 치료해야 할 질병이고 그 출발점은 적폐청산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문제는 이 적폐가 온갖 처방에도 불구하고 고질병이 됐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적폐청산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보건의료계도 다르지 않다.
의료계와 제약업계 간 검은 리베이트는 적폐의 상징처럼 돼 있다. 정부는 수십년간 겹겹이 쌓여온 불법 리베이트를 척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다. 의약품 등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시에 처벌하는 제도다.
여기에 더해 2014년부터는 제약회사가 특정 의약품을 채택한 병원·의사 등에게 2회 이상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영구 퇴출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런 처벌조항으로 인해 제도가 시행된 뒤 적발된 불법 리베이트 사범은 2012년 35명에서 2014년 8명까지 감소했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 2015년부터 불법 리베이트 사범이 다시 늘기 시작해 2016년에는 무려 86명에 달했다. 리베이트가 만연했던 과거의 시절로 회귀한 것도 부족해 오히려 대폭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리베이트 금액도 71억8300만원에서 155억18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내용인데, 제도가 ‘반짝 효과’에 그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5년간 무려 2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방의 한 병원장 사례는 우리가 왜 적폐와 싸워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보건의료계 적폐는 차고도 넘친다. 의사 사회의 상명하복식 문화,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나 성희롱, 전공의 폭력·폭행,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는 의사의 고압적인 태도, 치료보다 수입에만 몰두하는 병·의원,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갑질 등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적폐는 누군가에게 특혜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다.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적폐청산은 정권이 바뀐 지금이 적기다. 강자보다 약자를, 가진 자보다 없는 자에게 관대한 진보정권이 들어섰을 때 말끔히 청소하지 않으면 적폐는 어느 순간 독버섯처럼 더 자라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제에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등 적폐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뽑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