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면 속 범죄자 된 중독 환자들, 중독센터 ‘무력’
정부 외면 속 범죄자 된 중독 환자들, 중독센터 ‘무력’
[신년기획-비주류 센터, 왜 문제인가] ③중독센터] 복지부-법무부 서로 지원 미뤄 … 도박중독 1년 30만원 “턱없이 부족” … 알콜중독 치료 50억원에서 2000만원으로 급감
  • 현정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1.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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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센터’라고 하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병원에서 센터는 ‘찬밥’인 경우가 많다. 돈이 안 되다 못해 오히려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유다. 그나마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돼 비급여 진료가 줄면 손해를 견디지 못한 병원들이 하나하나 돈 안 되는 센터들을 폐기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돈다.

이에 헬스코리아뉴스에서는 병원에서 찬밥 대우받는 대표 센터 응급의학·화상·중독센터를 찾아가 각각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①응급의학센터] 병원 내 골칫거리, 손대면 댈수록 손해
[②화상센터] “가난하면 화상은 치료 포기해야 할 정도”
[③중독센터] 정부 외면 속 범죄자 된 환자들, 무력한 병원들

[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앞서 2개의 센터가 환자의 외상에 관련돼 시급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낮은 수가가 문제되는 곳이라면 중독센터는 아예 제대로 된 치료로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중독 환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 및 관련 기관 및 회사들의 지원이 절실한데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적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 조성도 거의 어려워 중독센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들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박은 4대 중독 중 하나지만 습관이나 의지의 문제로 인식돼 치료 대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게다가 질병으로 인정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도 매우 한정적이다. 도박의 정의는 ‘불확실한 결과가 수반되는 우연성 있는 게임 등에 자발적으로 금전 등을 거는 것’이지만 광의로 해석하면 주식투자부터 운동경기나 동물을 이용한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도박으로 분류되면서 정부의 통제를 받아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분야는 경마, 경정, 경륜, 투우, 카지노, 복권, 스포츠토토 등에 한정된다. 그나마 정부의 지원비도 입원비도 안나오는 환자 1인당 연 3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센터도 부족하다. 정부에서 지정한 몇몇 도박중독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대학병원에서는 하고 있는 곳이 아예 없다. 전문병원 가는 것 자체가 도박중독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어서 환자들은 오히려 정부지정 센터를 피한다.

알코올 중독 치료도 마찬가지다. 주세를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자 주류협회는 기금을 마련해 알코올 중독 치료에 나섰지만 몇 년간 하다가 흐지부지 돼버렸다. 연 50억원씩 지원하던 것도 한동안 중단됐다가 작년에 겨우 2000만원만 지원하는 데 그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카프성모병원

카프성모병원 하종은 알코올치료센터장은 “알코올중독치료는 음주운전이나 주폭 등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좋을 텐데 세금을 거둬 다른 데 많이 쓰는 것도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하 센터장은 “단주 후 다시 술을 마셨을 때 환자가 자기비하·연민에 빠지고 공격성까지 띠게 된다”며 “주폭은 주위사람까지 힘들게 한다. 그래서 주변까지 위로받아야 하는데 이런 예산은 먼나라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성진행형질환인 알코올중독은 짧은 입원으로 완치되지 않는 만큼 큐어(Cure)가 아니라 케어(Care)로 접근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중독을 치료 대상이 아닌 범죄로 보는 인식이 문제 … “‘치료명령제’ 절실”

중독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난점은 사회적 인식만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도 중독센터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중독을 질환으로 보지 않고 범죄로만 보는 인식이다.

의료 현장에서 보는 중독 질환의 범위는 매우 넓다. 예를 들어 상습음주운전도 중독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위 ‘주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상습음주운전도 중독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범죄자니 법무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의견과 “중독이니 보건복지부에서 해야 한다”는 부처 사이의 의견대립이 일어나는 것도 명확한 분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처벌만 하려다 보니 마약사범들을 따로 수용해 마약 구입 루트가 전국적으로 넓어진다”며 “치료를 해야 할 마당에 마약사범 전국 동창회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중독에 대한 느슨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도 환자들을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천영훈 원장은 “향정신성의약품도 일부 빗나간 의료계가 살 빠지는 약 등으로 판매하고 있고 인터넷 등에서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마약상이 늘고 있다”며 “청소년의 마약 문제는 정말 심각한데 본드나 부탄가스, 락카를 이용하기도 한다. 본드는 마약류 관리법이 아니라 유해물질관리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마약사범으로 분류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문제점을 나열했다.

이어 “마약을 판매하는 판매상들이 사라져야 하고 징벌적인 마약사범들의 처리보다 이들이 마약을 끊을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며 “담배나 알코올의 경우 건강증진부담금 등으로 중독질환자를 도울 수 있지만 마약은 정부가 압수한 마약을 판매해 돈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심각한 문제는 중독을 질환으로 보지 않고 범죄로만 보는 인식이다.

중독 관련 범죄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처럼 처벌 시 치료를 선행할 수 있도록 ‘치료명령제’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사랑병원 이계성 원장은 “미국의 경우 마약 전담 판사가 무조건 구속이 아니라 마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형 집행을 해 처벌보다 치료를 위주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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