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골칫거리 ‘응급의학’ 손대면 댈수록 손해
병원 내 골칫거리 ‘응급의학’ 손대면 댈수록 손해
[신년기획-비주류 센터, 왜 문제인가 ①응급의학센터] “밤새도록 환자 돌보는데 수가는 만원 미만”
  • 현정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1.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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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센터’라고 하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병원에서 센터는 ‘찬밥’인 경우가 많다. 돈이 안 되다 못해 오히려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유다. 그나마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돼 비급여 진료가 줄면 손해를 견디지 못한 병원들이 하나하나 돈 안 되는 센터들을 폐기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돈다.

이에 헬스코리아뉴스에서는 병원에서 찬밥 대우받는 대표 센터 응급의학·화상·중독센터를 찾아가 각각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①응급의학센터] 병원 내 골칫거리, 손대면 댈수록 손해
[②화상센터] “가난하면 화상은 치료 포기해야 할 정도”
[③중독센터] 정부 외면 속 범죄자 된 환자들, 무력한 병원들

[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사람은 아플 때 병원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특히 위급한 환자를 위한 응급센터는 어느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는 병원이라면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서 응급센터는 ‘골칫거리’이자 ‘찬밥신세’다.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라서다.

최근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가 북한병사를 치료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교수의 본의 아니게 ‘기생충 치료’가 ‘인권문제’로 관심을 샀다. 하지만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상식적인 의료수가’ 이야기가 있다.

이 교수가 언급한 기생충 치료는 장이 파열돼 기생충이 복강 내로 나오면 하나하나 핀셋으로 다 집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루에 10만개에서 20만개의 알을 낳는 회충은 다른 장기로 파고 들어가거나 구멍을 막기 때문에 대부분 몇 시간 이상 걸리는 ‘변연절제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같은 대규모 수술비는 겨우 1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변연절제술’ 이야기는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응급의학 분야, 특히 외상센터의 수가는 처절한 수준이다. 이국종 교수는 이같은 상황 때문에 본인이 근무하는 아주대병원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했을 정도다.

그나마 이국종 교수가 ‘아덴만의 영웅’으로 알려지면서 ‘이국종법’으로 일컬어지는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치료법 개정안’이 2012년 5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정부 지원예산은 계속해서 삭감됐고, 다시 이국종 교수가 북한병사 치료로 주목을 받으면서 중증외상 관련 예산이 정부안(400억원)보다 201억원 늘은 601억원으로 확정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 병원에서 응급센터는 ‘골칫거리’이자 ‘찬밥신세’다.

환자 1명당 251만원 적자 … 닥터헬기도 유류대 지원 못받아

이같은 상황은 이국종 교수만 겪고 있는 일은 아니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김진구 교수는 “예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등에 콘크리트 조각이 200여개가 박힌 환자를 8시간에 걸쳐 치료했다”며 “적용할 수 있는 수술 수가는 근육 내 이물 적출술 4만원(복합가산 적용 총 6만원)이었던 경험을 한 바 있다”고 회고했다.

A 대학병원 내과과장은 “응급실에서 환자의 호흡을 위해 앰부백을 수동으로 해야 수가가 산정되는데 밤새도록 해봐야 1만원 미만이었다”며 “의사가 앰부백만 붙잡고 있을 상황이 아닌데도 다른 보조인력에게 넘길 수도 없어 자동앰부백으로 비보험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당 전담의나 간호사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건비도 높게 들지만 일반입원실에 비하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라며 “병원이 100명을 보는 의사와 10명을 보는 의사가 같은 월급을 받는데 수익은 10% 정도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닥터헬기도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유류대만 연간 10억원이 넘지만 이를 따로 지원받고 있지 않다.

▲ 닥터헬기의 유류대도 지자체 부담이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이강현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의 진료비 삭감이 작년에만 50억원이었다”며 “환자 1명당 적자가 251만원 정도 나다 보니 병원은 계약직 비전임교원을 쓰게 되고 업무량 과중에 실력 있는 의사가 오래 버티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중환자를 담당하는 전담의의 경우 외래를 보지 못하는 규정 때문에 환자가 비교적 적은 지방의 병원은 그러기도 힘들다”며 “지방은 환자가 응급실을 가려면 한 시간 이상을 구급차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관리료가 하루 500원인데 지방병원의 경우 음압치료실을 만들 수 있겠는가”라며 “큰 규모의 대학병원은 병원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임대하거나 운영해 적자를 보전하지만 지방은 그러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인큐베이터 하나당 1년에 6000만원 손실

신생아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인큐베이터 하나당 1년에 약 6000만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병원에서 투자를 꺼려 신생아를 위한 병상이 부족해 센터마다 빈자리가 없는지 서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정부는 미숙아·신생아에 대한 진료 보장을 강화하려고 고빈도 진동 인공호흡기와 고성능 인큐베이터 등 고가의 최신장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중이지만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지역별로 수급이 불균형해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 일산백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별 신생아 집중치료를 위한 필요 병상수는 출생아수 1000명당 3.9병상인데 경기, 인천, 충북, 광주·전남 권역 등에서는 부족한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149개나 된다.

경기도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필요병상수가 443개이지만, 실제 345개고 인천은 99개가 필요하지만 80개밖에 안 된다. 충북은 23개 병상이 부족하며, 광주·전남의 경우 필요병상수가 107개이지만 9개 병상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6년까지 매년 50병상을 설치하는 것을 지원해왔으며, 지난해에도 25병상 설치를 지원했지만 실적은 15병상에 그쳤다. 그나마 올해 예산안에는 아예 설치비 지원예산이 빠졌다.

일산백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 황종희 센터장은 “우리 핸드폰은 365일 24시간 켜져 있어야 한다”며 “정부 지원, 예산 모두 부족한데다 소아는 어른처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해 일이 힘들어 지원자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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