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화상은 치료 포기해야 할 정도”
“가난하면 화상은 치료 포기해야 할 정도”
[신년기획-비주류 센터, 왜 문제인가 ②화상센터] 고가 재료 때문에 치료 포기 사례 많아 … 병원이 후원금 모집하고 재료 개발 나서기도
  • 현정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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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센터’라고 하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병원에서 센터는 ‘찬밥’인 경우가 많다. 돈이 안 되다 못해 오히려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유다. 그나마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돼 비급여 진료가 줄면 손해를 견디지 못한 병원들이 하나하나 돈 안 되는 센터들을 폐기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돈다.

이에 헬스코리아뉴스에서는 병원에서 찬밥 대우받는 대표 센터 응급의학·화상·중독센터를 찾아가 각각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①응급의학센터] 병원 내 골칫거리, 손대면 댈수록 손해
[②화상센터] “가난하면 화상은 치료 포기해야 할 정도”
[③중독센터] 정부 외면 속 범죄자 된 환자들, 무력한 병원들

[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그나마 응급의학센터의 문제점은 이국종 교수 덕에 대중에 문제점이 상당히 알려졌다. 하지만 그만큼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화상센터다. 화상센터도 응급의학센터 못지않게, 혹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비상식적인 보험급여’가 문제로 꼽히고 있다.

화상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증질환 중 화상은 돈이 없으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질환이다. 화상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폼(Form)의 경우 화상범위와 상관없이 주 3회 두 장만 급여가 되고 나머지는 비급여 치료로 이뤄진다.

산업재해를 입은 경우에도 보상과 치료는 적다. 화상 치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비중이 다른 치료들보다 높아서다.

예를 들어 근로복지공단은 화상을 입으면 외모상 불이익 때문에 취업이 어려워짐에도 움직일 수 있으면 괜찮다고 보험급여를 줄인다. 화상으로 인해 구축이 온 관절의 가동각도가 어느 정도 제한을 받는 상황에도 식사에 지장이 없으면 정형외과적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관점을 들이댄다.

▲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에서 화상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한강수병원 고장휴 부원장은 “중화상환자는 몇 억원의 치료비가 들 수도 있다. 재료비 자체가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비싸다”며 “전신 중화상의 수술비는 200~300만원인데 비급여인 재료비가 4000~5000만원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고 설명했다.

고 부원장은 “수술 이후 살아가는 것도 문제다. 장애등급이라도 나오면 도움이 될텐데 70% 전신화상을 입어도 얼굴만 멀쩡하면 장애등급이 나오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화상센터를 운영하는 병원들은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베스티안병원, 한강수병원,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치료에만 신경써야 하는 의료기관들이 환자들의 경제적 여건까지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화상환자들은 외모 상 입는 타격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워낙 심각해 정신과 치료도 필수적인데, 이 치료비도 모두 비급여다.

한일병원 화상센터 송진경 센터장은 “화상은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많고 환자가 의욕이 없거나 할 경우에도 치료가 2배 더뎌진다”며 “잘 치료될 거라는 희망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의뢰해 환자가 정신적으로도 좋아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모셔오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재료 자체가 비싸니 아예 병원에서 인공피부 개발 나서기도

화상센터에서는 인공피부 등 비싼 재료비도 문제다. 돈이 안 되다보니 제약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 들려고도 안 해 대부분 비싼 수입재료를 쓰거나 1억원 이상 드는 사체피부를 써야 한다. 환자들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인공피부의 경우 2종에 불과하며, 하루에 세 번 이상 갈아줘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1주일에 두 번 이상 사용할 경우 보험급여에서 제외된다. 주사제의 경우는 주 1회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베스티안병원, 한강성심병원, 한강수병원 등 화상센터를 운영하는 병원들은 아예 직접 인공피부를 개발하는 시도 중이다.

한강수병원 고장휴 부원장은 “화상 치료제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국산화해서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환자를 위해 중요하다. 치료 자체는 싼데 재료비가 비싸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생체공학을 이용한 바이오 인공 피부를 개발 중인데 하나의 유래조직은 하나의 피부층만 재생해 3개의 피부층을 만드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일병원 송진경 센터장은 “과거에는 소독약을 들이붓고 붕대와 바셀린으로 드레싱을 해 환자의 고통이 가중됐다”며 “폼 제형의 경우 고통이 덜할 뿐 아니라 진통제가 들어있는 폼의 경우 고통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적용되는 300원짜리 붕대보다 폼 제형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김도헌 교수는 “정부지원으로 창상피복제 등을 개발 중”이라며 “각 병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싸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 … “군대에서도 화상 전문 인력 부족”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력도 문제다. 화상은 저수가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인력도 많이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전신화상환자의 경우 붕대만 갈아주는 드레싱 처치에만 숙련된 의료진 5명이 30분 이상 걸린다.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병실도 무균실이어야 하는데 감염관리료는 하루 500원밖에 되지 않는다.

치료가 쉽지도 않다. 대부분 대학병원급 응급실에서도 처치가 가능하지만 화상 자체를 잘 모르거나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화상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모두 응급 치료 시기를 놓친 상태다.

▲ 한강수병원 천미선 간호사가 치료간호사실에서 한 화상 환자에게 수술 후 드레싱을 하고 있는 모습.

김도현 교수는 “화상이라는 질환이 유병률은 1%가 안돼 정부에서 이쪽만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그렇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장애가 남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들이 찾는 군병원에서도 화상을 다루는 군의관이 거의 없다. 군병원에서 소령 급이 수련 받으러 오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화기를 다루는 군인들의 속성상 화상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도 전문적인 처치가 가능한 의사들이 군대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상센터 관계자들은 환자들의 몰이해를 센터 운영의 난점으로 꼽았다. 물론 저수가에 비보험치료가 많은 상황을 환자들은 잘 모르다 보니 어쩔 수 없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이 비싼 진료비와 관련해 병원에 항의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김도헌 교수는 “화상외과의는 환자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고 재활시켜 사회로 복귀시키고 싶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외에도 물리치료나 영양까지도 신경 써 회복에 1%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런 노력을 돈벌이로만 보는 경향이 심한 편”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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