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디지털헬스케어③]“아직 찬반 이야기하긴 일러”
[신년기획 디지털헬스케어③]“아직 찬반 이야기하긴 일러”
의협 김주현 대변인 인터뷰 … “원격의료는 ICT의 일부, 정부안 재점검 해야”
  • 김다정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12.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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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의료계·시민단체의 ‘불협화음’이 문제다. 정부는 핑크빛 미래를 제시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다. 이에 단순한 찬·반 움직임을 벗어나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 기본부터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① 0과 1이 바꾸는 의료의 미래
②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③ “아직 찬반 이야기하긴 일러”

[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으며,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원격의료에 가로막혀 1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두 차례나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업계와 정부는 의료법 개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국가적인 주요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의료계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도 자기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격의료를 찬성하고 나섰던 적도 있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정부의 개입없이 자율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

헬스코리아뉴스는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을 만나, 이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반대하는 이유,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ICT 융합 의료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아직 ICT 융합 의료에 대한 의견은 없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ICT 융합 의료는 IoT(사물인터넷)·AI(인공지능) 등을 모두 포함하고, 원격의료는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ICT 의료 자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바는 없다.

ICT 의료는 아직 기업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도 별로 없는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찬·반을 논하기는 아직 섣부르다.”

-. ICT 의료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다.

“안전성도 문제지만,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오히려 사생활 노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프랑스 의사들은 카메라의 뒤로 비치는 환자의 사생활이 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우리가 놓친 부분 중 하나다. 우리는 그동안 안전성·유효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사생활 노출에 대한 문제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보면 연속성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고혈압·당뇨환자들에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수치를 적어오라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나이가 많다보니 잊어버리거나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아 연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안전성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검증이 안됐다. 이번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보건복지부에 정보노출이나 해킹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달했지만, 복지부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직은 ‘뜬구름 잡기’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 ICT 의료 도입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시민단체의 우려는 의료가 산업화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만성질환 시범사업도 기기를 구매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주목적인 환자 관리는 소홀해지고 산업화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반대하는 것이다. 기기도 우리나라 제품이 아닌 외국 제품을 도입하고 있어 결국 산업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반대 의견도 수렴해 천천히 추진해야 하는데, 이미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쫓아오라고 하니까 다 저항을 느끼는 것이다.

안전성·유효성 문제로 들어가면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 진단하는 경우 정확도가 100%가 아니므로 오진 가능성이 있다. 오진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 없이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독일·미국·일본 등에서도 초진 환자는 절대 원격진료하지 않는다. 아직 법적인 체계가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공병원에서부터 원격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것도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망·오진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은 공공의료기관이 져야 하는데, 이는 결국 정부에 이슈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ICT 의료로 인해 일차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틀 속에서는 일차의료가 붕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환자들은 당연히 질 좋은 병원에 가고 싶어 할 것이다. 대형 병원이 원격의료 전담의사를 뽑아 환자들을 집중관리하면 환자들이 큰 병원에 몰릴 것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병원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환자의 진단을 돕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도입하지만, 결국 진료보조만 하고 정작 수술은 큰 병원에서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기관 또는 일부지역에서만 실시할 수 있도록 범위를 국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 대부분 디지털 헬스케어 자체를 원격의료로 보는 시선이 많다.

“용어를 너무 잘 정했다. ‘원격’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귀찮게 병원에 가지 않아도 핸드폰으로 진료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도록 네이밍을 잘했다. 이전에는 텔레메디슨·화상통신이라고 했는데 원격이라고 하니까 디지털 헬스케어 자체로 인식하게 만든 것 같다. 원격의료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부분인데 마치 하나로 연결된 듯한 인상을 준다.

사실 원격의료는 고혈압·당뇨환자들보다는 바빠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젊은층에 맞는 이야기다. 고혈압·당뇨환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기 때문에 핸드폰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직장일로 바쁜 사람들이 모바일로 사진을 전송하고 처방받아, 택배로 약을 받는 시스템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ICT 의료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예를 들어 IoT를 통해 환자들이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에 대해 경고를 하는 것은 정말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담당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에 대한 예방·관리·안전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

-. 원격의료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빨리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이송책이 중요하다. 만약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가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진단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선진국 의료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도서지역에 있을 때,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뒷받침 없이 원격에만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의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뒷받침이 갖춰져야 한다.

원격의료도 국민의 안전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료·치료·사업성으로 가다보니 무리수가 있는 것이다.

복지차원에서 본다면 오히려 고혈압·당뇨환자를 지속적으로 전화 상담하고 관리해주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정부가 ‘대면진료를 없애고 원격의료를 하자’는 입장이어서 의사협회에서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ICT 융합 의료를 도입한 사례가 많다. 왜 우리나라는 어려운가.

“일본에서 원격의료는 꽤 오래된 사업이다. 첫 번째는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이었다. 처음에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전송해 원격으로 의견을 듣는 텔레메디슨의 개념으로 시작됐다. 후에 고시를 통해 환자까지 확대된 것이다.

미국은 워낙 수가가 비싸고 오지에 있는 환자를 위해 일부 주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보험회사가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의료법상 의사 간 원격의료는 가능하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국내 수가는 외국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수가를 낮게 측정해 남은 돈으로 이제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에 외국은 진료보다는 모니터링 등 복지차원에서 시작했다. 환자가 의사에게 전화해서 궁금한 것을 묻고 전화를 하다 보니 정부가 수가의 필요성을 깨닫고 수가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왕진수가가 없기 때문에 전화상담은 불법 진료다. 수가를 못 받는다.”

-. ICT 의료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어 외국은 이미 시장 선점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94년에 의사와 의사간 원격의료가 처음 나왔을 때 오히려 의협이 더 찬성하고 나섰었다. 이번 정권에서 너무 심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반대하는 것이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원격의료는 의사들에게 맡겨놓으면 된다. 산업화로 가기 위해서는 복지부가 나서지 않으면 된다. 모든 의료가 정부 주관으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다. 민간에 자율적으로 두면 성장할 산업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고 IT기업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늦게 출발하더라도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ICT 의료에 대해 먼저 틀을 짜고 여기에 맞추려는 것은 안된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를 한다면 충분히 선도국가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정해놓은 틀을 다시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ICT 의료는 자체는) 좋은 제도이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ICT 의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ICT는 참 좋은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ICT 의료기기 분야에 의사들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관심도 많다. 회사를 설립한 의사들도 있다. 의협이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ICT 의료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가치가 있다. 의사들이 이런 기술을 혁신적으로 받아들이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나라들이 ICT 의료 사업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이 순수하게 투자를 하고 좋은 재능·지식을 쌓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자율적으로 발전해나가면 더 좋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민간업체에서 추진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들도 ICT 의료에 대해 새로운 4차 산업의 혁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산업 자체에 부인하지 않는다. ICT로 인해 의사의 역할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의사들이 나서서 접근하자는 것은 앞으로의 힘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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