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디지털헬스케어②]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신년기획 디지털헬스케어②]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의료계·시민단체, 안전성·법적책임 등 문제 제기 … ‘국내 필요 불가론’ 까지 나와
  • 김다정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12.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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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의료계·시민단체의 ‘불협화음’이 문제다. 정부는 핑크빛 미래를 제시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다. 이에 단순한 찬·반 움직임을 벗어나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 기본부터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0과 1이 바꾸는 의료의 미래
②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③ “아직 찬반 이야기 하긴 일러”

[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와 의료를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원격의료법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공론화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군부대·원양어선·산간지역 등 의료취약지에서 요양기관·장애인까지 확대했다. 모바일 기반의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업계도 이에 호응, 수많은 제품들을 시장에 쏟아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산업계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현장과 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특히 ICT와 의료의 접목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군부대·원양어선·산간지역 등 의료취약지에서 요양기관·장애인까지 확대했다.

원격의료 안전성 논란 … 법적책임은 누가?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으로 꼽히는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가장 높다. 아직 ICT 기술이 완벽하게 대면진료를 대체할 만큼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주사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불안정한 화질·낮은 해상도·통신장비의 오류나 접속 불안정·느린 전송속도 등은 의료 정보의 질을 떨어뜨려 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를 실시했을 때 영상기기의 해상도나 각도·빛의 유무 등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고,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신체기능을 측정할 경우 기기적 결함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들은 오진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의사가 기술적인 이유로 오진을 했을 때, 그 책임은 오진을 내린 의사의 잘못인지, 기기를 만든 업체의 잘못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없이 섣불리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의료·시민단체 측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책임 문제와 관련해 환자의 책임이나 장비의 결함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사들에게 입증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단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컴퓨터의 진단이 100% 정확하지 않아 오진의 가능성이 있고 의사와 컴퓨터의 진단이 다를 경우 오히려 환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국내 의료환경, 디지털 헬스케어 효용성 떨어져”

‘국내 의료환경에서 원격의료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달한 이유는 넓은 국토에 인구가 흩어져 있고, 의료비가 비싸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는 의료비용이 높은 미국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신흥국 등에 적합하다”며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와 관련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통해 만성질환을 지속·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보다는 건강보험의 공공성과 보장성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의료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규제완화 등은 기본적으로 산업계와 병원자본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책”이라며 “이런 정책은 공공성에 입각한 보건의료 제공체계와 건강보험 운영 원리와는 궤를 같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의협 임원들이 의협회관 앞에서 원격의료와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사·환자 간 신뢰붕괴로 이어질 수도”

시민단체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정보 유출’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과정에서 음성·화상·동영상 등의 형태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전송된다. 보안프로그램을 운영할지라도 악성코드에 감염될 위험이 있고, 해킹과 정보매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어 디지털과 관련된 논의에는 정보보안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빅데이터 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보유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의료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는 개인의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보험사가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알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된다.

임신·낙태·감염병 등과 같은 정보는 사회적 낙인·배제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상의 불이익이나 집단적 왕따·사회적 평판 저하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환자들이 진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내밀한 얘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자신의 정보를 잘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믿음이 깨지면 의사·환자 간의 신뢰붕괴로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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