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사안을 두고 이랬다 저랬다 갈지자(之)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잠시 지난해 4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식약청은 복제약의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자료 조작사건과 관련, 자료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으로 분류된 576개 품목은 선의의 피해발생 등을 우려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자 의협이 발끈하고 나섰다. "약품의 선택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혹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보건복지부 및 식약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의협의 손을 들어주었고 식약청은 그해 11월5일 의협측에 미공개된 576개 품목의 리스트를 넘겨주었다. 의협은 즉시 환영의 뜻을 밝혔고 "관련정보를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물론 생동성시험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생동성시험이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도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의협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배경을 직감하고 있었다. 약사들이 주장하는 성분명처방 저지를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것이다. 복제약의 성분명 처방이 허용되면 약의 선택권은 사실상 약사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의협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소송은 왜 제기했는지 의문마저 들게 한다. 주수호 회장은 최근 한국제약협회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생동성 검사에 문제가 있는 제약회사 명단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발표해야한다는 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가 있었음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9군데 잘못된 제약회사의 잘못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군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대한민국은 앞으로 선진사회로 가야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서법 때법같은 것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생동시험 자료 미공개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소송은 왜 제기했는가. 지금도 생동성 시험에 자유롭지 못한 많은 제약회사들은 ‘의협이 가지고 있는 시한폭탄에 코가 끼어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의협은 진정 선진사회로 가려는 의도가 있는가? 아니면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가? 주수호 회장은 의사가 대우받는 사회를 강조하기에 앞서 본인이 우리사회의 전문가 집단을 대표하는 의협의 수장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생동성시험 자료의 공개여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할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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