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거 17년…환자단체 vs 혈우재단 갈등고조
불안한 동거 17년…환자단체 vs 혈우재단 갈등고조
혈우재단은 왜 소송을…녹십자의 입김인가, 자발적 결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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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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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대 정문 건너편 혈우재단 건물. 이 건물에는 재단과 혈우재단의원, 그리고 코헴회가 입주해 있다.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 맞은편 혈우재단빌딩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요즘도 숨죽이는 긴장감이 감돈다. 평생 출혈문제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혈우병환자들의 약 70%가 이 건물 1,2층에 자리한 혈우재단의원(원장 유기영)에서 치료를 받는다.

건물 2층에는 혈우병환자들의 모임인 한국코헴회(회장 유덕현)가, 3층에는 한국혈우재단(이사장 최용묵)이, 4,5,6층은 녹십자사 서울지사가 각각 입주해 있다.

3자는 모두 혈우병환자들의 복지와 자활, 자립 등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설립됐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환자단체인 코헴회와 혈우재단에 보이지 않는 앙금이 깊게 쌓였다.

환자권익보호를 위해 설립된 코헴측은 당장 사무국을 비워주어야할 입장에 놓여있다. 동거 16년만인 지난해 5월, 혈우재단측이 코헴회측을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 올해 2월1일 승소판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코헴회측은 “이것이 결과적으로 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용문제에서부터 불거진 것”이라며 “지금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녹십자사와 혈우재단과의 관계부터 이해해야한다”고 말한다.

재단설립 10년만에 양자 관계 적대적

혈우재단과 코헴회측에 따르면 혈우병치료약을 생산·판매하는 녹십자사의 허영섭 회장은 지난 1990년 혈우병 환우회 어머니들부터 환자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을 제의받고 지난 1991년 2월 사회복지법인인 한국혈우재단과 치료기관인 혈우재단의원을 설립했다.
 

▲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 정문 건너편 혈우재단 건물 입구에 재단간판과 녹십자사 서울지사 간판이 나란히 붙어있다.

이렇게 설립된 재단은 지난 1998년6월까지 허 회장이 3대에 걸쳐 이사장을 역임했고 초기 10년간 재단의 내부 살림은 환우회 소속의 어머니가 상임이사 자격으로 관장해왔다. 이를테면 녹십자와 환자단체가 재단을 공동으로 설립, 운영해온 셈이다.

녹십자사는 특히, 환자들이 투약하는 약값의 본인부담금(20%)도 전액 재단을 통해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자간의 신뢰는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6년 기준 녹십자로부터 25억원을 지원받았다는 혈우재단측은 지난 2000년 환우회 소속 어머니가 상임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본인부담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코헴회측에 통보했다.

이를두고 코헴회측은 “녹십자사가 자사 약물의 매출을 위해 재단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코헴회 관계자는 “본인부담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말에 환자들 사이에도 분열이 있었다”며 “어머니회가 재단운영에서 손을 뗀 것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면, 재단측은 “코헴회측 회원들이 후원사인 녹십자를 비난하는 등 정상적인 후원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재단운영에 따른 갈등의 원인을 환자단체에 돌렸다. 말하자면 코헴회측과 재단과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에이즈감염 혈액원료로 혈우병치료약 제조"…아직 해소되지 않은 환자 불안감

그러던 중 2005년 국정감사에서 에이즈감염 혈액이 혈우병치료약 원료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혈우재단과 환자단체간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환자들은 “감염혈액을 원료로 사용한 녹십자사 제품은 안심할 수 없다”며 의원측에 다른 제품으로의 교체를 요구했으나 의원측이 이를 거부하자 2006년 1월 유기영 현 원장의 퇴진농성을 벌이기에 이른다.

병원측은 농성이 계속되자, 진료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91년 개원 이래 사상 유례없는 휴진으로 맞섰다.

 

▲ 한국코헴회 사무국에는 녹십자사가 에이즈 감염혈액으로 혈우병치료제를 제조했다는 안내문이 지금도 나붙어있다.

당시 사태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평소에도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원장의 출근을 육탄저지할만큼 혈우재단과 의원에 대한 환자단체의 불신은 높았다”고 말했다.

양측은 유전자재조합제제의 보험급여확대 문제를 둘러싼 날선 공방도 지속하고 있다. 코헴회측은 그동안 유전자재조합제제의 보험급여를 모든 환자에게 확대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 제제는 혈액제제와 달리, 에이즈나 C형 간염의 감염위험이 없어 환자들이 투약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 정부는 1988년 이후에 출생한 환자들에 대해서만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고가인 약물을 모든 환자에게 확대할 경우 보험재정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복지부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비급여 이유다. 코헴회측은 이것이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녹십자사의 압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코헴회, "혈우재단의원, 특정제약사 이익 대변 느낌"

일례로 혈우재단을 통해 사실상 녹십자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혈우재단의원측은 코헴회측이 요구하는 급여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것이 코헴회측의 주장이다.

코헴회 김영로 사무국장은 “우리가 보험급여 확대를 요구할 때 혈우재단의원의 유기영 원장은 복지부에 이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병원이 환자치료보다 특정제약사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복지부는 환자와 혈우재단이 합의를 하면 보험급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재단이 보험급여확대를 반대하고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업에 장애가 되는 코헴회를 재단과 완전 분리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혈우재단, "녹십자사, 재단운영 관여안해…후원사 입장에서 의견 개진하는 것"

 

▲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하고 1,2,3대 이사장을 역임한 녹십자사 허영섭 회장.

이에대해 혈우재단 관계자는 “녹십자는 재단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기금을 출연하는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료역량 향상을 위해서는 혈우재단의 공간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진료실 확장계획은 지난 2005년부터 세운 것”이라며 “코헴회가 인근의 다른 건물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단체(코헴회)와 환자는 분리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도 덧붙였다.

한편, 녹십자사 허영섭 회장은 지난 98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 혈우재단의 고문으로 있다. 또 10여 년간 환우회 소속 어머니가 맡고 있던 재단 상임이사(전무) 자리도 녹십자사의 전 임원이 맡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은 “재단을 정관과 이사회 의결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재단측의 주장은 거짓말이다”며 “최종 결정은 녹십자사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혈우재단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녹십자, "갈등은 있었지만 추방은 아니다"

녹십자사는 본지 보도와 관련,  "환자단체를 추방하는 것은 아니며 (사무실 이용권을 놓고) 갈등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추방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이미 그쪽(코헴회)에도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코헴회의 몇몇 집행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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