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헴회 "혈우재단의원, 녹십자 약물 의도적 처방"
코헴회 "혈우재단의원, 녹십자 약물 의도적 처방"
혈우재단 "녹십자 후원금 연간 20~30억"...대학병원 의사 "이해할 수 없는 처방"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8.07.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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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녹십자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한국혈우재단 산하 혈우재단의원이 녹십자사 약물 처방문제를 놓고 환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환자단체인 코헴회와 환자들은 혈우재단의원이 녹십자의 혈액제제 처방을 늘리기 위해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처방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약물은 박스터가 생산하고 녹십자에서 판매하는 혈액제제 '훼이바'와 노보노디스크에서 생산·판매하는 유전자제조합제제 '노보세븐'.

훼이바와 노보세븐은 모두 혈우병 환자에게 항체가 생겨 기존 치료제로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혈우병 전문치료제로, 노보세븐은 올해 6월부터 훼이바와 같은 1차 치료약물로 보험급여가 확대 적용됐다.

◆혈우병 환자들 "녹십자 혈액제제 불안해서 투약 못하겠다" 

두 약물이 다른 것은 AIDS/HIV, C형 간염 등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훼이바(혈액제제)와 달리, 노보세븐(유전자제조합제제)은 감염위험이 없다는 것.

실제로 혈액제제를 사용함으로서 생기는 감염 문제는 그동안 수차 사회문제가 됐으며, 혈우병 환자들은  혈액으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C형 간염이나 AIDS의 감염율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 혈우병 백서에 따르면 혈우병 환자들 가운데 C형간염환자의 유병율은 34%로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높았으며 B형 감염 역시 일반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코엠회측에 따르면 현재 에이즈 감염자도 약 25명에 달한다. 2000여명에 불과한 혈우병 환자수에 비추어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

1990년대 초에 발생한 혈우병 환자 청소년 10여명의 AIDS 집단감염사태는 녹십자사의 혈액제제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논문을 발표한 조영걸 교수는 녹십자로부터 15억원의 소송을 당했지만 올해 초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들은 보험급여가 확대된 이후 안전한 노보세븐을 원하고 있고 특히 체질상 훼이바가 듣지 않는 경우, 생존을 위해서는 노보세븐의 투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혈우재단의원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노보세븐을 1일치 처방해줄 경우 훼이바는 2일치를 끼워넣는 식으로 처방해주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환자측 주장이다.

 

▲ 한국혈우재단과 의원이 입주해있는 서울 서초동 녹십자사 서울지점 건물

◆"혈우재단의원, 노보세븐 필요한 환자에게도 원외처방은 훼이바"

혈우병은 갑자기 출혈이 생기고 멈추지 않는 위험한 병이다. 출혈이 외부로부터 물리적인 충격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는 중에도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빠르게 지혈제를 투여해야하는데, 환자들은 예방 차원에서 한달에 약 10병 중 처음에는 4회, 나머지 2번은 3회 분량을 처방 받아 정맥주사를 한다. 

한국코헴회 김영로 사무국장은 "환자들이 혈우재단의원에서 3회 분량 처방받을 경우 원내 치료시에는 노보세븐을 투약받지만, 나머지 2회는 훼이바로 원외처방을 받는다"며 "훼이바가 잘 듣지 않아 노보세븐이 필요한 환자에게 약물을 번갈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처럼 환자들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처방을 내리는 이유에 대해 "혈우재단이 사실상 녹십자에 의해 설립됐고 보이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혈우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녹십자가 혈우재단에 매년 기부하는 금액은 20~30억원. 게다가 녹십자 허영섭 회장은 혈우재단의 1, 2, 3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재단설립초기 환우회 소속 환자의 어머니가 맡았던 재단 상임이사도 지금은 녹십자 전 임원이 맡고 있다. 녹십자 서울지점도 이곳에 입주해 있다.

◆혈우재단 "재단운영에 녹십자 영향 없어...효과 때문에 훼이바 처방"

 

 

 

 

▲ 혈우재단 건물 입구에 재단간판과 녹십자사 서울지사 간판이 나란히 붙어있다.
"녹십자측의 영향 때문에 훼이바를 처방한다"는 코엠회측의 주장에 대해 혈우재단측은 "녹십자의 영향은 없다"고 단언한다. 

 

 

혈우재단 관계자는 "녹십자측을 밀어 준다면 녹십자가 판매만하는 '훼이바'보다 녹십자에서 제조판매하는 약(그린모노, 그린에이트, 훽나인)을 더 많이 처방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혈우재단 관계자는 또 "병원측은 반감기도 길고 지혈효과도 길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처방하는 것"이라며 "노보세븐은 약효가 떨어지는 반감기가 약 2시간, 훼이바는 10시간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즉, 약효때문에 훼이바를 처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훼이바나 노보세븐은 항체가 생겨 '그린모노'나 '그린에이트' 등과 같은 제품이 잘 듣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즉, 훼이바는 노보세븐과 함께 항체 형성 환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녹십자사의 유일한 품목인 것이다.

◆코헴회 "앞뒤 안맞는 주장"

코헴회측은 "혈우재단의원이 과거 7년동안, 그리고 지금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녹십자사 제품을 처방한다"며 "재단측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코헴회측은 또 "과거 훼이바로 효과가 떨어져 2차 제제로 노보세븐을 사용했을 때도 훼이바를 함께 처방했다"며 "재단측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밖에 혈우재단 관계자는 "약값 때문에 훼이바를 처방한다"는 주장도 했으나 현재 노보세븐의 가격은 훼이바보다 더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코헴회측 관계자는 "희귀질환인 혈우병 환자의 약값(본인부금금)은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하고 일부 국가에서 부담하지 않는 환자들에 대해서만 혈우재단이 부담하기 때문에 '약값 때문에 훼이바를 처방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혈우재단에 등록된 환자의 Factor VIII치와 치료용량에 대한 문의는 한국혈우재단 원장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혈우재단이 재단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녹십자사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실려있다.


◆대학병원 교수들 "병용처방 이해할 수 없다"

혈우재단측의 처방 행태는 환자뿐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록 따로 따로 투약하는 것이지만 훼이바와 노보세븐을 번갈아 투약할 수 있도록 두 제제를 동시에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것이다. 

A대학병원 혈액종양학과의 한 교수는 "통상 다른 약제를 사용할 때는 기존 약제가 잘 듣지 않기 때문"이라며 "병용해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연구된 바는 없으나 두가지 약물을 같이 처방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교수 역시 "처방 원칙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혈우재단측의 처방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환자들은 왜 대학병원 대신, 처방에 불만을 제기하면서까지 혈우재단의원을 찾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몇몇 대학병원을 찾을 경우 환자들이 원하는 노보세븐을 원외처방으로 받을 수 있지만 대기시간이 매우 길고 진료비 역시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치료비를 무시할 수 없는 환자들로서는 결국 선택의 여지없이 혈우재단의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김영로 국장은 "약은 대부분 환자의 어머니들이 타러 가는데 약 타러 대학병원까지 간다는 것은 번거로울뿐 아니라,  광주, 부산의 혈우재단의원과 서울의 한 의원(이용자 10명 안팎)을 제외하면 환자들이 약을 탈 수 있는 의원은 서울에 있는 혈우재단의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혈우재단의원, 혈우병치료제 시장 66% 점유...처방 의원 없어 환자 선택 여지 없어  

사정이 이렇다보니 약 처방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 혈우재단의원에서 소모되고 있다. 혈우재단 2007AnnualReport(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혈우재단에서 소모되는 혈우병치료제는 총 1억2951만IU중 8579만IU로 66.2%에 달한다.

또 훼이바는 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전체 소모량 874만IU중 576만IU(66%)가 혈우재단의원에서 소모되고 있다.

반면 혈우재단의 노보세븐 사용량은 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전체 소모량 24만KIU중 6만KIU(25%)에 그치고 있다.

김영로 국장은 "몸무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훼이바는 양이 많아서 몸무게 50kg인 환자의 경우 20cc짜리 10병을 10개의 주사를 사용해 투약해야하지만 노보세븐은 8cc짜리 한병만 투약하면 되는 사용상의 편의성도 있다"며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상식적인 처방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로 국장은 또 "후원하는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단이 일면은 이해가 가지만, 환자 입장에서 좀 더 안전하고 좋은 약을 선택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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