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3만 명대로 늘어나면서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산 치료제 허가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24일 본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또는 정식 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진행 중인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제프티’와 일동제약의 ‘조코바’ 등 2개 품목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5월 초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의 임상 2상 종료 후 긴급사용승인을 목적으로 임상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에 제출했다. 보고서를 검토해 긴급사용 승인을 해달라는 얘기다.
‘제프티’는 긴급사용을 위한 임상 2/3상에서 코로나19 증상 개선 시간을 위약군 대비 4일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용 후 16시간 만에 바이러스 수치를 56.65% 감소시키며, 위약군(4.1) 대비 우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P값도 0.0185로 0.05보다 낮아서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현대바이오측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먹는 치료제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긴급사용승인을 해야 할 만큼 상황이 긴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산 치료제 중 가장 먼저 승인을 신청한 일동제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동제약의 ‘조코바’는 지난해 긴급사용 승인이 무산되면서 상용화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조코바’는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한 제품으로,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처방이 시작됐다. 일동제약은 지난 1월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허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국산 치료제 허가를 마냥 미루고 있을 일이 아니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접어들었다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3만 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숨어 있는 감염자를 감안하면 실제 확진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을 보인다.
여기에 때 아닌 여름철 독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스크 착용 해제 등 방역규제가 완화된 영향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9~15일 독감 증상을 보인 환자 비율은 외래 환자 1000명당 16.9명으로, 최근 3주 연속 증가세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 국산 치료제가 단 1개도 허가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싼 수입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비보험 기준 실제 약값이 50만 원에 이를 만큼 고가이다. 비록 환자는 소액을 지불하고 약을 복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런 약들은 환자들의 접근성도 매우 제한적이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60세 이상이거나 60세 이하의 경우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팍스로비드’는 또한 경증 및 중등증 환자에게 투여가 허용됐지만 기존에 복용 중인 약물과 병행해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팍스로비드’는 40~65세 사이 코로나19 환자들에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백신 접종자에는 효과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국내에는 의사가 코로나19 환자에게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단 1개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가격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하면서 수익성 하락을 우려한 제약사들이 백신과 치료제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과 병상이 대폭 줄어들면서 환자들 사이에 치료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는 불만이 높다. 이럴때 일수록 치료제라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식약처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국산 치료제의 허가 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마냥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산 코로나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그동안의 발표가 거짓이 아니라면 식약처는 하루빨리 국산 코로나 치료제 허가를 통해 환자들이 자유스럽게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