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한울] 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기술수출과 신약 출시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듯 하다. 각종 지원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에 대해 의구심만 표할 뿐이다.
최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는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2차 치료제로인 ‘렉라자’의 매출은 연간 330억원대다. 처방이 1차 치료제로 확대되면 이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000억원대 매출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1차 치료제 허가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에 도전해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연매출 1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8조 5165억원, 2020년 11조 3672억원, 2021년 13조 3723억원 등 매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약 6조 원 규모로 성장세가 꺾였지만, 올해는 그간의 R&D 성과로 다시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수출 계약은 총 10건이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건 늘었다. 전체 계약 규모는 한화로 2조 8000억 원에 달했다. 다만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업체도 있어 실제 계약규모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구호에 그치거나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는 기억 속에서 잊힌지 오래다.
일례로 복지부는 올해 2월 신약 개발 투자를 강화해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을 톱6 강국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포함해 총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 마중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를 펀드 운용사로 선정하고 올해 2월 15일까지 펀드를 결성해 곧장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두 운용사가 출자자를 모으지 못하면서 펀드 결성 마감 시한은 5월 중순, 6월 말, 7월 말로 세 차례나 연기됐고 펀드는 겨우 1800억 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초 계획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쪼드라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아예 운용사 자리를 정부에 반납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4일 발표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제약바이오 육성과 관련된 내용이 보이지 않자, 정부가 제시한 목표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투자는 타이밍이고, 정책은 신뢰다. 윤석열 정부의 K-제약바이오 육성 정책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빠른 실천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