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보험사에 개인 건강정보 제공 당장 멈춰야
[사설] 민간보험사에 개인 건강정보 제공 당장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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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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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정부가 개인의 민감정보가 담긴 건강보험자료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위험천만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제공의 주체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이지만, 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 개방은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일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양 기관은 이를 위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건강보험자료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건강보험자료의 민간제공 방향에 대한 찬·반 의견을 공유하고 집중 토론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구실에 불과하다. 이미 답은 정해놓은 ‘답정너 토론회’일 뿐이다.

가이드라인이라는 용어 자체부터가 그렇다. 정보제공의 범위를 정하겠다는 것인데, 말장난이다. 처음에 물꼬를 트는 것이 어렵지, 그 범위를 넓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대 의견이 높다고 해서 이를 포기할 정부가 아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이런 토론회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공제인 개인의 민감한 건강보험정보를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보험사에 제공하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발상 자체가 불순하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자료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구체적인 개인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입자‧피부양자 자격, 보험료 부과 내역, 병의원 등의 진료이력, 건강검진, 장기요양보험, 자동차보험 내용 등 세밀한 개인정보와 사회·경제적 정보가 가득한 빅데이터 중의 빅데이터다.

이런 민감 정보가 보험회사에 흘러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험사는 애초부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해당 정보를 보험가입 차별 등 자사의 이윤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보험사들에만 유리한 상품개발을 하거나 보험 가입거절, 지급거절, 보험료인상 등에 활용할 게 자명하다. 영리 추구 기업에게 다른 이유는 존재할 수 없다. 

이같은 사실은 심평원이 민간보험사 10곳에 685만 건의 개인 의료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지면서 입증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실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민간보험사의 공공데이터 활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보험사의 정보요구 이유는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등이었다. 모두가 자사의 이윤추구를 위한 활동이다. 

심평원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8개 민간보험사 등에 누적 6420만 명분의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는데,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보험사들이 “새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하니 개인 의료정보를 넘겨 달라”고 요청했을 때 별다른 제한 없이 해당 정보를 내주고 있는 것이 우리의 보험당국이다. 

이는 개인의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공익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아니라,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다. 민간보험사에 공공데이터를 넘겨주는 것 자체가 공익을 위배하는 것이다.

공단과 심평원은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개가 웃을 일이다. 민간보험사에 개인의료와 건강정보를 넘겨주면서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니, 기가 차다. ‘동그란 세모’를 만들겠다는 발상만큼이나 모순이다. 

보건의료산업 활성화와 국민건강 증진 등 공익 목적으로만 환자의 의료정보 활용을 허용한다는 보험 당국의 설명은 그래서 더 괴변처럼 들린다.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은 건강보험 관련 공적 업무를 처리하라고 국민들이 정보를 믿고 맡긴 기관이다. 개인 동의 없는 가명정보 제공은 위험할 뿐 아니라 이를 금지하는 건강보험법과 충돌한다. 국민건강보험법 102조는 공단과 심평원이 축적한 개인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민들의 민감한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 제공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아무리 개인정보법이 개정됐어도 공단과 심평원 정보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우선이다. 

설령 ‘가명 처리’를 한다고 해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쉽게 재식별될 수 있는 게 가명정보이다. 특히 의료정보는 더 쉽게 개인이 특정될 수 있고, 유출되었을 때 큰 문제가 발생하는 민감정보 중 민감정보다. 이는 가명정보를 활용한 결과인 통계 값만 반출한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도 얼마든 정보유출 위험이 존재하고 이렇게 물꼬를 튼 이후에는 향후 가명정보 자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나라를 아예 아작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민간보험사에 대한 정보 제공은 당장 멈춰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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