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츠하이머병 치료 서광이 보인다
[칼럼] 알츠하이머병 치료 서광이 보인다
  • 한설희
  • admin@hkn24.com
  • 승인 2021.06.1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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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한설희] 미국 FDA가 지난 7일(현지시간) 우여곡절 끝에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카누맙’(aducanumab, 제품명 에듀헬름·Aduhelm) 이라는 획기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사용되어 오던 치료제들은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물이 아니고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 또는 완화해주는 ‘대증 치료제’ 였다.

그러나 이번에 사용이 승인된 ‘aducanumab’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 ‘아밀로이드베타단백’(amyloid beta protein, Aβ)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시키는 약물이다.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이 약은 근본적으로 Aβ에 대한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혈관에 주사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뇌조직에 축적되어 있던 Aβ가 일시에 제거되면서 미세한 뇌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뇌 MRI를 촬영해보면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해낼 수 있기 때문에 치료도중 MRI 변화가 나타나면 투약을 중단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약은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이것은 치매증상이 심한 환자들의 경우 기억을 포함한 우리의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뇌 구조물들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철근 구조물이 낡아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콘크리트 땜질로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자가 전공의로서 수련을 받던 시절에는 살아 있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당시만 해도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은 치매로 사망한 환자의 부검을 통하여 뇌조직에 Aβ가 존재한다는 것을 현미경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살아있는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이용하여 Aβ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더구나 아직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 예를 들면,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같이 향후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사람을 선별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기 이전에 뇌 안에 Aβ가 쌓이기 시작하는 사람을 미리 찾아내 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 신약의 개발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에 있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등장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Aβ의 침착 없이도 발병하는 치매 환자군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 안에는 Aβ 이외에도 또다른 신경세포 독성 물질인 신경섬유원다발(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 되어 만들어지는 물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어야 비로서 완전한 알츠하이머병의 정복이 이루어진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으로 승인된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몇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치료 대상자의 선정이다. 모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약물은 뇌 안에 Aβ가 존재하며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만이 우선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치료 시작 전에 뇌 안에 Aβ가 침착 되어 있고 뇌혈관 병변이 없음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아밀로이드 PET라는 검사가 필수적이다.

둘째, 치료가 시작되더라도 일정 기간마다 뇌 MRI를 촬영하여 부작용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여야 한다. 증상이 없이 부작용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알츠하이머병의 완벽한 치료제가 아니므로 새로운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기존의 치료제 사용을 지속하여야 하며 병의 진행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큰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게 됐지만, 결국 만만치 않은 진단 및 치료 비용의 문제가 떠 오를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

 

[본 칼럼과 관련,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이 몇가지 설명을 첨부합니다.] 

① 본 칼럼을 읽는 독자들은 “치매가 드디어 정복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섣부른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치매는 한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신약(상품명 애듀헬름, Aduhelm) 만으로 치매를 치료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② 환자나 그 가족 입장에서는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국내 도입 시기도 궁금하실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시판승인을 받은 신약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임상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설령 임상 1상과 2상을 면제받는다고 하더라도 임상 3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아두카누맙’이 실제 환자에게 투약되기까지는 적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③ 기대와 달리 한국에 들어오지 못할 수 도 있습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아두카누맙’은 미국에서도 진통끝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말 “‘애듀헬름’이 승인에 필요한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만장일치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FDA는 이같은 자문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지난 7일 ‘애듀헬름’을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했습니다. “명백한 약효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알츠하이머 유발 인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승인의 이유였습니다. 

이 때문에 FDA 자문위원 3명이 최근 줄사직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당장 미국내에서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FDA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하버드대 의과대학 애런 케셀하임 박사의 경우, 재닛 우드콕 FDA 국장 대행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번 승인이 아마도 최근 미국에서 내려진 신약 승인 결정 가운데 최악일지 모른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려면 자문위원회를 왜 두었냐”는 것이겠죠. 물론 FDA가 자문위의 권고를 따를 의무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권고를 수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따른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④ 여기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약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듀헬름’ 임상은 앞서 한 번은 실패하고 다른 한 번에서도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력에 도움이 된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신약 심사에서 엄격하기로 유명한 FDA 자문위가 만장일치로 승인 반대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 식약처도 FDA와 같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위와 같은 이유로 자문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 칼럼과 관련,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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