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정신과 제약산업-③] ESG 등 투명성 강화 · 사회적 가치 확대 시스템 구축
[유일한 정신과 제약산업-③] ESG 등 투명성 강화 · 사회적 가치 확대 시스템 구축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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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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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널리 알려진 것처럼 유일한 박사는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며, 동시에 기업인 이었다. 일제치하이던 1926년, 그가 세운 유한양행은 세계 유일의 주인없는 기업이다. 그는 평생을 애국과 애족, 그리고 나눔이라는 선도적 삶을 실천에 옮긴 국보급 스승이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 토종제약사 1위 자리에 우뚝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 바탕엔 '유일한 정신'이 자리한다. 9세의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귀국 이후에는 교육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통해 한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던 '유일한 정신'을 통해 한국제약산업의 가치와 역할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상훈] “이제 변화의 때가 왔다. ESG라는 따뜻한 자본주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정부는 올해를 'ESG 경영'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도록 힘껏 돕겠다.”

지난달 31일,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Environment, Social, Covernance)의 중요성을 특별히 언급한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이 매출, 영업이익 등 단순히 이익을 내는 재무적 성과 중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회적 가치와 책임경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EGS는 요즘 국내외 산업계 전반에서 핵심 경영이념으로 급부상, 앞으로는 이를 외면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투자 최우선 순위를 ESG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전체 운용 자산의 50%를 ESG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 한 금융회사는 ESG채권을 만들고 공익에 기반한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ESG 관련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지만 아직 국내 ESG경영은 초기단계로 봐야 한다. 현대적 개념의 ESG 경영 개념은 이미 20여년 전 미국과 유럽에서 등장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국내 기업들은 발빠르게 세계적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 한국형 ESG의 초석을 다진 기업이 있다. 그 기업이 바로 유한양행이다. 

한국형 ESG 초석 다진 유일한 박사

유일한 박사의 어록 중에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청지기 정신이다. 청지기란 주인이 맡긴 것들을 주인의 뜻대로 관리하는 위탁관리인을 말한다. 

유 박사는 스스로 유한양행의 관리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게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첫째는 국가, 그 다음은 사회였다.

그래서 유 박사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고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유언을 남겼다. 손녀의 학자금 명목으로 1만달러만 남겼을 뿐이다. 또 딸에게는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유한중·공업고등학교 일대의 땅 5000평 등을 상속했는데 “소유주식을 비롯한 모든 재산들은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에 쓰도록 한다”고 유언을 남겨 많은 이들을 숙연케 했다.

자녀들에게 남겨주지 않은 본인 지분을 비롯한 모든 유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이 재산들은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부됐고, 이 기금은 1977년 유한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 중이다. 

유한재단은 학업성적이 우수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교육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봉사자를 표창하는 유일한상과 유재라 봉사상 등 사회공헌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특성에 맞게 다양한 국내외 의약품 지원 및 학술지원, 보건 후원 사업 등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제약업계 ESG 경영의 모범사례

아직 국내 제약업계는 ESG가 낮설다. ESG에 집중하기에는 현재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ESG에 투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유한양행은 제약업계 중에서 ESG 우수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2020년 12월 7일 한국경영인증원으로부터 환경경영시스템 (ISO14001)을 재 인증 받았으며, 오염물질의 현저한 저감, 자원 및 에너지 절감, 제품의 환경성 개선 등 환경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환경개선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정부로부터 녹색기업 인증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또 지난해, 이윤창출에 기여하고 조직의 안전보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표준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인증도 획득했다.

아울러 환경 관련 데이터를 충실하게 공개한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환경 관련 사고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여건 역시 우수했다. 이 덕분에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가운데 E(환경경영)와 S(책임경영) 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올해 1월 기준 '매경·지속가능발전소 ESG 평가'에서 67.2점으로 통합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ESG 경영 행보의 일환으로 기부금을 규모 있게 증액하고 있는데 유한양행이 217억 6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고객에게는 가장 좋은 상품과 신뢰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적인 신약 개발로 인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이바지하며, 나눔과 공유로 사회와 함께하는 위대한 기업(Great Yuhan),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기업(Global Yuhan)의 비전을 가지고 존경받는 기업을 넘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 확대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유한양행은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사외이사 확대 및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등에도 힘을 쏟았다.

사외이사는 말 그대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회사 외부 인물이다. 대주주 권력을 견제하고 기업정책 조언과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때문에 사외이사 비중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상법에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구성원 절반 이상 두도록 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사내이사를 7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는 3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제약사 중 사외이사가 5명인 제약사는 유한양행이 유일하다. 유한양행은 부동산 매각으로 자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자산 총액이 지난해 3분기 말 2조1557억원이 됐다. 

유한양행의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분리다. 지금까지는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기타비상무이사가 신설돼 분리됐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이정희 전 대표가 선임됐다. 앞으로 이정희 신임의장과 조욱제 신임대표가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만희 고문의 퇴임…향후 ESG 경영 행보는?

그런가운데 유한양행 연만희 고문이 지난 9일 퇴임했다. 무려 60여년간 몸 담은 유한양행과의 작별이다. 연 고문은 유한양행에서 근무하며 지난 2012년 한국경영인협회가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그리고 2018년에는 ‘도산인상 도산경영상’ 등을 수상했다.
 
오랜 기간 유한양행과 함께 한 만큼, 공과도 분명하다. 유한양행의 직급정년제는 그가 도입한 것이다. 이는 임원급이 6년 연임 후 더 이상 승진이 없으면 직위를 낮추는 것이다. 또 사장직도 한 번의 연임만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유한양행의 대표이사는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6년 후에는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는 나태함을 방지하고 항상 조직을 신체적·정신적으로 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도를 만든 본인은 정작 60년 넘게 유한양행에 재직했다는 점에서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터줏대감처럼 있었기에 견제할 사람도 없어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어쨌든 연 고문은 이제 떠났고 그의 바람처럼 조직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젊어졌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1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유한양행이 앞으로 어떤 모습의 ESG 경영을 펼쳐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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