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전쟁 ITC 최종판결 누구에게 유리할까
보툴리눔 균주 전쟁 ITC 최종판결 누구에게 유리할까
ITC 자료 한국 법원에 다수 제출돼 … 국내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형사 사건으로 번질 수도 … 대웅제약·메디톡스, 전략 수정 불가피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1.1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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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이끌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국내외에서 각각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미국 ITC의 최종판결문이 공개되면서 보툴리눔 균주 도용문제를 놓고 국내에서도 소송을 벌이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ITC가 판결문 전문에서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균주 도용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판결문을 종합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것이 맞지만,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균주 자체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 다만,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 기술에는 영업비밀이 존재하는데, 대웅제약은 이 영업비밀을 도용했으므로 이와 관련해서는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

이번 판결문 전문 공개를 두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균주 도용에, 대웅제약은 균주에 영업비밀이 없다는 결론에 초점을 맞추고 여론전을 펼쳤다. 제조기술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는 대웅제약 측의 반발이 거세다. 명백한 오판으로 연방항소법원에서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판결문에 대한 양사의 해석은 '아전인수'식 공방에 가깝다. 핵심은 ITC가 핵심 쟁점에 대해 결론을 내렸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향후 소송 전략, 특히 국내 소송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를 제기한 바 있다. 자사에서 도용한 보툴리눔 균주 및 톡신 제제 제조기술의 사용을 금지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양사는 소송 과정에서 지금껏 ITC에 제출한 자료들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도 제출했다. 국내 재판부 역시 ITC 소송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방증이다. 이번에 공개된 ITC 최종판결문 전문도 국내 재판부가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기존에 고수해온 소송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메디톡스 상황부터 따져보면, ITC가 보툴리눔 균주의 영업비밀을 인정하지 않은 점이 큰 부담이 됐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소송을 시작했다.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인 균주를 도용했으므로, 대웅제약의 균주는 모두 메디톡스에 반환하고, 해당 균주를 이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해서도 안 되며 이미 생산한 제품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ITC는 메디톡스 균주에 영업비밀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스콘신 대학에서 양규환 박사가 공짜로 가져온 균주를 메디톡스가 다시 공짜로 얻은 데다, 메디톡스는 자사의 균주가 위스콘신 대학의 모균주(parent strain)와 구별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재판부가 ITC의 의견에 동조할 경우, 메디톡스는 균주 영업비밀 침해를 더는 주장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를 뒤집을 만한 입증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메디톡스는 "향후 영업비밀의 기준과 정의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항소 절차를 통해 ITC의 판결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의 상황은 메디톡스보다 더 좋지 않다. ITC에서 균주 도용과 제조기술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탓이다. 

국내 민사 재판에서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재판부의 첨예한 갈등 끝에 포자 감정을 선택해 균주의 동일성을 따지기로 했다. 대웅제약의 균주는 포자를 생성했으며, 당초 자사의 균주는 절대로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메디톡스의 균주에서도 포자가 생성됐다. 이를 두고 양사는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ITC는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두 균주의 동일성을 비교했고, "유전적 증거를 통해 볼 때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Indeed by near certainty)"는 결론까지 내놓았다. 국내 재판부 입장에서는 양사의 논쟁으로 골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가 생긴 셈이다.

당초 메디톡스는 염기서열 비교를 주장했지만, 대웅제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국내 재판에서는 포자 감정을 실시하게 됐다. 이를 두고 양사는 지금까지도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어찌 됐든 결과만 놓고 보면 양사 균주 모두 포자를 생성했고, ITC는 균주의 동일성을 인정했다. 

균주 자체에 영업비밀은 없다고 하더라도, 균주 도용 혐의가 짙어지면 제조공정의 도용과 관련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형사 소송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에서 유래됐다는 ITC의 결론대로라면, 대웅제약은 부정한 방법을 이용해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를 직접 입수했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훔친 장물을 획득한 셈이 된다. 메디톡스가 ITC 최종판결을 근거로 고소 또는 고발을 진행할 경우 새로운 형사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ITC가 제조기술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것도 국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에서 균주와 함께 제조기술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침해 금지를 청구했다.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사용한 데 따른 손해배상도 포함한다. 

또한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될 경우 대웅제약의 사무소, 공장, 창고, 영업소에 보관돼 있거나 대웅제약 소유의 컴퓨터 및 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돼 있는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제조기술에 관한 문서와 파일을 모두 폐기 및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TC는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기술 도용 및 이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다. 특히 ITC는 대웅제약의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 자료가 "풍부(abundance)하다"고도 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서 ITC의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다툰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ITC가 판결의 근거로 삼은 증거 자료들이 메디톡스를 통해 국내 재판부에 제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판부가 ITC 판결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ITC에 제출된 증거 자료들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소송 절차로는 입수가 어려운 자료들이 많은 만큼 재판에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거 자료가 늘어난 만큼 국내 소송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자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ITC 판결 내용을 방어할 수 있는 소송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이번 ITC 판결에 대해 항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또다시 천문학적 소송 비용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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