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글로벌 신약개발 회사로 유명한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올들어 미국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일이 있다.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의 권리를 독점하려 한 탓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약물은 7년 동안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을 받으려면 환자수가 20만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 12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자수는 511만6731명에 달하지만,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한 지난 3월께는 16만명 수준이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20만명을 넘기 전에 독점권을 확보하겠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FDA로서는 기준을 충족한 만큼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결국 '렘데시비르'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당시 미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길리어드와 FDA를 향해 날 선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길리어드가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현지 소비자권리보호단체 '퍼블릭 시티즌'도 성명을 통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수백만명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서 길리어드가 희귀의약품 지정을 시도한 점은 충격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돌연 FDA에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지 불과 48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보건 위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의 권리를 개방하겠다고 천명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제약사로 비칠 수 있어서다.
애브비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자사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의 특허권을 포기했다. '칼레트라'의 일부 특허는 2026년에 만료될 예정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더는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바티스는 자사의 계열사인 산도스가 보유한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1억3000만정을 전 세계에 무상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협력해 세계 곳곳의 코로나19 환자에 해당 의약품이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앞서 노바티스는 총 2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코로나19 피해를 본 지역사회와 환자들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기업들의 추세는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GC녹십자는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이 직접 나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공공재로 공급해야 한다"며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개발비용과 원가를 낮춰 누구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이러한 시류를 역행하는 제약사가 있다. 부광약품이다.
부광약품은 12일 자사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클레부딘)의 용도 특허를 등록했으며, 국제 특허(PCT)도 출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개발한 B형 간염 치료제다. 부광약품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직간접 투자를 통한 지적재산권 및 파이프라인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레보비르'의 권리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약회사에 자사가 개발한 약물의 권리를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공공연히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부광약품의 행태는 수많은 제약사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돈벌이에 집착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자사의 권리를 보호하고 싶으면 조용히 진행했으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해도 차후 제품을 출시할 때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권리를 독점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 사이트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출원을 독려하는 특허청을 맹비난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기술에 특허가 걸려 있을 경우 이를 완화해 모두가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내놓는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기술에 특허 장벽을 쌓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관련 브리핑에서 "WHO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에 대한 개발 특허권을 공동관리하자는 제안이 있다"면서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WHO와 힘을 합쳐 '공공재'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제약회사라면 최근의 국내외 정세를 읽을 정도의 감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이 최근 코로나19로 주가가 오르자 1천억원대의 주식을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대량 매도했다가 주주들의 거센 비판을 자초하지 않았던가. 이쯤되면 이 회사의 경영진들이 어떤 생각으로 제약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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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맥스가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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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