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격의료,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만
[기자수첩] 원격의료,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만
  • 서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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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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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코로나19’ 장기화가 원격의료를 둘러싼 오랜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탁월한 대처로 방역과 진단에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본격화할 태세고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연명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13일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비대면 의료산업 육성 의지를 밝힌데 이어 나온 것으로, 원격의료 필요성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대로 의료계의 거부감은 컸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와 전화상담 처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 달 전 총선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데다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원격의료 도입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국회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다. 시대가 변하고 의료기술이 발전한 만큼 그에 걸맞는 의료체계를 구현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언제든 감염병의 대유행 사태가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고 이는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늘려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부족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마련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뜨거운 논쟁이 필요한 시기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역사는 이런 논쟁을 통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물론 이러한 논쟁은 소모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 소모적인 논쟁은 생산적인 일 처리에 방해요소일 뿐이다.

안타까운 점은 원격의료를 둘러싼 그간의 논쟁이 다분히 소모적 양상으로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이 부분폐쇄되자 당시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를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해당 병원에 다니는 기존 환자 보호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한의사협회는 당시에도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도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5년이 지났지만 논의는 아직도 평행선이다. 정권도 바뀌고 의협의 지도부도 바뀌었지만 갈등의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당시에도 똑같은 논의를 했다.

정부를 비롯,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은 의료계의 반대를 한마디로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영리 목적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인데 의료계가 과도한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역시는 정부가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의료의 문제를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드러낸다. 원격의료는 일부 장비 업체에 도움을 줄뿐 일자리 창출 등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려한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는 왜 비상경제의 카테고리 안에 원격의료가 포함됐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고, 의료계 역시 의료취약 지역이나 계층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원격의료’ 말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먼저 대안을 내놓아야한다. 이런 과정이 없다보니 지난 20년간 원격의료 논의는 원점만 맴돌고 사회적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이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 어차피 도입할 의료체계라면 더 이상 피하지 말고 서로 머리를 맞대야한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오진 방지책은 물론, 원격의료에 대한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수준의 병증까지 원격의료가 담당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끝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인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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