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지난달 30일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765명으로 전날 0시 대비 4명 늘어났다. 이들 4명 모두 해외 유입 사례로,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는 ‘0명’이었다.
국내에서 신규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지난 2월 18일 이후 72일 만이다. 4월의 마지막 날 전해진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특히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 4월 15일로부터 꼭 2주가 되는 날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날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선거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 계정에 “72일 만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0명. 총선 이후 14일간 선거로 인한 감염 0명. 대한민국의 힘, 국민의 힘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이날은 부처님오신날(30일)부터 어린이날(5월 5일)까지 최장 6일 동안의 연휴가 시작되는 날로,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시기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4월 중순 이후 일별 확진자 숫자가 세 자리에서 두 자리로, 또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줄어들면서, 2월 말 대구신천지교회 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시기와 비교해 국민들의 경계심과 긴장도는 상당히 풀린 상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벌써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외부활동에 나서는 시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수치로도 감지된다. 이번 연휴 기간 항공사의 국내선 운항 예정 횟수는 모두 6206회로 하루 평균 1000편이 넘는 비행기가 여객을 실어나른다. 이 기간 제주공항에만 전체의 40%를 상회하는 2571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이는 4월 초 같은 기간에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한국철도에 의하면 4월 29일 저녁과 같은 달 30일 오전 서울을 출발한 KTX는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수개월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들이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휴 기간이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국내 확진자 수 변화추이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단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뿐 바이러스의 특성상 언제고 다시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달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많은 분이 연휴 기간 여행, 모임 등을 준비하고 계실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또 다른 집단감염이 우려된다”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는 5월 5일까지 모임, 행사, 여행 등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겨울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봄바람 맞으며 하는 나들이의 기쁨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든 탑을 무너지게 해서야 되겠는가.
보건 당국과 의료진을 필두로 우리 모두가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연휴 이후 재확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조금만 더 개인위생 관리와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