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삼진제약이 고집을 꺾었다. 41년 동안 정제로만 판매해온 '게보린'의 제형에 액상형 연질캡슐을 추가한 것이다. 이 회사는 생리통 특화 해열진통소염제 '게보린 소프트 연질캡슐'을 출시하며 '게보린' 출시 이후 처음으로 브랜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게보린'은 대표적인 장수의약품으로 유독 '올드'한 이미지가 강한 제품이다. 여러 번 패키징 리뉴얼을 거쳤지만,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만큼 회사 측이 브랜드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게보린'은 젊은 층보다는 장·노년층에 인기가 많다. 삼진제약은 젊은 소비자층의 취향을 반영한 TV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반응은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후발 제품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게보린'은 얀센의 '타이레놀'에 이어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에서 매출액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연질캡슐 제형을 탑재한 GC녹십자의 '탁센', 종근당의 '펜잘', 대웅제약의 '이지엔6' 등 후속 제품들이 젊은 층과 여성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게보린'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진제약은 연질캡슐 제형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게보린'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특히 10대, 20대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게보린 소프트 연질캡슐'에는 '게보린'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유의 포장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게보린' 출시 이래 제품 포장이 이 정도로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삼진제약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면 시장 트렌드 반영이 한참 늦은 편이지만, 변화에 둔감한 보수적인 기업 문화와 장수의약품으로서 '게보린'의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면 나름 과감한 시도인 셈이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장수의약품들과 비교하면 변신의 정도가 아직은 미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장수의약품들의 공통점은 시대에 따른 소비자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며 진화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제품일수록 전통과 효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젊고 신선한 느낌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올해 123년을 맞은 동화약품의 '활명수'는 성분부터 제형, 포장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제품군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미래 소비자인 신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패션업계, TV 프로그램, 인기 연예인 등과 협업도 꺼리지 않는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 '안티푸라민', 보령제약 '용각산', 일동제약 '아로나민', 동국제약 '마데카솔' 등 수많은 장수의약품이 그때그때 소비자 입맛에 맞춰 변신을 거듭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게보린'은 출시 초기만 해도 다른 경쟁 제품과 똑같이 정제 모양이 원형이었다. 그러나, 여성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당시 의약품으로서는 드문 '핑크' 색상과 '둥근 삼각형' 모양을 채택해 단번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보린'이 앞으로도 성공적인 장수의약품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과거 파격적이기까지 했던 변신이 지금의 '게보린'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