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에이즈(AIDS) 환자 체내에 잠복해 있는 HIV 바이러스를 다시 활성화해 면역체계가 그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이 미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에모리대학교 합동 연구팀은 ‘AZD5582’라는 화합물을 이용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잠복해 있는 ‘CD4+ T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CD4+ T세포’가 다시 활성화된다는 것은 곧 이 세포가 우리 몸 면역체계의 레이더에 다시 포착돼 면역반응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들을 공격하고 죽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HIV 바이러스 체내 잠복은 에이즈의 근본적 치료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이유였다. 오늘날 에이즈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antiretroviral therapy)’은 혈액 속 HIV 수치를 억제하는 효과는 탁월하지만 HIV 바이러스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수치를 낮추더라도 이 바이러스는 만성적으로 감염돼 있는 ‘CD4+ T 세포’에 계속 존재한다. 아직까지 이 CD4+ T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은 없다. 면역 체계가 작동하더라도 면역 체계가 이 세포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은 에이즈를 정복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감염된 CD4+ T 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 중 하나가 NF-kB(염증신호전달체계)의 신호 전달 경로를 변화시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백 개에 달하는 유전자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강한 독성을 체내에 투여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연구팀은 바로 이 문제에 주목, NF-kB 신호 전달 경로를 변화시키지 않고, 훨씬 적은 유전자를 활성화 시키는 것만으로도 CD4+ T 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AZD5582’라는 화합물을 투여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실험용 원숭이에 ‘AZD5582’를 투여한 뒤 관찰한 결과, 잠복해 있던 세포 속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가 활성화돼 원숭이 면역 체계의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논문의 부저자인 앤 차루디(Ann Chahroudi) 에모리대학교 어린이 감염센터 교수는 “우리의 연구가 잠재된 HIV를 치료하기 위한 간단하고 믿을 수 있는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진전을 보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내년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