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오너의 생존기술 하나?! ··· “영구없~다”
제약회사 오너의 생존기술 하나?! ··· “영구없~다”
자본시장법 강화에도 등기임원 등록 외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챙기는 꼼수경영”
  • 곽은영
  • admin@hkn24.com
  • 승인 2020.01.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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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오너경영으로 똘똘 뭉친 제약업계에서는 오너의 연봉공개에 특히 예민하다. 국내 쟁쟁한 제약회사 ‘회장님’들이 등기임원에서 사퇴하고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이와 무관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등기임원직에서 사퇴한 시기는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에 관한 법률(일명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시기(2013년 4월 30일)와 교묘하게 맞물려 있다.

대표적 경제민주화 법안인 이 개정안은 사업보고서에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만 공개되던 것에서 연봉이 5억원 이상인 임원 개개인의 연봉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미등기임원은 공개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등기임원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그룹이나 기업을 지배하는 총수 또는 오너들이 제도를 악용할 것이라는 논란이 당시에도 불거졌는데,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상당수 제약회사 오너들이 등기임원에서 빠지고 미등기임원으로 신분세탁을 한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가 2018년 매출 기준 상위 30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오너가 미등기임원인 사례를 조사한 결과 모두 6개 제약사 오너가 2013년 이후 대거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A사 H모 회장, B사 L모 회장, C사 L모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A사 H 회장과 B사 L 회장은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었으나 이듬해부터 미등기임원으로 바뀌어 공식적인 이사회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C사 L 회장은 이보다 앞선 2013년 3분기부터 등기이사직을 내려 놓았다. 

이밖에 D사의 오너인 K모 회장과 J모 부회장은 2013년 3분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다가 그해 말 나란히 미등기이사로 물러났고, E사 J모 회장은 2013년 이후 등기임원 명단에서 빠졌다.

F사 Y모 회장은 법안 통과 한참 이후인 2018년까지 등기임원으로 활동했으나 지난해 장남인 Y모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미등기임원으로 돌아섰다. 이 회사는 Y회장의 동생 Y모 부회장과 장녀 Y모 상무까지 미등기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전형적인 ‘꼼수경영’ 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또다시 자본시장법에 수술칼을 들이 댔다. 2016년 2월 자본시장법을 재개정, 2018년부터 연봉 5억원 이상이면 미등기임원도 보수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재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회사내에서 연봉순위가 상위 5위 이내이면 임원이든 직원이든 보수내역을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그런데 예상을 깬 결과가 나왔다. 고소득층에 대한 보수내역 공개 수위를 한층 강화했지만 이들 오너들은 여전히 미등기임원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들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제약사 오너들의 미등기임원 선택은 보수공개 의무뿐만 아니라 경영의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들어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경영상의 책임 소재로 나뉜다. 등기임원은 회사의 법인등기부에 등록돼 이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결정된 사안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법인등기에 등록되지 않고 이사회 의사결정권이 없어 경영상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이같은 이유로 오너들이 굳이 등기임원으로 복귀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등기임원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회사에 대한 (오너의) 영향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제약회사) 오너들이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며 책임경영 어쩌고 저쩌고 (홍보를) 하지만, 이것도 알고보면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오너가 미등기임원이라 할지라도 이사회 논의내용과 결정에 대해서는 다 보고를 받는다”며 “이사회라는 기구가 오너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책임에 비해 권한을 더 누리는 오너경영의 한계를 강화된 자본시장법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 30년 이상 재직한 한 적직 임원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며 “오너들의 등기이사 외면은 책임경영이라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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