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상품권으로 병원비 결제가 가능하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결제수단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신세계상품권, 현대백화점상품권, 롯데상품권 등 유명 상품권 사용처에는 하나같이 의료기관이 포함돼 있다.
신세계 상품권의 경우 서울성모병원과 부산백병원에서 건강검진 비용을 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상품권은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암병원과 구로병원, 일산백병원, 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에서 쓸 수 있다. 롯데상품권은 세브란스건강증진센터와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백병원, 더와이즈황병원 등에서 건강검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사용하는 상품권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S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상품권으로 결제를 할 수 있거나 의료기관에서 원할 경우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의료기관도 상품권 제휴가 가능하다면 환자 편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서도 “특정 의료기관이나 대형병원에서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의료법 제 27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알선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의료법 위반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차별하는 경우 상품권을 매개로 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품권 사용처 제휴 계약과정에 특정 의료기관만 가능하다거나 일정규모 이상의 요구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상품권을 쓸 수 있는 의료기관 현황을 파악하고 해당 의료기관과 상품권 업체 간 환자알선기능 등 의료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는 작용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2013년 1월 신용카드 청구할인, 포인트 이용 할인, 회원 무료 건강검진 등이 의료법 제 27조 3항 제 1호와 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자 알선 및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신용카드 제휴서비스관련 의료법령 준수요청’ 지침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업체들은 모든 의료기관에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외한 건강검진비용 할인이나 면제 프로그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카드사의 할인혜택과 상품권의 차이에 대해 “카드혜택의 경우 진료비 할인이나 면제 등의 혜택을 통해 특정의료기관에 환자 알선 및 유인행위를 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으로 봤다”며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상품권이 의료비 지불수단의 일종으로 사용될 뿐, 할인이나 면제 등의 혜택은 없는 것으로 보여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