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학병원 사라질 국가적 위기 상황 ... 정부, 결단해야”
“지금은 대학병원 사라질 국가적 위기 상황 ... 정부, 결단해야”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 “국민 생명 볼모 무리한 정책 추진 안돼”

“지금도 늦지 않아 ... 2천명 증원은 사회적 대혼란만 야기”
  • 박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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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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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전경
삼성서울병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를 향해 다시한번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대승적 재고를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9일에 이어 두번째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최용수 교수)는 22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대학병원에서의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불편을 겪으셨을 환자 분들께 깊은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해드린다”면서, 정부에 합리적·과학적 근거에 의한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전공의가 떠난 상황에서도 중증, 응급, 암 환자 진료를 해내야만 하는 교수들의 육체적·심리적 피로는 거의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상황 지속되면 조만간 대학병원 연쇄 파산 ... 전공의들에 미안”

비대위는 “당직으로 밤샘 근무를 한 이후 그 다음날에도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주 80시간 넘게 근무해야 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교수도 있다”며, “4~5년 동안 주 80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아온 전공의들을 모른 채하며, 인내를 요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학병원들의 연쇄 파산도 곧 눈 앞에 보게 될지 모른다.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중추 역할을 하는 대학병원들이 사라질 수도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면 안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학병원 전공의
사진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떠난 서울의 한 대학병원 모습. 

“의대정원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기피현상 해결되지 않아”

비대위는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의대정원만 늘린다면,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로 돌아올 것”이라며, 적정 의대정원이 과연 몇 명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 과학적, 사회학적, 경제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의논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정부가 자료를 인용한 곳 중 한 곳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제시했다. KDI는 의대 정원과 관련하여 2030년도까지 5%씩 증원할 것을 권고했고, 첫 회 증원규모는 153명 증가가 적당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KDI는 이 정도의 증원만으로도 (인구가 감소하는) 2030년 이후에는 감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천명 증원? ···의대 입시 열기에 기름 붓고 혼란 수습은 어떻게?”

비대위는 “현재 3058명인 의대정원을 갑작스럽게 5058명으로 늘리면 과연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라며, “가뜩이나 심화되어 가는 의대 쏠림 입시 불꽃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년간 (매년) 2000명을 늘린 후에 갑자기 3058명으로 줄일 수 있을까. 그 혼란은 또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고 정부에 반문했다. 

비대위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대정원 감축도 5년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2000명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해 사회적 대혼란이 눈 앞에 불을 보듯 뻔하다”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 다가오는 5월에 대학별 모집 요강이 확정되기에, 2025년 의대정원은 기존 정원대로 모집하고, 이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지금은 의료 수호의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여 한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교수들이 ‘의료 수호의 골든타임’이라고 표현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하는 의사로서, 정부를 향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언이자 호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내용의 대국민 입장문이다.

 

대국민 입장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에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대학병원에서의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불편을 겪으셨을 환자 분들께 대학병원 진료를 담당하는 의대교수로서 깊은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병원을 떠난 지 어느덧 한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공의가 떠난 상황에서도 중증, 응급, 암 환자 진료를 해내야만 하는 교수들의 육체적, 심리적 피로는 거의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당직으로 밤샘 근무를 한 이후 그 다음날에도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주 80시간 넘게 근무해야 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번아웃을 호소하는 교수도 있습니다. 

고작 한달의 과도한 근무를 버티기도 힘들 지경인데,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4~5년 내내 주80시간 이상을 근무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아온 것을 모른 체하며, 제자들에게 인내만을 요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피교육자인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한국의 대학병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 대학병원들이 놓여 있었는가를 말해줍니다.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학병원들의 연쇄 파산도 곧 눈 앞에 보게 될지 모릅니다.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중추 역할을 하는 대학병원들이 사라질 수도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입니다.

지금도 필수 의료 기피, 지역 의료 침체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의대정원만 늘린다면,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로 돌아올 것입니다. 

적정 의대정원이 과연 몇 명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 과학적, 사회학적, 경제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의논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요? 정부가 인용한 자료 중 한 곳인 한국 최조의 사회과학 종합정책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orea Development Institute, KDI)에서는 의대정원 관련하여 2030년도까지 5%씩 증원할 것을 권고했고, 첫 회 증원규모는 153명 증가가 적당하며, 또한 2030년 이후에는 감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현재 3058명인 의대정원에서 갑작스럽게 5058명으로 늘어난다면 과연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심화되어 가는 의대 쏠림 입시 불꽃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닌가요? 5년간 2천명을 늘린 후에 갑자기 3058명으로 줄일 수 있을까요? 그 혼란은 또 어떻게 수습할 것입니까?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대정원 감축도 5년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천 명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해 사회적 대혼란이 눈 앞에 불을 보듯 뻔합니다. 다가오는 5월에 대학별 모집 요강이 확정되기에, 의대정원 문제의 해결이 아직 늦은 것은 아닙니다. 2025년 의대정원은 기존 정원대로 모집하면 됩니다. 이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하면 됩니다.

아울러 피상적인 단어로 나열된 이른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 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는 독소 조항들이 들어 있기 떄문입니다. 

부디 의료계 전문가들과 함께 필수의료, 지역 의료의 현안을 의논하여 진정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의료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책 등 한국의 의료를 선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지금은 의료 수호의 골든타임입니다.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여 전공의, 의대생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기를 바랍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성균관의대 교수들은 오직 환자만을 바라보며 중증, 응급, 암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년 3월 22일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일동 (성균관의대 기초의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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