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돼지신장 이식 성공 ... 이종 장기이식 상용화 가능할까?
美서 돼지신장 이식 성공 ... 이종 장기이식 상용화 가능할까?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장기이식

이종 장기이식, 공급 문제 해결 열쇠

병원측 “환자, 좀 더 지켜봐야”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4.03.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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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에서 말기 신장 질환을 앓았던 60대 남성이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의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 받았다. 이는 살아 있는 인간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첫 사례로, 장기 공급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4시간의 수술끝에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실시했으며, 환자는 현재 회복 중이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식을 받은 환자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웨이머스(Weymouth)에 거주하고 있는 만 62세 리차드 슬레이먼(Richard Slayman)이다. 이 환자는 당뇨병 및 고혈압으로 인해 7년간의 투석 치료를 받았고, 지난 2018년에는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 받았다.

하지만, 2023년 기증받은 신장이 부전의 징후를 보이면서 결국 같은 해 투석 치료를 재개해야만 했다. 이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유전자변형 돼지신장 이식 방법을 고안, 지난 16일(현지 시간) 4시간에 걸쳐 돼지의 신장을 슬레이먼에게 이식했다.

이식된 돼지의 신장은 미국 메사추세츠 소재 바이오 벤처 기업인 e제네시스(eGenesis)에서 제공한 것으로, 이제네시스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돼지 신장의 유전자를 변형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은 DNA를 찾아내는 RNA(리보 핵산)와 DNA를 잘라내는 제한 효소인 Cas9를 결합하여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를 활성 또는 비활성 상태로 유도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이 기술은 유전자를 원하는대로 편집할 수 있다. 그래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제네시스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돼지 신장의 세포 표면에서 발현되고, 인간의 체내 항체가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는 당 생성 유전자 세 개를 제거했다. 이를 통해 신체가 돼지의 신장을 외부 병원체로 인식하고 거부하는 면역 반응을 방지할 수 있다. 

슬레이먼은 “약 11년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이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라며 “이종 장기이식은 수천 명의 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병원 성명문을 통해 심정을 전했다.

병원 측은 “이번 수술은 원활한 장기를 제공하기 위한 전세계 의학자들이 일구어낸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이식, 하늘에 별따기

미국 보건부 산하 보건의료 자원 및 서비스 관리국(HRS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약 2만 7000건의 신장 이식이 실시되었지만, 이식 대기자는 약 3배 수준인 8만 9000명에 달한다. HRSA는 “미국에서 매일 평균 17명이 장기이식을 대기하다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10월,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장기이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8년 3만 544명에서 2022년 4만 1706명으로, 매해 늘고 있지만 장기이식은 매년 약 1500 건수로 정체된 상태다. 

장기이식을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때문에 극단전인 시장주의자들은 고질적인 장기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 매매 전면 허용을 주장한다.

정부의 통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하므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상품 생산이 이뤄지면 공급 부족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존엄한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것이어서 정당화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세계 그 어느나라도 장기매매를 허용하는 곳은 없다.

 

이종 장기이식, 공급 문제 없어

이종 장기이식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면서도 윤리적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종 장기이식은 세포, 조직, 장기를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식하는 것으로, 자신의 조직을 이용하는 자기이식, 또는 동종이지만 유전적으로 다른 조직을 이식하는 동종이식과 다른 이식법이다. 이종 장기이식은 동물의 장기를 사용하는 만큼 풍족하게 공급할 수 있어 만약 수술이 실패하더라도 재시도하기 쉽다. 

현재 이종 장기이식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되는 동물은 역시 돼지다. 장기의 크기와 형태 등이 유전학적, 해부 생리학적으로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월,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줬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57세의 이 환자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돼지의 심장은 인체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10가지 유전자를 변형시켰다.

앞서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2021년 12월 뇌사자에게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였고, 관찰 결과 약 54시간 동안 신장이 정상 기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이식을 받은 슬레이먼의 사례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돼지로부터 장기이식을 받은 사례는 총 3번으로 늘어났다. 아직은 적은 숫자이지만 성공 사례가 누적되면서 이종 장기이식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베일에 쌓인 이종 장기이식

하지만 이종 장기 이식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다른 종에 따른 면역 반응 통제다.

현재 동종이식 환자도 이식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약 3개월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무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종이식 장기에 대한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여도 거부 반응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러스 감염은 또 다른 난관으로 지적된다. 다른 종의 면역 체계로는 억제되지만, 인간의 면역 체계로는 불완전하여 치명적인 상황에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돼지심장을 이식 받은 환자는 수술 완료 후 이식 거부 반응 없이 건강하게 회복하였지만, 두 달 후에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부검 중 돼지심장에서 발견된 돼지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PCMV)가 이식 이후 인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실상 이종이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진행된 이식 사례들은 모두 FDA의 동정적 사용 승인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동정적 사용이란 생명을 위협하고 장기간 또는 중증으로 나타나는 질환의 적절한 치료제가 없을 때, 개발 중이거나 판매 허가를 아직 취득하지 못한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측은 슬레이먼의 돼지신장 이식과 관련 “이종 장기이식의 효과와 향후 전망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며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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