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의사, 5명 살리고 하늘 나라로
30대 여의사, 5명 살리고 하늘 나라로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은애 교수, 뇌출혈로 쓰러져

심장·폐장·간장·신장 기증 ... 죽을때까지 진짜 의사
  • 이지혜
  • admin@hkn24.com
  • 승인 2023.12.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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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시절 故 이은애 교수
전공의 시절 故 이은애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뇌사 상태에 빠진 34살의 젊은 의사가 장기 기증으로 다른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하늘의 별’이 됐다. 

이은애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환자 5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은애 교수는 지난 3일 오후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고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껴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있었으나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응급실 내원 후 경련이 일어났고 곧바로 의식이 저하됐다.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진단받았다. 

이 교수의 보호자는 이 교수가 수술을 받아도 예후가 좋지 못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듣고,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환자실 치료 중에도 경과가 호전되지 않고 자발호흡과 뇌간반사를 하지 못하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교수의 상태 설명을 들은 보호자는 장기이식센터에서 면담 후 뇌사자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이 교수는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그리고 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2개)의 뇌사자 장기 기증으로, 총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故 이은애 교수 영정사진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故 이은애 교수 영정사진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이 교수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이어, 마지막까지 생사의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슬픔 마음에도 어렵게 기증을 결정했다.

이 교수의 부친은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 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며 “뇌사라는 말에도 믿을 수 없어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언니는 늘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 보내기 힘들어” 

이 교수의 여동생은 “언니는 늘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이었다. 졸업한 고등학교의 최초 의대생,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을 하는 등 훌륭한 의료인이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모토 자체였다”며 “가톨릭 세례를 받기 위해 함께 교리공부를 마치고 ‘언니 친구 잘 만나고 와’ 하고 인사 하고 보낸 게 마지막 모습이다.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 얘기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며 울먹였다.

 

故 이은애 교수의 빈소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됐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故 이은애 교수의 빈소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됐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고인이 끝까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숭고하고 뜻 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2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 6시 45분,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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