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한울] 올해 일동제약과 유유제약이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GC녹십자도 인력감축에 돌입하면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상위 제약사인 GC녹십자의 인력감축이라 충격파는 더욱 크다. 업계는 더이상 구조조정이 남의 일이 아니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내달 말까지 상시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해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희망퇴직 형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20년 이상 재직자에게는 1년 치 급여를 지급하고 20년차 미만이면 6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는 형태다. 인력 감축에 따라 조직 통폐합도 진행한다. 전체 팀 수를 지금보다 10% 정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8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조직 규모 슬림화에 나선 것”이라며 “회사 내 인력 적체현상 해소와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 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상시 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상위 5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외형과 수익성이 동반 후퇴했다. GC녹십자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394억 원, 영업이익은 32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4.4%, 32.8% 감소한 수치다.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1조 221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58.7% 줄어든 428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 및 수익성 감소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수출 감소와 독감 백신의 내수 매출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IVIG-SN)의 미국 허가가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점도 매출 정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동제약도 지난 5월 인력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경영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아있는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는 내용이다.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프로그램(ERP)를 가동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직원 약 2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약 100억 원의 희망퇴직위로금을 지급했다.
유유제약은 지난 8월 인력감축을 발표했다. 먼저 약국사업부를 지난 7월 폐지했으며 영업조직 의원사업부는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내년부터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의원사업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문의약품 영업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속한 조직으로 60~70여 명의 사원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공백은 CSO(영업대행) 활용으로 메꾸겠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과 유유제약 모두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동제약은 R&D 투자확대로 인해 지난 2020년 4분기 5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올해 3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R&D 투자 증가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고 올 상반기에는 매출도 역성장했다. 오랫동안 개발했던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은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업계는 구조조정의 여파가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속되는 제네릭 약가인하로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제 정세마저 불안정해 이익구조가 부실한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타 산업군에 비해 인간적인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던 제약업계지만 오너3~4세 경영이 본격화된 현재는 현실적으로 눈에 보이는 매출과 성과가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8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국내제약사도 구조조정에서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상위제약사가 먼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매출 규모가 작은 제약사들은 더 큰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무능한 경영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판단을 잘못해 경영이 악화되면 그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능력과 무관하게 경영권을 넘겨받은 오너 경영이 문제다. 세상 물정 모르고 본인의 무능은 보지 않고 임직원들만 달달 볶는다”고 불만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