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제 CD47 억제제 ‘신기루’였나
차세대 항암제 CD47 억제제 ‘신기루’였나
제2의 면역관문 억제제로 떠올랐지만 임상 중단 잇달아

길리어드 이어 ALX 온콜로지도 CD47 억제제 개발 중단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8.1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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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차세대 면역 항암제로 기세등등하게 출범했던 CD47 억제제 개발이 여기저기서 중단되고 있다. 그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CD47 억제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부으면서 한때는 50여 개의 후보물질이 임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모양새다. 

CD47은 일반적인 세포에서도 광범위하게 발현되지만 여러 유형의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막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신호조절 단백질 α(SIRPα)와 상호작용하여 대식세포(세포 찌꺼기, 이물질, 미생물, 암세포,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을 집어삼켜서 분해하는 백혈구의 한 유형)에 특정한 신호를 보내 식균 작용을 억제한다. 암세포는 CD47를 과발현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회피한다.

CD47의 과발현이 관찰되는 대표적인 암종은 비소세포폐암, 위암, 대장암, 췌장, 신경내분비암 등이 있다. 비호지킨림프종(NHL), 림프모구림프종, 림프모구백혈병, 급성골수성백혈병(AML), 다발성 골수종(MM) 등 혈액암에서도 과발현된 CD47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D47 억제제는 CD47 세포에 선택적으로 표적하여 CD47과 SIRPα의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고 대식세포의 암세포 식균 작용을 활성화하여 암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면역 항암제이다.

작용 기전은 면역관문 억제제와 매우 유사하다. 암세포는 T 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단백질(CTLA-4, PD-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저해하여 T 세포의 암세포 공격 능력을 증진시킨다. 차이점이라면, CD47 억제제는 대식세포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CD47 억제요법은 제2의 면역관문 억제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제약 업체들의 주요 관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면역관문 억제제 시장이 점점 포화상태로 진입함에 따라 CD47 억제제는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운영 임상시험정보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임상시험 현황을 보면 2022년 현재 진행하고 있는 CD47 억제제 임상은 44건에 달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마그롤리맙(magrolimab)’, ▲애브비(AbbVie)의 ‘렘조파리맙(Lemzoparlimab)’, ▲화이자(Pfizer)의 ‘TTI-621’ 및 ‘TTI-622’ 등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 이뮨온시아와 에이프로젠 또한 CD47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기업들이 CD47 억제제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을 연이어 폐기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렘조파리맙 · 마그롤리맙 · 에보르파셉트 등 연이어 임상 중단 

미국 ALX 온콜로지(ALX Oncology)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자사의 CD47 억제제 ‘에보르파셉트(evorpacept, 성분명: ALX148)’의 임상 프로그램 중 일부 임상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길리어드가 지난달 7월 21일(현지 시간), 자사의 CD47 억제제 ‘마그롤리맙’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안 되어 나온 발표다.

ALX 온콜로지가 이번에 중단한 임상 시험은 골수이형성증후군(MDS)에서 화학항암제인 아자시티딘과 ‘에보르파셉트’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1/2상 연구(시험명: ASPEN-02) 였다. 해당 시험은 45명의 MDS 환자를 대상으로 ‘아자시티딘’ 단독요법과 ‘에보르파셉트’+‘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시험 결과, ‘에보르파셉트’의 내약성은 양호했지만, ‘에보르파셉트’+‘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더 개선된 치료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에보르파셉트’와 항체약물접합체(ADC), PD-1 면역관문 억제제를 결합하는 조합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길리어드의 ‘마그롤리맙’도 마찬가지로 관련 임상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MDS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NHANCE)에서 ‘아자시티딘’ 단독요법에 비해 ‘마그롤리맙’+‘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의 효과가 미미하자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미국 애브비도 지난해 8월 개발 중이던 CD47 표적 항체 ‘렘조파리맙’의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임상 지속? ... 나머지 업체들도 압박 직면할 것” 

이처럼 빅파마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해 얻어 낸 CD47 억제제 후보 물질에 대해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나머지 기업들도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상을 진행하면 할수록 자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미국 증권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는 “나머지 업체들 역시 임상 지속 여부에 대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CD47 단백질 특유의 속성으로 인해 CD47 억제제 개발은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먼저 CD47은 정상 세포에서 광범위하게 발현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CD47 차단을 달성하려면 상당한 용량 또는 빈번한 투여가 필요하지만, 적혈구 또한 상당한 양의 CD47을 발현하기 때문에 고용량 또는 빈번한 CD47 억제요법은 빈혈과 관련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충분한 대식세포 활성화를 위해서는 Fc 수용체를 통한 면역글로불린(IgG) 작용이 필요한데, 이는 면역 체계가 적혈구를 공격하게 만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항종양 활성을 현저히 낮추는 IgG4형 CD47 억제제 개발을 채택하지만, 결국 암세포에 대한 공격 효율은 저하되는 것이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 퀵리서치(kuickresearch)는 CD47 억제제 시장이 오는 2028년에 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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