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센근이영양증 완치제 탄생할까
뒤센근이영양증 완치제 탄생할까
FDA 자문위, 찬성 8표 반대 6표로 최종 승인 권고 ... 승인여부는 불투명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5.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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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페이스북]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페이스북]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유전성 희귀 질환인 뒤센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에 대한 1회 투약 완치제 ‘SRP-9001’(성분명: 델란디스트로겐 목세파보벡·delandistrogene moxeparvovec)가 미국 승인을 위한 마지막 사이클에 다가서고 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에서는 불승인으로 무게가 기울었으나, 윗선의 개입으로 산하 자문위원회 회의가 전격 개최됐다. 하지만, 자문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SRP-9001’의 향방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뒤센 근이영양증은 X 염색체의 p21 유전자 결손으로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엑손(exon)이 제거되는데, 유전자 중 일부가 사라지면서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고, 이로 인해 근육발달이 저하되며 근육세포의 괴사가 일어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특이하게 남성에게만 발병한다.

질병 초기에 성상세포라는 근육줄기세포의 재생능력에 문제가 있어 근육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근육이 비근육 조직인 지방과 섬유조직으로 대체된다. 증세는 팔과 다리, 몸통의 근육이 약화되는데, 종종 종아리 뒤쪽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인다.

증세는 2~6세 사이에 나타나는데,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근육세포가 빠르게 줄어들어 심장근, 호흡근의 기능 저하로 20세 이전에 사망한다. 

현재 뒤센 근이영양증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다. 진핵생물의 유전자 가운데 최종 단백질 산물을 만들어 내는 부분인 엑손(Exon)을 무시하여 단백질 생산 과정에서 특정한 엑손을 건너뛰도록 하는 엑손 스키핑(Exon Skipping) 요법이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사렙타의 ▲‘엑손디스 51’(Exondys 51, 성분명: 에테플러센·eteplirsen) ▲‘바이온디스 53’(Vyondys 53, 성분명: 골로디르센·golodirsen) ▲‘아몬디스 45’(Amondys 45, 성분명: 카시머센·casimersen)가 있으며, ▲일본 닛폰신약(Nippon Shinyaku)의 미국 자회사인 NS 파마(NS Pharma)의 ‘빌텝소’(Viltepso, 성분명: 빌톨라르센·viltolarsen)가 있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모두 치료 효능이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으며, 그저 증상을 어느정도 늦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일부 경우에는 성장 결함, 행동 변화 및 기타 문제를 유발하는 스테로이드 제제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1회 투약으로 유전자 이상을 교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공한 치료 유전자를 투여하여 질병을 완치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뒤센 근이영양증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질병이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결핍으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결핍을 보충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사렙타의 유전자 치료제 ‘SRP-9001’가 바로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도출된 것이다. 이 치료제는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결핍 기능을 보충 생산하기 위해 기능적 형태의 재조합된 디스트로핀 코딩 유전자를 근육 조직에 전달하는 생물학적 제제이다. 사렙타는 지난 2019년 12월 스위스 로슈(Roche)와 최대 11억 5000만 달러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미국 외 지역에서 ‘SRP-9001’의 권리를 로슈에 양도한 바 있다. 미국 내 판권은 여전히 사렙타가 보유하고 있다.

FDA는 지난해 11월, ‘SRP-9001’의 BLA(생물학적 제제 승인 신청)를 접수하고 이를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및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해당 승인 신청 접수는 총 80명 이상의 DM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건의 임상 2상 시험(시험명: SRP-9001-101, SRP-9001-102, SRP-9001-103)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모든 연구에서 ‘SRP-9001’ 투여군은 근육 기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다. 이중 SRP-9001-101 연구 결과에 따르면, ‘SRP-9001’ 투여군은 1회 투약으로 최대 4년까지 치료 효과를 보였다.

 

회의적인 FDA ... “바이오마커 불분명해”

하지만, FDA는 ‘SRP-9001’의 치료 효능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지는 디스트로핀 유전자를 보충하는 전략이 뒤센 근이영양증을 치료할 수 있는 지 아직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FDA 측은 “디스트로핀 유전자 결핍은 뒤센 근이영양증을 진단할 때 활용되는 바이오마커일뿐, 이에 대한 보충이 뒤센 근이영양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RP-9001’에 대한 임상 시험에서 ‘SRP-9001’ 투여군은 디스트로핀 유전자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지만, 근육 기능과 같은 임상적 혜택에서 위약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렙타 측은 ‘SRP-9001’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기능적 운동 능력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모든 시점에서 대조군 대비 수치상으로 더 높은 점수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DA는 “이러한 수치는 오차 범위 내이며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경향 조차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FDA가 가장 우려한 점은 ‘SRP-9001’가 유전자 치료제인 만큼, 치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약물 투약으로 이미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한터라 차후에 기존 약제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FDA 내부에서는 이미 ‘SRP-9001’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릴 것으로 합의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터 막스(Peter Marks)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 소장은 올해 초 기존의 결론을 뒤엎고 ‘SRP-9001’의 승인에 대한 산하 세포, 조직 및 유전자 치료제 자문위원회(CTGTAC) 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SRP-9001’ 승인 강행을 요구하는 외부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터 막스 소장은 자문위 회의가 소집되기 전 “상위 집행기관에서 공개 토론을 통해 ‘SRP-9001’의 승인 방향에 대한 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한 바 있다.

 

자문위 표결 8 대 6으로 엇갈려

이같은 FDA의 결정에 따라 지난 12일(현지 시간), CTGTAC는 ‘SRP-9001’의 승인 결정을 지원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 제기된 질문은 “‘SRP-9001’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능가하는 가”였으며, ‘SRP-9001’의 신속 승인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찬성 8표, 반대 6표였다. 근소한 차이로 ‘SRP-9001’의 최종 승인을 권고한 것이다. 한 찬성 위원은 “보건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현재 뒤센 근이영양증 환자는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반대 측 위원들은 FDA 의견과 맥을 같이 했다. 리사 리(Lisa Lee)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연구 및 혁신 협회 부총괄은 “디스트로핀 유전자 보충이 뒤센 근이영양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며, 향후 기존 약물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는 역효과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SRP-9001’의 승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문위 회의 전날 일본계 증권사 미즈호(Mizuho)는 “자문위가 긍정적인 권고를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증권사 에버코어(Evercore)는 “‘SRP-9001’의 가속 승인 가능성은 50~60%”라고 전했다.

FDA는 자문위의 권고에 구속되지 않지만, 대체로 이를 수용하는 편이다. 표결이 엇갈렸지만, 결과적으로 자문위가 ‘SRP-9001’에 최종적으로 승인을 권고한 만큼, 가속 승인 가능성에 근소하게 무게 추가 더 실린 것으로 보인다. FDA의 승인 심사 기간은 오는 5월 29일까지이다.

 

국내 승인된 치료제 없어 ... 임상 3상 진행 중

한편, 아직까지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뒤센 근이영양증 치료제는 없으며, 의료인의 재량에 따라 스테로이드 제제 투약 또는 근육모세모를 이식하는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렙타 측은 지난 2022년 3월, 임상시험 수탁기관 피피디디벨럽먼트피티이엘티디를 통해 자사의 ‘바이온디스 53’ 및 ‘아몬디스 45’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내 임상 3상 시험 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현재 임상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지난해 ‘2021년도 국내 미도입 해외 신약 도입 우선순위 보고서’를 통해 ‘아몬디스 45’를 도입 1순위 신약으로 꼽은 바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조만간 첫번째 뒤센 근이영양증 치료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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