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단백질 분해제, 난치병 치료 희망으로 떠올라
표적 단백질 분해제, 난치병 치료 희망으로 떠올라
‘언드러거블 프로틴’, 표적 단백질 분해제로 타깃 가능해

제약업계, 표적 단백질 분해제 눈독 ... 화이자 및 로슈 개발 합류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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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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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단백질 바이러스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단백질을 분해하여 질환을 치료한다는 새로운 접근법인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차별화된 작용 기전으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주로 단백질의 활성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대표적인 약물 계열로는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한 단백질에 결합하여 활성을 저해하는 단백질 억제제가 있다. 

하지만 단백질 억제제에는 한계점이 있는데, 바로 ‘언드러거블 프로틴’(Undruggable Protein)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은 보통 표면에 리간드(단백질 분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 결합 부위가 없거나 리간드가 부착되어도 단백질 조절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과학자들은 체내 600개 이상의 단백질이 다양한 유형의 암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중 전통적인 단백질 활성 조절 치료 전략으로 표적화하기 까다로운 400여 개의 ‘언드러거블 프로틴’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 세포 표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KRAS는 대표적인 ‘언드러거블 프로틴’이다. 이 단백질은 세포 표면에 틈이 거의 없는 둥근 세포로, 오랜 기간 동안 세포에 결합할 수 있는 부위를 찾는 데 애를 먹은 바 있다.

표적 단백질 분해제는 기존 접근법으로 표적할 수 없는 ‘언드러거블 프로틴’을 효과적으로 겨냥하여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신약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약물은 최근 연구를 통해 세포 자체를 파괴하는 작용 기전을 활용하여 치매, 암 등 난치성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을 제거하여 기존 치료제 대비 8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유형 TPD, 부작용으로 시장서 퇴출 

특정 단백질을 표적하여 분해하는 접근법의 프로토타입은 지난 1950년대에 등장한 바 있다. ‘콘테르간’(Contergan)이라 불리는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독일 그뤼네탈(Grünenthal)이 개발한 것으로, 임신 초기 단계의 임부의 입덧을 완화하도록 설계됐다.

‘탈리도마이드’는 인터루킨-6(IL-6)의 신호전달 경로에 작용하여 생성을 저해하는 인터루킨 억제제였으며, 이에 더해 이 약물은 단백질을 서로 결합시켜 유사분열 오류를 초래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분자 접착제였다. 

하지만, 당시 임산부가 이 약을 복용하면 아기가 대부분 기형이거나 팔다리가 없이 선천적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났다. 예컨대 유럽, 캐나다 및 기타 지역에서 약 1만 명의 어린이가 이 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론의 폭격을 맞으며 ‘탈리도마이드’는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단백질을 직접 파괴한다는 ‘탈리도마이드’의 초기 접근 방식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난치성 질환에 대한 표적 단백질 분해제 개발에 영감을 남겨주었다.

 

“PROTAC, 거의 모든 질병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 있어”

이후 표적 단백질 분해제 개발은 앞서 언급된 ▲분자 접착제에 이어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eras) ▲LYTAC(Lysosome-Targeting Chimaera) ▲항체 기반 PROTAC(AbTAC) 등 여러 유형으로 분류되어 연구되어 왔다.

이중 가장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표적 단백질 분해제 유형은 PROTAC이다. PROTAC은 두 개의 활성 도메인과 링커로 구성된 이종 기능 분자로, E3 연결 효소와 표적 단백질이 다중 유비퀴틴화 과정을 거쳐 단백질 분해를 유도한다.

참고로, 유비퀴틴화란 대부분의 진핵생명체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작은 유비퀴틴(Ubiquitin) 단백질이 표적 단백질의 특정 라이신(lysine)에 부착되는 번역 후 변형 과정이다. 만약 유비퀴틴화가 여러 번 발생하면 단백질에 결함이 초래되고, 세포 내 단백질을 분해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된다.

특히, PROTAC은 모든 질병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약 600개의 체내 E3 연결 효소 중 대다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PROTAC 접근법에 대한 개발이 더 진척되면 암 또는 난치성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분해제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웬 M. 한센(Gwenn M. Hansen) 누릭스 테라퓨틱스(Nurix Therapeutics) 최고과학책임자는 “인간 유전자에는 600개 이상의 E3 연결 효소가 암호화되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치료 응용 분야에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PROTAC은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누릭스 테라퓨틱스는 2009년에 설립된 미국의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 표적 단백질 분해제 개발을 중점에 두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힘 입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후보물질을 발견하면 글로벌 빅마마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의 연구·개발 흐름이 돋보인다.

미국 화이자(Pfizer)는 지난 2021년 7월, 미국 아르비나스(Arvinas)와 1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유방암 치료에서 호르몬 수용체 단백질 분해 PROTAC ‘ARV-471’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ARV-471’는 현재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로슈(Roche)는 지난 2020년 5월, 미국 비비돈 테라퓨틱스(Vividion Therapeutics)와 항암 치료 관련 단백질 분해제 후보물질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로슈 측은 계약금 1억 3500만 달러를 선지급했으며, 향후 성과에 따라 추가금을 비비돈 측에 지불해야 한다.

앞으로 표적단백질 분해제 개발이 어떤 구도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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