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FDA 가속심사 제도 실효성 의문 ... 안전성 문제로 승인 약물 잇따라 시장 철수
[단독] FDA 가속심사 제도 실효성 의문 ... 안전성 문제로 승인 약물 잇따라 시장 철수
항암 신약들 시판 이후 적응증 철회하며 사업 접어

FDA 자문위, 온코펩타이드 ‘피펙스토’ 승인 철회 권고

무분별한 신약 승인, 환자 안전 위협하고 약값만 상승시켜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09.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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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페이스북]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페이스북]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 제도를 통해 승인을 받은 항암 신약들이 속속 적응증을 철회하며 미국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FDA는 심각하고 위험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빠른 시간안에 개발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신속 심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질병의 심각성 및 미충족 의료 수요에 따라 ①패스트 트랙(Fast Track) ②혁신 신약(Break Throught) ③우선 심사(Priority Review) ④가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 등 총 4개 제도를 도입했다.

이중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는 가속 심사다. 중증 질환이나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의료상 요구가 많은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해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제도이다. 임상 효능을 측정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신약의 효능에 대한 적합한 결과 대신 대리결과변수(surrogated end point)를 바탕으로 승인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를 통해 시장에 출시되는 약물은 허가를 받더라도 임상 시험을 계속하여 효능을 증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판 후 임상적 확증 시험에서 효능 입증을 조건으로 2상 연구 후 FDA의 승인을 받는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지난 2021년 1월 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 FDA가 가속 심사를 통해 승인한 적응증은 모두 29개이며, 이중 항암요법은 20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롭게 허가를 받은 신약은 17개로, 이 중에서도 11개는 항암제였다. [아래 도표 참조]

[FDA 가속 승인 약물 현황]

제약사 이름 적응증 승인 일 가속 심사 지정 일 신청 분류
J&J(존슨앤존슨, 얀센) 다잘렉스 파스프로(Darzalex Faspro, 성분명: 다라투뮤맙+히알루로니다제·daratumumab+hyaluronidase) 새로 진단된 경쇄 아밀로이드증 2021-01-15 2020-06-29 확대 승인
EMD 세로노(EMD Serono) 텝메트코(Tepmetko, 성분명: 테포티닙·tepotinib) METex14 스키핑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021-02-03 2020-06-29 신약
TG 테라퓨틱스(TG Therapeutics) 유코닉(Ukoniq, 성분명: 움브랄리십·umbralisib) 변연부 림프종 2021-02-05 2020-06-15 신약
TG 테라퓨틱스(TG Therapeutics) 유코닉(Ukoniq, 성분명: 움브랄리십·umbralisib) 여포성 림프종 2021-02-05 2020-06-15 신약
사노피(Sanofi), 리제네론(Regeneron) 리브타요(Libtayo, 성분명: 세미플리맙·cemiplimab) 진행성 기저세포암 2021-02-09 2020-09-03 확대 승인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 아몬디스45(Amondys45, 성분명: 카시머센·casimersen) EXON45 스키핑 DMD 유전자 변이 뒤센 근육이영양증 2021-02-25 2020-06-25 신약
온코펩타이드(Oncopeptides) 피펙스토(Pepaxto, 성분명: 플루페나마이드·flufenamide)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2021-02-26 2020-06-30 신약
암젠(Amgen) 블린사이토(Blincyto, 성분명: 블리나투모맙·blinatumomab) CD19 양성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2021-03-11 2020-10-02 확대 승인
길리어드 사이언스(Gliead Science)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 전이성 요로상피암 2021-04-12 2020-11-24 확대 승인
GSK(GlaxoSmithKline) 젬펄리(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dostarlimab) 불일치복구결핍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2021-04-22 2019-12-19 신약
ADC 테라퓨틱스(ADC Therapeutics) 진론타(Zynlonta: 론카스툭시맙 테시린·loncastuximab Tesirine)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2021-04-23 2020-09-21 신약
머크(Merck, MSD)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국소 진행성 절제불가능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의 1차 치료제 2021-05-05 2020-11-06 확대 승인
J&J(존슨앤존슨, 얀센) 리브레반트(Rybrevant, 성분명: 아미판타맙·amivantamab)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2021-05-21 2020-11-24 신약
암젠(Amgen) 루마크라스(Lumakras, 성분명: 소토라십·sotorasib) KRAS G12C 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021-05-28 2020-11-06 신약
브릿지바이오(BridgeBio) 트루셀틱(Truseltiq, 성분명: 인피그라티닙·infigratinib 담관암 2021-05-28 2020-09-29 신약
바이오젠(BioGen) 아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 알츠하이머 2021-06-07 2020-07-07 신약
GSK(GlaxoSmithKline) 젬펄리(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dostarlimab) 불일치복구결핍 재발성 또는 진행성 고형암 2021-08-17 2020-12-18 확대 승인
베이진(BeiGene)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zanubrutinib) 재발성 또는 불응성 변연부 림프종 2021-09-14 2021-03-19 확대 승인
다케다제약(Takeda) 엑스키비티(Exkivity, 성분명: 모보세르티닙·mobocertinib) EGFR Exon 20 삽입 비소세포폐암 2021-09-15 2021-02-26 신약
시젠(Seagen) 티브닥(Tivdak, 성분명: 티소투맙 베도틴·tisotumab vedotin) 이전에 치료받은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2021-09-20 2021-02-10 신약
노바티스(Novartis) 셈블릭스(Scemblix, 성분명 애시미닙·asciminib)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 골수성 백혈병 2021-10-29 2021-06-24 신약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스(BioMarin Pharmaceutical) 복스조고(Voxzogo, 성분명: 보소리타이드·vosoritide) 연골무형성증 2021-11-19 2020-08-20 신약
캘리디타스 테라퓨틱스(Calliditas Therapeutics) 타르페요(Tarpeyo, 성분명: 부데소니드·budesonide) 면역글로불린A 신병증 2021-12-15 2021-03-15 신약
화이자(Pfizer)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복셀로터·voxelotor) 겸상 적혈구 빈혈 수반 용혈성 빈혈 2021-11-25 2021-06-25 신약
화이자(Pfizer)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복셀로터·voxelotor) 4세 미만 겸상 적혈구 빈혈 수반 용혈성 빈혈 2021-12-17 2021-06-25 확대 승인
CTI 바이오파마(CTI Biopharma) 본조(Vonjo, 성분명: 파크리티닙·pacritinib)  골수섬유증 2022-02-28 2021-03-30 신약
노바티스(Novartis) 비조이스(Vijoice, 성분명: 알펠리십·alpelisib) PIK3CA 유전자 관련 과성장 스펙트럼 2022-04-05 2021-10-06 신약
노바티스(Novartis) 멕키니스트(Mekinist, 성분명: 트라메티닙·trametinib)  BRAF V600E 고형암 2022-06-22 2021-09-22 확대 승인
노바티스(Novartis) 타핀라(Tafinlar, 성분명: 다브라페닙·dabrafenib)  BRAF V600E 고형암 2022-06-22 2021-09-22 확대 승인

2021년 1월 1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 가속 승인을 받은 약물 목록 [표=FDA 홈페이지]

 

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승인을 받은 항암 신약들이 약물 효능 또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발생하자 가속 심사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세큐라 바이오(Secura Bio)는 최근 자사의 PI3K 억제제 ‘코픽트라’에 대한 적응증을 철회한 바 있다. ‘코픽트라’는 지난 2018년 FDA로부터 최소 2회 이상 치료를 받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및 소림프구성 림프종, 또는 재발성·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이중 재발성·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은 가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는데, 이에 따라 세큐라는 재발성·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임상에 대한 사전 검토 결과 ‘코픽트라’의 효능 입증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해 12월 해당 적응증을 전격 철회했다.

 

FDA 산하 자문위, 온코펩타이드 ‘피펙스토’ 승인 철회 권고 ... 시장 철수 결정

가속 심사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결국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를 결정한 약물도 있다. 스웨덴 온코펩타이드(Oncopeptides)의 ‘피펙스토’(Pepaxto, 성분명: 플루페나마이드·flufenamide)라는 약물이다.

FDA 산하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22일(현지 시간), 회의에서 ‘피펙스토’의 다발성 골수종 적응증에 대해 승인 철회를 권고했다. 이에 온코펩타이드 측은 ‘피펙스토’의 사업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미국 시장을 완전 철수하겠다는 의미다. 

자문위는 “‘피펙스토’의 이점이 위험성을 능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 2표, 반대 14표로 압도적인 비토권을 행사했다.

FDA의 회의 문서에 따르면, 다발성 골수종의 여러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Ocean-3)에서 지난 3년 이내에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다발성 골수종 환자들이 ‘피펙스토’를 복용할 경우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 이를 기반한 종합 분석 결과, ‘피펙스토’ 투여군의 사망률은 47.6%로, 대조군의 사망률인 43.4% 보다 더 높았다. 평균 생존 기간은 ‘피펙스토’가 19.7개월인 반면 대조군은 25개월이었다.

이와 관련 온코펩타이드 측은 “조혈모세포 이식 집단을 제외하면 ‘피펙스토’의 효능은 임상적으로 유의하다”고 항변했지만, 위원회는 온코펩타이드의 제안을 거절했다.

온코펩타이드는 승인 철회 권고에 따라 올해 10월 중으로 미국 시장에서 ‘피펙스토’를 완전 철수할 예정이다. 다만, 유럽 집행위원회는(EC)는 지난 6월 ‘피펙스토’를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승인, 미국과는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도 많은 약물이 FDA의 가속심사 제도를 통해 시판허가를 받은 뒤, 안전성 이슈로 적응증을 철회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했다.

 

무분별한 항암 신약 승인, 실효성 떨어지고 약값만 상승시켜

가속 심사 제도로 인한 역효과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FDA의 헐거운 신약 검토 과정이 환자들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글로벌 약가만을 상승시킨다고 지적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부터 시작된 느슨한 심사가 관행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알리 라자 카키(Ali Raza Khaki) 박사와 마크 리스고(Mark Lythgoe)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시장에 출시된 89개의 항암 신약에 대한 FDA와 EC의 신약 승인 규제 활동을 비교 평가한 연구 결과를 올해 6월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해당 기간동안 FDA와 EMA 모두에서 승인받은 항암 신약은 89개로, 이 가운데 95%는 FDA가 먼저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시장에서의 승인은 FDA의 허가일로부터 평균 241일 후에 나왔다.

연구팀은 “새로운 항암제는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일찍 승인되었으며, FDA는 승인 신청서를 더 빨리 접수했고 승인 검토 시간 또한 짧았지만, 이는 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결론내렸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나 제네이(Kristina Jenei)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공중보건학 연구원은 “최근 FDA의 항암 신약 검토 기간은 감소했으며 승인 건수는 증가했지만, 생존을 개선한 항암제의 비율은 줄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FDA가 전세계 의약품 규제 당국에게 표준 지침을 제공하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신약의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불충분한 증거 확보 문화를 조성한다”며 “FDA 관행이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최초의 항암 신약 승인이 글로벌 약가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종국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사전 결정된 약가와 협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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