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이 사라지고 있다
국산 신약이 사라지고 있다
한미약품 ‘올리타’, 개발 중단 선언 4년여 만에 허가 취하 … 복용 환자 공급 완료한 듯

스펙트럼 기술수출 ‘포지오티닙’ 상용화 집중 … 오는 11월 미국 승인 여부 판가름 전망

국내 시장 철수 국산 신약 5개로 늘어 … 시장성·수익성 하락이 가장 큰 비중 차지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2.08.1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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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식약처의 정식허가를 받고도 시장에서 사라지는 국산 신약이 늘어가고 있다. 출시도 못해보고 자취를 감추는 신약도 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어렵게 개발한 신약이 퇴장하는 모습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국산 신약 27호로 지정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결국 개발이 중단된 한미약품의 3세대 표적항암제 ‘올리타’(올무티닙)가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5월 획득한 ‘올리타’의 품목허가를 최근 자진해서 취하했다. 개발 중단을 발표한 지 4년 4개월 만이다. 이 제품은 200mg, 400mg 두 가지 용량으로 구성되는데, 한미약품은 두 용량에 대한 품목허가를 모두 취하했다.

‘올리타’는 ‘이레사’(게피티닙), ‘타쎄바’(옐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등 1·2세대 표적항암제 사용 후,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치료할 수 없는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받은 3세대 표적항암제다.

당시 시판 후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자료만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후 ‘올리타’를 기술수출했던 베링거인겔하임이 권리를 반환한 데 이어 중국지역 파트너사였던 자이랩까지 ‘올리타’의 권리를 반환하고 글로벌 임상3상 진행이 불투명해지자 한미약품은 2018년 4월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었는데, ‘타그리소’가 2017년 말 국내에서도 급여권에 진입하자, 환자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향후 ‘올리타’ 개발에 투입될 R&D 비용 대비 신약 가치의 현저한 하락이 확실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판단이었다.

다만, 개발 중단 결정 이후에도 품목허가는 취하하지 않았다. 당시 약 100명의 환자가 ‘올리타’를 복용 중이었는데, ‘올리타’ 복용을 계속해서 원하는 환자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올리타’는 지난 2020년까지 생산액이 발생했으며, 2019년 약 5200만 원, 2020년 약 5100만 원의 원외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원외처방액이 약 707만 원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7월까지 원외처방액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품목허가를 취하했다. 이를 고려하면, 환자들의 약물 복용 중단 또는 다른 제품으로의 대체가 완료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약품은 ‘올리타’를 대신해 또 다른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인 ‘포지오티닙’으로 항암제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가 글로벌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지난해 미국 FDA에 신약 승인 신청서(NDA)를 제출해 오는 11월께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조만간 본격적인 3상 시험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3세대 표적항암제 ‘올리타’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한미약품 3세대 표적항암제 ‘올리타’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동아ST도 ‘시벡스트로’ 허가 취하

시장 철수 국산 신약 5개로 늘어

국산 신약의 퇴장 사례는 ‘올리타’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동아에스티도 자사가 개발한 두 번째 신약이자 국산 신약 24(정제)·25호(주사제)인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포스페이트)를 국내 시장에서 철수시킨 바 있다.

‘시벡스트로’는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수퍼박테리아 항생제다. 동아에스티는 2007년 미국 트리어스테라퓨틱스(현 MSD)에 ‘시벡스트로’를 기술이전해 2014년 미국에서 먼저 승인을 받았다. 이로부터 1년 뒤인 2015년에는 국내에서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그러나, 품목허가를 받은 지 5년이 지나도록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약가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된 탓이다. 안 그래도 국내 항생제 시장은 규모가 작은데 신약임에도 낮은 약가가 부여되면서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품 출시가 장기간 미뤄지면서 ‘시벡스트로’는 신약의 재심사 요건을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고, 회사 측은 결국 지난 2020년 6월 허가 취하를 선택했다.

이보다 더 앞서서는 CJ제일제당의 녹농균 예방 백신 ‘슈도박신’, 동화약품의 항암제 ‘밀리칸’,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등 3개 국산 신약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슈도박신’은 CJ제일제당이 14년 동안 총 150억 원을 투자해 개발 약물이다. 식약처는 슈도박신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6년 이내에 3상 임상시험 성적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했으나, CJ제일제당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피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상을 중단했고, 2009년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밀리칸’(홀뮴166 키토산착화합물)은 간암치료 용도로 상용화 후 임상3상 시험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동화약품은 2012년 임상시험 과정에서 시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임상을 포기하고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인보사’는 품목허가가 강제로 취소당한 사례다. 지난 2017년 7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인보사’는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2액)와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1액)로 구성된 제품이다. 인보사 성분 중 하나인 2액이 허가받은 유전자 도입 연골세포가 아닌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식약처는 2019년 7월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향후 품목허가가 회복될 여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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