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K-CAB, 성분명 : 테고프라잔·Tegoprazan)을 출시하며 국내 항궤양제 시장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시대를 연 HK이노엔이 P-CAB 계열 약물의 태생적 약점으로 꼽히는 ‘CYP3A4’ 대사에 따른 약물상호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한 성인 자원자에서 ‘케이캡’(프로젝트명 ‘IN-A001’)이 타크로리무스(Tacrolimus, 오리지널 제품명 : 프로그랍·Prograf)의 약동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케이캡’과 같은 P-CAB 계열 약물은 주로 간과 장에서 발견되는 CYP3A4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데, 그 과정에서 CYP3A4 효소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어 CYP3A4 대사 경로를 공유하는 다른 약물과의 병용 투여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상적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는 한 의료 현장에서는 가급적 병용 투여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HK이노엔이 ‘케이캡’과 병용 투여해 약동학적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는 타크로리무스는 대표적인 면역억제제 성분으로 체내에서 CYP3A4 경로를 통해 대사된다. 회사 측은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케이캡’과 타크로리무스의 약물상호작용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HK이노엔이 ‘케이캡’과 CYP3A4 대사 경로를 공유하는 다른 약물의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0년 1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건강한 성인 28명(32명 모집 4명 탈락)을 대상으로 ‘케이캡’ 또는 다케다제약의 P-CAB 계열 약물 ‘다케캡’(Takecab, 성분명 : 보노프라잔·Vonoprazan을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오리지널 제품명 : 리피토·Lipitor)과 병용투여 시 약물상호작용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아토르바스타틴은 체내에서 CYP3A4 경로로 대사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이다.
해당 임상 결과에 따르면, 아토르바스타틴과 테고프라잔을 병용 투여한 환자는 아토르바스타틴 성분의 최고 혈장농도(Css, max) 및 혈장농도-시간 곡선하 면적(AUCt)이 아토르바스타틴만 단독으로 투여한 환자와 유사했다. 두 시험군은 약물 투여 후 4시간까지 아토르바스타틴의 평균 혈장농도에도 차이가 없었다.
이와 달리 ‘다케캡’은 아토르바스타틴과 적지 않은 상호작용을 일으켰다. 아토르바스타틴과 ‘다케캡’ 병용 투여군은 아토르바스타틴 단독 투여군보다 아토르바스타틴의 ‘Css, max’와 AUCt가 각각 17%, 28% 증가했다. 반대로 아토르바스타틴의 대사 산물인 ‘2-하이드록시아토르바스타틴’의 ‘Css, max’와 AUCt는 각각 30% 및 9% 감소했다.
연구진은 ‘다케캡’이 장내 CYP3A4 효소를 억제해 아토르바스타틴의 대사가 줄어들면서 체내 노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HK이노엔은 CYP3A4 대사가 대부분 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간기능 장애 환자에서 ‘케이캡’의 약동학적 특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케이캡’은 간기능 장애 환자에게 신중한 투여가 요구되는 약물이다. 간기능 장애 환자에 대한 사용 경험이 없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간기능 장애 환자에서도 ‘케이캡’의 CYP3A4 대사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을 입증해 처방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캡’은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P-CAB 계열 약물 특성상 ‘CYP3A4’ 대사에 따른 약물상호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다른 P-CAB 계열 약물인 ‘다케캡’은 CYP3A4 억제 수준이 중등도(Moderate inhibitor)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케이캡’ 역시 CYP3A4 억제 효과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케이캡’은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주도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연구에서 CYP1A2, CYP2C9, CYP2C19, CYP2D6, CYP3A 등 5가지 CYP 효소 모두에 억제 효과가 매우 작았다”며 “앞서 진행한 아토르바스타틴과의 병용 투여 임상에서도 유의한 상호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HK이노엔이 진행할 예정인 타크로리무스와의 병용 투여 임상시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