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더 이상 못 참겠다” ... 조합원 2천명 내일 세종시 집결
보건의료노조 “더 이상 못 참겠다” ... 조합원 2천명 내일 세종시 집결
“코로나19 사태 1년 넘었지만 시설·장비·인력 부족·부실 여전”

“어떤 감염병 오더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해야”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1.06.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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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가 내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보건의료노조가 내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2000여명이 내일(23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 집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지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의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시설·장비·인력 등이 여전히 부족,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전국 의료기관 102곳에 대해 코로나19 치료현장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설·장비가 열악한 것은 물론, 물품 지원마저 원활하지 않이 근무자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이동식 장비가 부족해 간호사가 중증환자를 직접 끌고 이동하여 X-ray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거나,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격리 병동에 의료장비(인공호흡기, 투석기, ECMO 등)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장비와 물품을 신청해도 구비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음압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6구역 중 2구역만 음압기를 설치했고 4구역에는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가 입실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도 “혈압계가 적어 한 번 사용한 후 바이오스팟으로 소독한 후 다음 환자에게 사용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축축해서 환자복이 젖는다”, “각 환자별로 PC가 지급되지 않아 병실 안과 환자 앞에서 전산 업무를 할 수 없어 보호복에 메모하여 나온 후 간호사실에서 전산 업무를 해야 한다”, “환자별로 카트가 지급되지 않아 한 카트에 여러 명의 약물과 투약카드를 보관해야 하는데 투약 오류의 위험이 높고, 물품을 적절하게 채우고 분류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호소도 있었다.

심지어는 병원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감염지침을 하향 조정해 N95 마스크 대신 KF94를 지급하거나 방역당국이 Level D를 권고하는 데도 AP가운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실한 시설도 문제였다. 병실이 22개인데 남자화장실 1개, 여자화장실 1개 뿐이고 한 공간에서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병원이 있는가하면,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서 급조한 병동의 병실에 화장실이 없어 격리환자들이 화장실을 갈 때마다 간호사실에 전화로 신청을 해서 가야하는 곳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용변이 급한 환자가 복도에서 실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시 설치되어 있는 콘테이너라 장마철에는 비가 새고 겨울에는 난방이 되기는 하나 너무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덥고 찜통이다. 에어컨과 온풍기가 있어도 문이 항상 개방되어 있어 효과가 없다. 다가올 여름이 너무 두렵다”는 응답도 있었다.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장비와 물품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고충을 겪은 사례도 털어놓았다. 환자 접점 부서인데도 마스크를 1주에 2~4장밖에 지급하지 않아 근무 중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외부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었고 방호복이나 글러브 등이 사이즈별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너무 불편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밖에도 응답자들은 “공조장치가 자주 고장나고 잘 고쳐지지 않아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에 너무 추운 상황이 발생한다”, “보호복 안에 근무복을 입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땀에 흠뻑 젖지만 추가 근무복 지급도 없고 샤워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힘들다”, “방호복 안에 입는 활동복이 부족하여 환자복으로 대신해서 입는다”, “물품이 부족해 일회용을 여러 번 사용한다”, “페이스 쉴드가 부족해 알콜로 닦은 후 여러 사람이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방호복 부실로 스테플러로 찍어서 입고 일해”

지급되는 물품의 품질도 문제였다. Level-D 보호장비가 튼튼하지 않아 환자 이송을 준비하는 과정에 찢어지는가하면, 환자 처치 중 질이 떨어지는 방호복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방호복이 있는가하면, 어떤 방호복은 조금만 움직여도 앞 지퍼가 내려가 테이프를 붙이거나 스테플러로 찍은 후에 입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 페이스 쉴드가 부실해 스테플러로 찍어서 사용하는 경우, 저품질 마스크 지급으로 마스크가 입에 밀착돼 호흡곤란이 발생한 경우, 환자 이송 음압 캐리어의 잦은 고장, 의료기관간 연계시스템 미비 등 다양한 불편사례가 나왔다.

“코로나19 상황 고려 없는 인력 운영으로 소진·탈진 심각”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의료현장의 인력부족이었다. 응답자들은 “간호사는 간호업무 이외에도 배식, 청소, 침상 정리, 퇴원환자 침대보 정리, 퇴원환자 자리 정리뿐만 아니라 CT 검사를 위한 이송 시 환자 태우기, 음압카트 닦기, 치매 및 와상환자 급식보조, 체위 변경, 기저귀 갈아주기, 퇴원시 환자 샤워시키기, 검체 닦기, 환자 물품반입 확인 등 온갖 잡일을 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간호사는 “코로나19 확진 수술환자는 음압 수술방에서 수술하는데 기존 수술 참여자 외에 수술 스크럽 교대 간호사, 물품 조달 간호사, 착탈의 간호사가 필요하고, 수술방 청소, 기구 정리 등의 업무로 일반 수술에 비해 인력이 2배 이상 필요하지만 추가 인력이 없어 기존 인력으로 다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간호사가 기저귀 갈아주기, 밥 먹여주기, 양치, 세안, 샤워 등의 업무를 해야하고 치매환자는 환자상태가 불안전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어 보호복을 입은 채 더 많은 시간을 간호해야한다”며 “이러다보니 소진·탈진되는 경우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정신과 환자들의 위협과 폭행 △치매 와상 환자들의 신체 수발업무 △면회 요청과 잦은 문의 전화 △입퇴원과 치료에 대한 불만 표현 △개인 택배 요구와 택배물품 확인, 불만 응대 △음압기 소음에 대한 민원 △치매환자의 이상행동과 배회 증상 △식사와 투약 거부 등으로 인한 육체적·정서적 소진을 호소하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 병상수만 늘리고 간호인력은 늘리지 않아 소진·탈진·이탈에 내몰리고 있다”며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들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그럴려면 인력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의료노조는 내일 오후 2시 세종 정부종합청사 앞에 집결해 ‘코로나19가 던진 과제 해결을 위한 산별총파업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력·시설·장시·물품 인프라 구축을 강력하게 촉구할 계획이다. 방호복을 입은 2000의 간부·조합원들이 보건복지부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도 벌인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에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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