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심장 손상의 원인은 '저산소증'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가 직접 심근에 섬유화를 유발한 경우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섬유화는 세포 사이에 기질 단백질이 과도하게 침착돼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말한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차용성 교수 연구팀은 심장 자기공명영상(심장 MRI)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심근 손상의 존재와 패턴을 규명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매년 7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심장 손상은 조기 사망 및 심혈관 질환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치료과정에서 초음파상의 심장 구조와 움직임 및 심근 효소 수치 등이 회복되지만,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일산화탄소로 인한 심근 손상의 존재와 패턴을 비침습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심장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심장 MRI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환자의 3분의 2가량에서 심근의 미세손상이 관찰됐으며 주로 심근의 중간벽(mid-wall)에 섬유화 소견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에서 심근에 숨겨진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근 손상에서는 심장 내막층 손상이 주로 관찰되는데,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
연구팀은 "일산화탄소에 의한 직접 심근 손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심근 손상과 장기 예후와의 관련성을 분석할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심근 손상에 따른 급성기 치료 및 합병증 예방과 치료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심장 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심장혈관영상지(JACC: Cardiovascular imaging)'에 지난 14일 게재(온라인)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생애 첫 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