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사들에 공급한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 추정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기준치(0.3ppm)를 초과해 검출돼 행정처분을 받은 대봉엘에스가 이에 불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에서는 자사에 유리한 판결을 받아냈는데 식약처가 불복해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수원지방법원 제4-2 행정부는 지난해 말 대봉엘에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품목 제조업무정지처분 취소의 소'에서 원고(대봉엘에스) 승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대봉엘에스가 자사의 발사르탄(원료) 품목에 대해 내려진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중국 제지앙화하이(Zhejiang Huahai)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돼 논란이 커지자 국내 유통되는 발사르탄 완제품과 원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됐고, 식약처는 같은 해 8월 6일 해당 품목의 제조와 판매를 잠정 중지시켰다. 이 조치는 9개월이 지난 뒤인 이듬해 2019년 5월 2일에야 해제됐다.
이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19년 9월 30일, 식약처는 NDMA를 함유한 의약품을 제조·판매했다는 이유로 대봉엘에스에 추가로 발사르탄 품목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대봉엘에스는 식약처의 이 같은 행정처분에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NDMA와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이 없던 상태로 발사르탄 사태 이후 만들어진 '사후적' 기준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대봉엘에스 측은 "과거에는 NDMA의 위험성이 특별히 부각되지도 않았고 의약품에 대한 NDMA 기준도 없었으므로 NDMA 기준 설정 이전에 발생한 처분사유는 약사법에서 정한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을 제조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식약처는) 사후적으로 설정한 기준을 근거로 9개월 동안 (제조와 판매를 중지하는) 잠정처분을 했는데, 이를 감내했음에도 추가로 (6개월 제조업무정지) 행정처분을 한 것은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대봉엘에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해당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은 비록 식약처가 기준을 설정하기 전에 제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약사법에서 정한 '국민보건에 위해를 주었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에 해당한다"며 "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처분 기준을 명시적·직접적으로 정한 부분은 없지만, 그 위반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행정처분에 법령 적용의 잘못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봉엘에스는 이미 2018년 8월 6일부터 2019년 5월 1일까지 (발사르탄의 제조가) 잠정 중지됐는데, 이는 식약처가 이후 내린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 기간보다 길다"며 "회사 측은 행정처분 사유 발생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공정 검증 및 DMF 변경을 완료해 NDMA가 검출될 위험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고, 과거 생산한 발사르탄은 이미 회수됐거나 판매가 중지돼 더 이상 유통될 위험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에는 NDMA 허용기준이 없었고,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조사를 거쳐 관련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하게 됐다"며 "약사법 위반 경위, 위반 사실 발생 당시의 법적 기준, 대봉엘에스가 잠정 (제조 및 판매업무 정지) 처분으로 받은 사실상 제재의 정도, 대봉엘에스의 잠정조치 준수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으로 인해 대봉엘에스가 입게 될 불이익은 행정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과중하다"고 판시했다.
식약처는 수원행정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불복, 올해 1월 18일 항소장을 제출하고 수원고등법원에서 법정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