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삭감으로 실적 쌓기 중단해야”
“심평원, 삭감으로 실적 쌓기 중단해야”
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 인터뷰 “일관성 있는 삭감 기준 마련하고 심사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라”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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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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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심평원은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삭감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

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내과 전문의)은 최근 의료기관의 진료비 삭감과 관련해 의료계와 정치권의 비판을 사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해 “심사과정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에 대해 의료기관의 이의신청 건수는 2013년 54만3481건에서 2016년 93만3461건으로 3년 새 72% 급증했다.

의료기관이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후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가 적절했다고 심평원에 인정되는 비율은 2013년 40.1%에서 2016년 52%로 3년 새 10% 이상 증가했다.

▲ 최근 5년간 진료비 이의신청 건수 및 처리내역 (단위:건, 백만원, %)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 심사결과에 불복해 최근 3년 동안(2013~2017년 6월) 의료기관이 법원에 제기한 소송 총 54건 중 63%인 34건에 대해서 법원이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이의신청 건수, 이의신청 인정률, 소송 승소율 등이 매년 증가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심평원은 삭감 적발 건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투명성과 일관성을 바탕으로 삭감과 이의신청 건수를 줄이는 합리적인 심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과 인터뷰를 통해 의료계가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 심사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들여다보고, 심평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 진료비 삭감에 대한 의료기관의 이의신청 건수, 심평원의 인정률, 소송 승소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해석과 입장은.

“이는 심평원의 심사체계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심평원의 이의신청을 불인정한 건에 대해 의료기관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비율이 63%에 달한다는 것은 심평원 자문의사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의사가 진료비 삭감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일일이 이의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번거로워해 진료비 환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정당한 진료를 하고도 진료비를 삭감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 해당 의사는 심평원의 부당한 심사로 진료비를 환수당했다고 볼 수 있다. 심평원은 현재 심사체계를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심사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 심사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은 어떤 상황인가.

“진료비 삭감 심사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의사들은 진료비 삭감을 당하게 되면 진료비 환수에 따른 금전적인 손실보다는, 자신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가 잘못됐다고 평가된 점에 대해 자존심 상해한다. 심평원은 고시기준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애매한 사항에 대해 심평원만의 기준으로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의사가 삭감을 피하고자 자신의 의학적 판단보다는 심평원의 삭감기준에 맞춰 진료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소위 ‘심평의학’이라 칭한다.”

-. ‘심평의학’이란 주장에 대한 실례를 든다면?

“C형 간염 검사가 대표적이다. 의사는 간 수치가 높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C형 간염 검사에는 일반검사와 정밀검사가 있다. 일반검사는 정밀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져 C형 간염 감염환자가 감염이 없는 것처럼 오진이 되는 ‘위음성’을 보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의사들은 C형 간염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 정밀검사를 선호한다. 하지만 심평원은 일반검사를 먼저하고 정밀검사를 해야 된다는 이유로 정밀검사에 대해 삭감한다.

그렇다면 정밀검사 삭감에 대한 고시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심평원 고시기준에는 C형 간염 검사의 인정기준은 있지만, 일차적으로 정밀검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고시기준은 없다. 그런데도 심평원은 먼저 일반 검사를 한 뒤 C형 간염 감염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밀 검사를 해야 된다며 삭감하고 있다.”

▲ C형 간염항체검사의 인정기준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이의 제기에 대한 심평원의 답변은?

“심평원의 회신 내용에는 ‘C형 간염 정밀검사는 일반검사의 수가보다 4배 비싸다. 건강보험의 한정된 재정 범위 안에서 국민이 균등하게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C형 간염 검사를 하는 특정한 경우에 한해 진료경향 분석 또는 진료기록부를 확인해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심사조종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심평원의 이 같은 답변은 임의로 심사조정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의사는 정확도가 낮더라도 비용이 적게 드는 일반검사를 먼저하고 음성으로 나와 정확한 진단이 안 되면 비싼 정밀검사를 하도록 강요받는 것이다.”

▲ 2016년 6월 대한개원내과의사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C형 간염항체(정밀)의 예고 없는 심사조정에 대한 의견 전달의 건’ 중 일부 <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 제공>

-. 정밀검사 삭감 문제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근 몇 년에 걸쳐 서울과 원주에서 발생한 C형 집단 간염 사례만 봐도 C형 간염은 전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 C형 간염을 일반 검사로 하면 정확한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타인에게 C형 간염 전염 우려도 커진다.

그런데 의사가 검사 수가 때문에 일반검사를 먼저 한 뒤 음성이 나온 경우 환자에게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 정밀검사로 다시 혈액검사를 해야 된다’고 설명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과도한 삭감이 의사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환자 진료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의학적 판단뿐 아니라 심평원의 심사기준까지 맞추려고 하다 보니 환자 진료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삭감이 되지 않도록 차트 기재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이에 대응해 일부 의사들은 별도의 비용을 들여 삭감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삭감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해 청구 이전에 사전검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규모가 큰 병·의원의 경우 별도의 심사 직원을 고용해 삭감 예방을 전담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현상은 무분별한 과잉 삭감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나타나고 있는 의료계의 대응 방식으로 보인다.”

-. 의료계는 심평원 심사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실제로 진료비가 삭감되는 항목을 살펴보면 과거에 아무 문제없이 인정됐던 것들이 어느 순간 전산심사에서 삭감이 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삭감은 지역별 지원에 따라 삭감되는 내용이 다른 경우도 많다.

C형 간염 정밀검사에 대한 심사조정의 경우 이전에는 삭감이 없다가 2016년 상반기부터 수원지원이 의정부지원으로 분리되면서 처음으로 C형 간염 정밀검사에 대한 삭감이 시작됐다.”

-. 심평원 자문의사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 지고 있는데.

“심평원의 이의제기 불복에 대한 의료기관의 승소율이 63%에 달한다는 것은 심평원 자문의사의 영향력이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평원은 자문의사를 선정할 때 심평원의 의도에 맞는 의사를 채용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을 갖게 한다.”

-. 심평원이 신청사를 설립하고 종합광고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진료비 삭감의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지?

“심평원은 청사를 늘리고 인원도 많이 충원했다. 이에 따른 실적을 보여주려면 진료비 삭감액을 높이는 데 애쓸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평원이 보험공단 노조와 중복되는 심사 관련 업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험공단과 삭감 경쟁으로 보여주기식 업무 성과를 위해 진료비 삭감을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과 관련해 의료계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점은.

“의료계는 지난 수년 동안 심평원에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심사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물론 심평원이 이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진료비 삭감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학생이 종일 쉬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공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듯이 현재의 심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평원은 이의신청을 줄이기 위해 단순 상병 누락이나 참조란 기재 미비에 대해서 전산심사를 통한 무차별적 삭감을 하기보다, 사전에 의료기관이 쉽게 보완하고 재청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호한 심평원의 삭감기준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소통할 수 있는 자문의사를 선정해 의사가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서 심사해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산심사를 포함한 심사의 과정을 의사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다빈도 삭감 사례들을 의사들에게 알려주고 있지만, 이제는 이의신청해서 인정받은 사례뿐 아니라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와 내용도 의사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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